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권익위원 칼럼] 정승희 이주여성인권센터 사무국장

워킹맘인 나는 출장 전 늘 바쁘다. 아직 초등학생과 막 중학교에 들어간 아이들이 있어 미리 먹을 것을 준비하고, 빨래 다 뭐다 온통 신경 쓸 것 들 뿐이다. 물론 남편이 알아서 잘하지만 내 혼자 마음에 미리 며칠치 반찬이랑 먹을 것을 준비한다고 출발 전 이틀은 정신없이 바쁘다.

이번 출장이자 여행은 여성 쪽에서 나름 오랜 시간을 다양한 일에 종사해 온 분들이랑 떠나는 것이라 더 부담도 되고 긴장이 된 출발 이었다.

캄보디아는 어떤 사람들에게는 유네스코(UNESCO) 세계문화유산인 앙코르 와트가 있어 기대되는 여행지가 되지만, 내게는 이주의 현장으로 무엇이 여성들로 하여금 한국으로의 결혼을 꿈꾸고 고향 땅을 떠나게 하는 가 알고 싶은 현장 바로 그 것이다.

한 밤 중에 도착한 씨엠립 공항은 아주 작고 소박한 공항으로 습기가 많은 여느 지역에서나 느껴지는 약간 독특한 냄새로 나의 첫 캄보디아 여행을 맞이해주었다. 수년 전 나이어린 결혼이민자의 죽음과 캄보디아 정부의 결혼금지 조치로 닫혀있던 유난히 가녀리고 큰 눈을 가진 자매들의 나라에 다다랐다.

캄보디아는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그대로 빈번한 외침과 내란의 경험으로 인해 가난하고 학력이 낮으며 인구의 약 1/3이 15세 미만인 나라 이다.

앙코르 와트(도시 사원)와 캄보디아의 미소로 알려진 사면상이 있는 앙코르 톰(신도시)의 막대한 관광수입이 있음에도 여전히 가난하고 배고픈 나라이다.

식당종업원의 월수입 75달러보다 수입이 나은 구걸이나, "원달러 3개, 4개"라며 물건을 파는 것이 낫다며 학교에 보내지 않는 부모가 있어 최소한의 교육도 이루어 지지 않는 지구상의 최빈국이다.

한국의 1965년의 경제 수준을 생각하며 된다고 가이드는 누누이 강조하지만 눈에 보이는 것과 도시를 온통 누비고 다니는 한글이 새겨진 대형버스를 보며 그쯤이라고 누가 생각할까?

공식 일정 첫 번째 방문지인 톤레샵 호수 깊숙이 자리한 깜뽕 블럭의 수상가옥 마을의 눈이 검고 맑은 아이들과 만남은 맨발에 비록 때 묻은 옷을 입었지만 그 아이들의 선한 눈빛은 누가 "너 가난해"라고 해서 가난해지는 것이 아닌 가지고 있지만 만족하지 못해서 더욱 가난하고 초라한 불만족의 가난함을 생각하게 했다.

캄보디아는 가진 것이 없어서가 아니라 내란 기간 동안 정부의 적으로 간주되었던 지식인을 대상으로 한 크메르루즈군의 조직적인 소탕작전으로 최소한 100만 명의 캄보디아인들이 죽음으로 내몰려 사회의 변화나 발전에 견인차 역할을 할 만한 숙련된 기술자, 전문가의 부족으로 극심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라고 한다.

부정부패가 만연한 사회로 우수한 지도자가 아닌 국민을 위해 진심을 다하는 지도자가 없다고 한다. 21세기를 사는 우리와 1965년의 한국 경제 상황을 사는 그들과 우리가 무엇이 다르랴.

여행 마지막 날 들린 평양식당에서는 고등어 조림과 김국으로 소박하게 차려진 정갈한 밥상을 받았다. 식사 후 이어지는 공연은 우리와 꼭 닮은 북한 출신 여성들에 의해 이루어지는 데 그녀들과 함께 부르는 '아리랑'과 '다시 만납시다' 라는 노래는 어느새 내 눈에 흐르는 한 방울 눈물이 됐다.

며칠 동안 씨엠립 주변 구석 구석을 다니며 눈에 담은 아이들의 선한 눈망울이 아닌 문병란 시인의 시에 가수 김원중이 곡을 붙여 부른 노래 '직녀에게'의 가사 '이별이 너무 길다. 슬픔이 너무 길다. 선채로 기다리기엔 세월이 너무 길다'가 떠오르는 건…. 캄보디아에서 통일을 마음에 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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