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여주군 북내면 상교리, 혜목산 기슭에 있는 고달사지(高達寺址) 신세가 고달프다. 일제 때부터 도굴을 당한 이 절터의 중요 문화재가 최근에 또 도굴을 당했기 때문이다.
 이 문화재는 지난 1962년, 국보 제4호로 지정된 고달사지 부도(浮屠)다. 부도란 스님의 무덤으로 사리나 유골을 안치한 곳이다. 우리가 왜 여주에 있는 문화재까지 걱정을 해야 하는가 하면 남한강 하류에 있는 고달사, 신륵사 등이 바로 중원문화권에 속해 있기 때문이다.
 부도는 여덟모가 난 팔각원당형(八角圓堂型)과 종(鐘)모양으로 생긴 석종형(石鐘型)으로 대별되는데 팔각원당형 부도가 훨씬 화려하고 시대도 앞서 있다.
 고달사터 부도는 국보라는 사실이 말해주듯 팔각원당형 부도의 백미이다. 기단중대석(基壇中臺石)둘레로는 거북을 비롯하여 용 조각이 금방이라도 승천할 듯 꿈틀거린다. 귀부(龜趺·머리부분)는 절 집의 파수꾼인양 목을 곧추세우고 있다.
 국운이 융성할 때 귀부의 조각은 머리를 치켜드나 쇠퇴시에는 옆쪽으로 고개를 돌리는 현상을 일반적으로 관찰할 수 있다. 동물도 싸움을 할 때 기(氣)가 꺾이면 꼬리를 내리지 않는가.
 통일신라 경덕왕 23년(764)에 창건된 사찰이니 절 전체가 당당하다. 양각을 한 용 조각의 화려함과 더불어 지붕돌(옥개석)에는 여덟 모서리마다 「귀꽃」이 있다. 부도로서는 가히 교과서적인 문화재다.
 부도가 도굴꾼의 표적이 되고 있는 것은 여러 가지 법신사리(法身舍利)가 있기 때문이다.
 진신사리(眞身舍利)는 석가모니의 몸에서 나온 사리이고 법신사리는 진신사리 대신 넣는 불경(佛經) 등 여러 형태의 장엄구를 일컫는다. 사리장치는 금으로 만든 사리합을 안치하는 경우도 있고 구슬, 유리병 등을 경우도 있다.
 도굴꾼들은 이같은 법신사리를 훔치고자 부도를 도굴하는데 코앞의 금품에 눈이 멀어서인지 이 부도가 여러 차례 도굴되었던 사실을 잘 몰랐던 것 같다.
 법신사리도 없을뿐더러 도굴과정에서 중요한 문화재만 망가졌다. 탑 윗부분을 상륜부(相輪部)라고 하는데 이통에 상륜부를 장식하고 있던 구슬장식(寶珠)과 덮개장식(寶蓋)이 유실됐고 귀꽃 한 잎도 떨어졌다. 또 사리탑도 「피사의 사탑」마냥 기우뚱해졌다.
 문화재란 일 개인의 소유물이 아니라 온 국민이 함께 공유하는 공개념적 시각에서 바라보고 관리되어야 하는 것이다. 관리 인력이 부족해서 그런지 몰라도 국보까지 망가지는 것을 모르고 있었다면 어디 그게 문화재 행정인가.
 비록 폐사가 된 절 집이나 절 집을 털어 무슨 벼락부자가 되겠는가. 덕망 높은 스님의 유택(幽宅)을 건드렸으니 극락 가기는 다 틀려먹었다. 온 국민이 문화재 지킴이로 나서야 할 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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