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럼] 김호일 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 사무총장

올해로 9회째를 맞이하는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9월 16일~10월 25일)에서 비엔날레 특별전을 기획하는 작가 '알랭 드 보통'에 따르면 좋은 예술은 우리에게 교육적 기능을 하는바 교양을 넉넉하게 하는 도움을 주는 것은 물론, 삶의 질을 높이며, 창의력을 키우고, 정서적 안정감을 유지하며, 감수성을 키울 수 있다고 말한다. 이는 예술작품의 감상은 아름다움만 느끼게 하는 것이 아니라 작품들 속에서 이미지를 읽어내고 그 속에 숨은 목소리를 듣게 하는 일로서 상상력과 창의력을 계발시켜주며 또한 특정 작품 속의 주제로 쓰인 수많은 신화, 역사, 인물, 문학 작품 등을 공부하고 이해하게 해주기 때문이다. 이는 '심리적 취약점'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슬픔을 극복하고 희망을 가지게 하며 균형회복, 자기이해, 성장 등도 가능케 한다. 예컨대 사랑하는 사람 혹은 반려동물 등이 자신을 떠난 후에도 우리는 예술적 활동을 통해 그 대상을 기억하는 등 붙잡아 둘 수도 있는 것이다.

물론 늘 우리들을 속이며 흔들리게 만든다는 현대인의 삶, 이 삶의 어려움과 아픔이 아름다운 자연경관이나 근사한 표정을 짓고 있는 한 여인의 초상(예를 들면 다빈치의 모나리자, 르노아르의 템버린을 든 소녀 등)의 대비를 통해 희망으로도 연결 될 수가 있다. 한편 자크 다비드의 1784년작 '호라티우스 형제의 맹세'같이 영웅적이고 극적인 내용을 담은 그림을 통해서 애국심을 돋보이게 할 수 도 있다. 이런 점에서 문화와 예술은 반드시 진흥되고 융성되도록 해야만 하는 이유이다. 즉 앞에서 말한 문화예술의 내재적, 잠재적 가치는 무궁무진하며 특히나 청소년 등에게 끼치는 정서적, 감정적 영향은 향후 이들이 살아갈 미래의 삶에서 특별히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는 것이 여러 가지 사례에서 실제적으로 증명된바 있다. 이것을 문화적 혹은 예술적 정체성의 형성이라고 할까? 그렇다면 이러한 문화는 특히 지역에서의 정체성을 가지는 문화진흥과 문화융성은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앞에서 거론된 유명한 작가들은 모두 지방에서 활동한 작가라는 점을 감안해서 조금 만 더 생각해보면 여러 전문가들의 백가쟁명(百家爭鳴)식 답이 있겠지만 가장 기본적인 문화융성의 전제조건은 '조건 없는 지원과 간섭 없는 관심' 일 것이다. 조건 없는 지원이란 이른바 전업 작가들이 자유롭게 자신들의 영혼을 불태울 수 있도록 다양한 경제적 지원과 사회적 지위를 부여하는 일이며 간섭 없는 관심은 작가들의 자존심을 살릴 수 있도록 최대한도로 크게 격려하고 박수를 치는 일이다.

사실 문화예술지원과 관련한 제도나 정책은 현실적인 제약이 많을 수밖에 없다. 지원대상의 선정은 물론 지원금 등 지원제도의 유지 등등에도 공정성 등 많은 시비가 따르고 동시에 시민들은 준조세 성격의 재원마련에도 난색을 표한다. 이러한 문제가 없다는 것은 이미 문화선진국, 문화도시가 되었다는 증거일 수도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세상사 사람 사는 곳에 시시비비가 없을 수 없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지역에 사는 작가들의 작업실, 공방 등등을 방문하고 미술관과 박물관을 찾아서 작은 소품, 엽서나 티셔츠라도 한 장 사고 또 차라도 한 잔 사서 마시는 활동을 통해 지역문화를 융성하게 할 수 있다는, 이른바 생활 속 문화적 활동을 통한 지역문화 융성도 가능하다는 것을 인식하였으면 한다.

'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에서는 3월부터 8월까지 주말마다 공예장터를 운영하고 있다. 지역의 아마추어 공예인에서부터 전문가 반열에 올라간 공방의 작가들이 참여한다. 주말 공예장터는 횟수를 거듭할수록 시민들의 발길이 많아지고 있다. 바람직하고 고마운 일이다. 지난 토요일에는 물물교환 반짝 장터도 함께 열렸다. 이곳에서 조그마한 돗자리를 깔고 아기 옷을 가지고 나온 장터에는 초등학교 2학년 정도로 보이는 소년도 있었다. 그 소년은 이렇게 말했다. "아저씨~ 딸 있어요? 그래~ 딸이 하나 있지... 이 옷은 내 동생이 입던 옷인데요, 참 예뻐요~ 딸에게 사다주세요!" 구경하던 아저씨는 그 옷을 구입하였을 것이다. 삼삼오오 장터를 방문하는 시민들과 가족들을 만나보면서 지역 예술과 문화의 발전가능성을 충분히 찾아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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