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칼럼] 최우식 '사람&사람' 법률사무소 대표 변호사

A씨는 답답하다. 이 집은 집주인 '갑'이 살고 있어서 전세금 떼일 염려가 없다는 공인중개사의 말만 믿고 전세 3천500만원에 들어갔는데, 1년이 지나 경매로 넘어갔고, 소액보증금 1천500만원만 건지고 나머지 2천만원은 회수하지 못했다. A씨는 공인중개사를 상대로 소송을 하고 있으나 승소하더라도 과실상계가 되어 손해금액의 30~40%만 배상받을 것이다. 나머지는 집주인을 상대로 소송해야 한다. 그런데 집주인이라는 '갑'은 명의를 빌려준 사람이고 실제 주인은 '을'이라는 것이다. 수소문 끝에 '을'의 소유로 의심되는 원룸을 찾았다. '을'의 아들로 강하게 추정되는 사람 명의로 등기가 되어있다. 그 실제주인 '을'을 상대로 보증금반환청구 소송을 하기로 했다. 그런데 고민이다. 그 아들 명의의 원룸이 실제로는 '을'의 소유라는 것을 어떻게 입증할 것인가.

민사소송 중에 제일 어려운 것 중 하나가 '차명재산' 즉 '명의신탁'에 대한 입증이다. 차명을 하는 이유는 대부분 '재산도피'다. 그리고 대부분 '부동산'과 '금융계좌'를 차명한다. 그 차명은 유효할까? 먼저 부동산 명의신탁은 원칙적으로 무효이다. 나아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다음으로 금융계좌는 어떨까. 1993년 당시 김영상 대통령이 불시에 금융실명법을 도입했다. 하지만 실명이 아닌 '허명'만 금지하였을뿐, '차명'은 퇴로를 열어둠으로써 '반쪽짜리'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앞으로 불법으로 획득한 재산을 숨기거나 자금 세탁·조세 포탈 등 탈법 목적의 차명거래에 대한 형사처벌이 강화된다. 합의에 의한 차명거래도 금지된다. 지난 11월 29일자로 개정된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었기 때문이다.

개정법은 불법 차명거래에 대한 처벌 규정을 강화해 불법재산 은닉이나 자금 세탁, 탈세 등 탈법을 목적으로 다른 사람 명의로 된 계좌를 개설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받게 된다. 기존에는 세금을 피할 목적으로 다른 사람 명의로 된 계좌를 개설하면 가산세만 추징당하고 차명거래에 대해서는 처벌받지 않았다. 합의에 의한 차명거래도 마찬가지다. 그러므로 탈법 목적의 차명거래를 할 경우 명의를 빌린 사람과 함께 탈법임을 알고 명의를 빌려 준 사람도 공범으로 처벌을 받게 된다. 그리고 실명이 확인된 계좌 또는 외국의 관계 법령에 따라 이와 유사한 방법으로 실명이 확인된 계좌에 보유하고 있는 금융자산은 명의자의 소유로 추정한다. 따라서 실소유자가 소유권을 주장하려면 소송을 통해 입증해야 하는 데 그것이 쉽지는 않을 것이다. 왜냐면 형사처벌을 각오해야 하기 때문이다. 다만 가족 계좌나 동창회 회비 등 탈법 목적이 아닌 '선의'의 차명거래는 기존과 같이 처벌 대상이 되지 않는다.

개정법은 금융회사 임직원에 대한 책임을 강화해서 그 실효성을 확보했다. 금융회사 임직원이 불법 차명거래 행위를 중개하거나 알선하게 되면 위와 동일한 형사처벌 외에 과태료 3천만원까지 부과된다. 나아가 금융회사 임직원은 고객이 계좌 개설 시 불법재산 은닉이나 자금세탁, 탈법 행위를 목적으로 차명거래를 해서는 안된다는 점도 고객에게 설명해야 한다. 설명하지 않으면 50만원까지 과태료가 부과된다.

늦었지만 금융거래에 대해서도 부동산과 마찬가지로 그 차명거래에 대해 형사처벌을 도입한 점은 환영할만하다. 그나마 금융종사자들에게 형사처벌 및 과태료 규정이 도입되어 앞으로는 차명이 쉽진 않을 것이다. 물론 문제는 차명에 대한 입증인데, 실무적으로 쉽진 않을 것이다. 그리고 우리 사회에 그런 것이 너무 만연되어 있고, 죄의식도 없는듯하다. 그러나 그런 사람들의 '차명'으로 인해 세입자들이나 임금근로자들 같은 '없는' 사람들은 아무리 재판을 이겨도 판결문은 그저 종이에 불과하다. 따라서 실명법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차명거래에 대한 처벌 수위를 더 높일 필요가 있다. 재판뿐만 아니라 집행에 있어서도 사법정의가 실현돼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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