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가 조성훈 선생님 영전에 올립니다

▲ 심의보
무엇이 그리도 급하셔서
그리도 아끼고 사랑하시던 사모님을 두고
그토록 효도하던 생때같은 자녀들을 두고
전심으로 따르던 저희 후학들을 두고
이 유난히도 푸르른 늦가을의 하늘로 가셨습니까?

속이 아리고 가슴이 저려옵니다.
선생님이 돌아 가셨다는 말을 듣고
정전이 되어버린 듯 멍하니 꼼짝 않고 서 있었던 건 비단 저 뿐만 아니었을 것입니다.

태산 앞에서도 꿈쩍도 안하셨던 선생님!
지난해 수술을 하시고도 아무렇지도 않게 저희를 격려하시고 지도하셨던 선생님!
정기 검진을 받고 오실 때만 하여도 이렇게 갑자기 저희들 곁을 떠나시리라고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너무도 할 일이 많은데
평생을 독실한 기독교인으로, 끝없는 사랑으로 어려운 이들을 도우며
적십자사를 위하셨고, 세광학원을 이끄셨으며, 복지를 위해 헌신하셨고
그토록 온전한 인격으로 흥사단의 청소년들을 지도해 주셨는데
이제 우리는 누구에게 길을 물어보고 답을 구해야 합니까?

선생님은 민족운동단체인 흥사단을 지역사회에 만드셨습니다.
한국인을 세계의 모범민족으로 만들겠다는 위대한 꿈을 품으셨고
그 꿈을 이루시기 위하여 저희를 가르치셨습니다.
성실하라고 하셨고, 정직하라고 하셨으며, 생각하라고 가르치셨습니다.
선생님은 구만리장천의 길을 대장 기러기가 되어 저희들을 이끌었습니다.

선생님이 아니계셨더라면
[흥사단]과 [아카데미]운동이 그만큼 지역사회 계몽에 기여하지 못했을 것이며,
도산의 위대함이 그렇게 알려지지 못했을 것입니다.
지금보다 훨씬 덜 민주적이며 발전과 공익에 대한 관심이 적었을 것이고
더 가난하고, 더 무질서하며, 덜 개명된 사회에 살고 있을 것입니다.

회고 하여 보면 선생님은
나라를 빼앗긴 일제 강점기에 태어나 어린시절 해방과 민족의 비극 6.25를 겪으셨습니다.
가난하고 배고픈 삶 속에서도 영민하고 쾌활한 성격으로 친구들의 자부심이셨으며, 후배들의 본보기셨습니다.

선생님은 돈을 탐하지 않았고 불의에 굴하지 않았으며 명예보다 나라와 민족을 더 사랑했습니다.
선생님은 천부적 능력으로 말씀도 잘 하시고 글도 참 잘 쓰셨지만
저희를 감동케 한 것은 그분의 그런 능력이 아니라 말씀과 일치하는 그의 성실한 삶과 고매한 인품이었습니다.

선생님의 좌우명은 성실이었고, 선생님은 성실을 거짓이 없는 것으로 정의하셨습니다.
정직을 강조한 도산의 좌우명과도 일치합니다.
열 명의 의인을 찾을 수 있다면 멸망하지 않을 수 있었던 소돔과 고모라처럼
충북에 의인이 되어야 한다고 선생님은 가르치셨습니다.

선생님의 간절한 소망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는 아직도 그 성실, 그 정직이 부족합니다.
이 시간에도 선생님은 우리가 좀 더 성실하기를 바라실 것입니다.
성실하지 않고는 결코 우리가 세계의 모범민족이 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선생님은 지식보다 지혜를 강조하셨고, 이런 철학에 스스로 충실하셨습니다.

선생님이 가장 필요한 시기에 그 필요에 응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셨고,
올바로 판단하고 깨끗하게 사시면서 우리 사회를
조금이라도 더 생각하는 사회, 더 성실한 사회로 만드는데 공헌하셨습니다.
무수한 사람들의 사랑과 존경을 받으셨고 모두가 아쉬워하는 가운데 떠나셨습니다.

선생님은 치매의 어르신을 지극정성으로 봉양하신 효자이셨고
선생님을 누구보다 사랑하고 존경하며 학처럼 고결하게 사시도록 보필하신 박노길 사모님을 두셨습니다.
선친의 명예에 조금이라도 티가 될까 조심하며 병환을 간호하고 섬기던
효자들을 두신 복도 받으셨습니다.

그러기에 선생님의 삶은 진실로 보람되고 행복하셨습니다.

사랑하는 선생님!

이제 저희들은 보내기 싫은 맘을 가슴에 묻고, 함께하시던 의인들이 계신 천국으로 환송하려 합니다.
우리 모두의 가슴속에 선생님의 뜻은 영원히 살아남아 있을 것입니다.
충북에 대한 사랑을 간직하시고, 정의와 자유와 평화를 위해 하늘나라에서 저희를 굽어 살펴 주시옵소서.

그동안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부족하지만 끝까지 성실하라는 선생님의 유훈을 가슴깊이 새기고 잘 지키려 애쓰겠습니다.
이제 하나님이 준비하신 상 많이 받으시고 거짓이 전혀없는 하늘나라에서 평안히 쉬십시오.

"또 내가 들으니 하늘에서 음성이 나서 가로되 기록하라 지금 이후로 주 안에서 죽는 자들은 복이 있도다 하시매 성령이 가라사대 그러하다 저희 수고를 그치고 쉬리니 이는 저희의 행한 일이 따름이라 하시더라."(계14:13)

사랑하고 존경하는 조성훈 선생님!
안녕히 가십시오.

2014. 11. 11
심의보 올림 (흥사단 공의원, 충청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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