[법조칼럼] 권택인 법률사무소 충청 변호사,법무부 교정자문위원

일반적으로 "법을 어기는 행동을 하는 것은 공중의 도덕에 반하는 행동을 한 것이다"라는 명제는 누가 보아도 참인 명제이다. 그렇다면 법대로만 하면 도덕적인 행동을 한 것인가? 필자의 이와 같은 질문에 의외로 많은 분들이 혼란스러워 한다.

G. 옐리네크는 법과 공중의 도덕의 관계를 "법은 도덕의 최소한"이라는 명제로 정의하였는데, 일반인의 법의식은 윤리와 덕(德)이 사회질서의 기초로서 더 중요하게 여겨졌던 전통사회의 문화를 계승하여 탄생한 것이고, 법규범이 현대 국가내의 대표적인 행동규범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음을 생각하면 G. 옐리네크의 위 명제를 감히 거짓이라고 말할 만큼 무모한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도덕의 최소한을 법으로 제정한 이유는 개개인의 가치관이 다양하므로 법률을 제정할 때, 국민 모두가 동의하는 도덕적 요구를 그 기준으로 삼는 것이다. 만일 그렇지 않으면 법률과 국민의 도덕간에 충돌이 생길 우려가 있기 때문이지, 국가가 법대로만 하면 된다는 것을 승인한 것은 아니다.

조금만 논리적으로 생각할 수 있다면 법률로 금지하고 있지 않는 사항이 있다면 그것이 바로 도덕적으로 허용된다는 결론이 도출되지 않는다는 것도 쉽게 알 수 있다. 즉, 법으로 금지되어 있는 행위는 도덕적으로도 허용되지 않겠지만 그 반대는 타당하지 않는다.

고등학교 수학과정에서 제일처음 등장하는 '명제' 편를 복습해 보자. "~법 → ~도덕"이라는 명제가 참이라면 그 대우명제인 "도덕 → 법"이라는 명제는 반드시 참이지만, "~법 → ~도덕"이라는 명제가 참이라고 하여 그 이인 "법 → 도덕"이라는 명제를 참이라 말할 수 없는 것이고, 그 역인 "~도덕 → ~법"인 명제도 항상 참인 것은 아니다. 그러므로 "법대로 하자"는 것이 반드시 도덕에 합치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법대로 하자고 큰소리 치는 사람들 상당수는 도덕적으로 떳떳하지 못한 주장을 "법대로"를 빌어서 하는 경우가 많다.

요즘 소위 지식인층이라 하는 일부 유명인사들이 "법대로 하자"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그들의 주장 요지는 현행 헌법 제13조 3항에 "모든 국민은 자기의 행위가 아닌 친족의 행위로 인하여 불이익한 처우를 받지 아니한다"는 규정을 두어 연좌제를 금하고 있으므로, 친일파의 자손을 국가의 주요 보직에 임명하려는 정부의 시도에 반대하는 것은 법에 맞지 않는 것이라 한다.

물론 후손들에게는 조상을 선택할 기회가 없었기 때문에 조상의 친일행적때문에 그 후손들이 우리나라에서 살아가면서 특별히 불이익한 처우를 받는 것은 헌법적으로 옳지 않다. 하지만, 위 헌법조항을 근거로 국가가 먼저 나서서 이익한 처우를 하는 것이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다. 심지어 헌법재판소에서는 위 연좌제 금지 헌법조항에도 불구하고 친일재산 환수도 합헌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법적으로도 상속을 받게 되면 재산뿐만 아니라 채무도 상속하게 된다. 그러므로 선조가 친일의 대가로 쌓아올린 부를 상속한 친일파의 자손은, 조상의 친일의 과오라는 도덕적 부채도 함께 상속하여 국민에게 미안한 마음으로 살아가야 마땅하다. 국가가 국민에게 도덕을 강요할 수는 없다. 하지만, 국가는 스스로 법의 테두리보다 더 넓은 도덕의 테두리를 벗어나서는 안된다. 즉, 국가의 운영 기술적 절차는 법의 문제이겠지만, 국정운영의 방향과 내용은 도덕과 국민의 상식에 합치해야 하기 때문이다.

필자가 가장 우려하는 것은 상식에 어긋나는 행동, 전혀 논리적이지 않은 주장이 소위 사회지도층에서 꾸준히 나오게 되어 그런 주장이 마치 당연한 이야기인양 통용되는 세상이 되어 버리는 것이다. 그리고, 국가가 그런 집단의 힘을 정치적 기반으로 하여 일반 국민들에게 "법대로 하자"며 눈을 부라려서는 안된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