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칼럼] 권택인 법률사무소 충청 변호사

최근 형법상 간통죄에 대한 위헌결정이 있었다. 간통죄는 제정 62년 만에 다섯 번의 고비를 넘기지 못하고 드디어 헌법의 정신에 맞지 않는다는 판단을 받은 것이다. 그리고 그 다음날 농담처럼 콘돔회사의 주가가 상한가를 쳤다. 간통죄 위헌으로 잠재적 간통 수요가 현실화될 것이라는 어이없는 기대가 시장에 반영된 것이다.

간통죄의 기원은 고조선의 8조법금으로 거슬러 올라갈만큼 유서가 깊다. 근대에 이를 때까지도 간통죄는 '음란한 유부녀를 벌'하는 취지로 규정돼 유부남은 간통죄에서 자유로웠고, 그 유부남과 상간한 여성도 처벌받지 않았었다. 결국 간통죄는 철저하게 가부장적 부권을 옹호하는 수단으로 작용해왔다.

그후 대한민국 정부 수립후 현행 형법이 제정될 당시 유부녀는 물론이고 유부남에게도 간통죄를 적용하는 것으로 결정됐다. 그런데 놀랍게도 현행 형법 제정 당시인 1950년대에도 세계적으로 간통은 점차 벌하지 않는 추세여서 국회에서 지금과 같은 위헌논란이 있었다는 점이다.

결국 우여곡절 끝에 과반에서 1명 넘어가는 표차이로 현행 간통죄는 간신히 입법되었고, 세계적으로도 몇몇 이슬람 문화권 국가들 이외에 북한, 대만, 필리핀, 미국의 일부 주정도만 국가가 형벌로 간통을 규율하고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간통죄의 위헌결정은 예견된 수순이었는지도 모를 일이었다.

더욱이 우리나라의 간통죄는 국가의 형벌권을 앞세워 개인이 위자료를 높이는 수단으로 악용되어 온 측면이 강하다. 통상 이혼을 청구하면서 배우자를 간통죄로 고소한 후 고소취하를 위자료 합의 조건으로 삼는 것이 상식이 될 정도였고, 이는 간통죄 처벌의 위헌 논란을 줄이기 위해 기형적으로 입법하였기 때문에 이미 예상된 결과였다. 즉, 간통죄로 누군가를 처벌하기 위해서는 배우자가 간통한 배우자를 고소하여야 했고, 또한 배우자가 간통배우자를 고소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이혼을 청구해야 했다. 결국 배우자 일방으로부터 간통의 고소가 있으면 반드시 수사에 착수해여야 했고, 고소가 합의로 취하되면 수사기관은 어쩔 수 없이 수사를 종결해야 하므로 수사기관은 사인간의 애정문제에 효과적인 정산수단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었다.

이미 간통 수사과정에서 대부분의 간통이 합의로 고소 취하되어 종결되고, 구속이 되거나 재판에서 실형 선고되는 일은 1% 수준에 머물고 있다. 간통죄로 실형이 선고되는 경우는 동시에 많은 상간녀와 간통을 하거나, 간통의 죄를 따지는 배우자에 대해 상간녀와 함께 협박하는 등 도저히 돈으로 정산되어 상호간 합의하기 어려운 극단적 경우 밖에 없었다는 점이 이를 반증한다.

간통죄 위헌의 의미는 국가 제도로 보호되던 부부관계가 이제 사적 계약관계로 변화되었음을 의미한다. 즉, 개인에게는 성행위를 할 것인지 여부, 언제 누구와 성행위를 할지를 결정할 수 있는 성적 자기결정권이 있으므로 국가가 나서서 기혼자의 성행위의 상대방을 오로지 그 배우자로만 한정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처벌할 수 없게 되었다. 물론 혼인에 따른 민사상 의무위반에 따른 책임만 민간의 영역에서 별도로 지게 되는 것은 여전하다.

이제까지 간통에 대한 규율이 형사책임과 민사책임 양쪽 방향으로 진행되어 왔었으나, 이제 전적으로 민사에 의존할 수밖에 없으니 형사책임 영역이 민사책임에서의 위자료 명목으로 강화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이제까지 주례선생님 앞에서 한 혼인서약은 성인 남녀가 혼인으로 국가가 설정해 놓은 형법상 의무를 지겠다는 의미에서 국가 앞에서의 선서이기도 하였다. 그러나, 간통죄 위헌결정과 함께 혼인서약의 의미는 계약의 청약과 승낙이라는 철저한 계약의 의미로 축소되었다.

"너무 시리어스하게 생각할 것 없어요. 나중에 이혼할 경우를 대비해 재산권·양육권 문제를 깨끗이 정리해놓자는 뜻이니까" 최근 종영한 드라마 '가족끼리 왜이래' 대사다. 혼인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은 이미 계약이었던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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