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엘 가면 3대 사기, 또는 3대 썰렁시리즈라는 이야기가 관광객들 사이에 나돈다. 그 첫번째가 브뤼셀의 「오줌싸개 동상」이다. 유럽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브뤼셀의 그랑프라스 광장 근처에 있는 이 동상은 벨기에 관광의 필수코스나 되기라도 하듯 많은 관광객이 찾아든다.
 그런데 막상 이 동상을 찾아가면 허무맹랑하고 사기를 당하는듯한 느낌이 든다. 높이 50cm 정도의 동상은 말그대로 사내 아이가 오줌을 눗는 모습이다.
 두번째 썰렁 시리즈는 「로렐라이」언덕이다. 독일을 관통하여 북해로 흘러가는 라인강변에는 로렐라이 언덕이 있다. 이 언덕은 물살이 세어 배가 난파되는 예가 많다. 요정에 홀린 뱃사공이 요정을 만나려다 언덕에 부딪쳐 난파당했다는 얘기가 전해온다.
 그런 얘기를 바탕으로 하이네가 시를 쓰고 F 질허가 작곡하여 전 세계로 퍼트렸다. 우리도 중고등학교 음악시간에 이 노래를 즐겨 불렀다. 사실 별 것도 아닌 얘기인데 노래 덕분에 전 세계의 관광객이 끊임없이 찾아들고 있다. 문화의 부가가치를 극대화 하는 문화전략을 그들은 일찍이 터득한 것 같다.
 우리 나라 방방곡곡에 산재한 「전설따라 삼천리」는 무궁무진하다. 중요한건 우리는 방치했고 그들은 이야기를 토대로 하여 다른 형태로 문화의 가치를 재창출했다는 점이다.
 세번째 썰렁 시리즈는 파리의 「미라보 다리」다. 센강을 가로지르는 다리는 수없이 많다. 이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다리는 프랑스와 러시아의 우호관계를 다지는 뜻으로 만들었다는 「알렉산더 3세의 다리」다. 교각마다 정교한 예술작품을 새겨 놓아 아름답기 이를데 없다.
 그런데 이 다리를 제쳐두고 「미라보 다리」를 꼽는 것은 순전히 예술덕분이다. 아폴리네르의 시에 『미라보 다리 아래로 센강은 흐르고 우리들의 사랑도 흐른다』라는 구절이 이 다리를 그토록 유명하게 만들었다. 막상 미라보 다리엘 가보면 건축학적인 아름다움이 별로 없다.
 청주의 문화간판 스타는 누가 뭐라고 해도 「직지심체요절」과 이를 찍어낸 「흥덕사지」다. 직지는 지난해 세계기록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 우리나라에서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된 것은 여러점이지만 지역의 작품은 직지가 유일하다.
 세계인쇄문화축제를 여는 것도 그런 맥락이며 직지 오페라는 만드는 것도 직지의 세계화를 겨냥한 것이다. 좀 더 욕심을 내자면 직지를 주제로한 대중문화 작품도 나왔으면 좋겠다. 몇년전 「직지의 꿈」이라는 노래가 나오긴 했으나 히트를 치지 못했다.
 로렐라이 언덕처럼, 아폴리네르의 시처럼 직지를 대중에게 가까이 안내하고 더 나아가 세계적 인지도를 높일 방안을 강구해야 할 판이다. 직지의 문화상품 개발도 미진한 상태다. 세계화를 겨냥한 직지의 효율적 상품화가 아쉬운 판에 관리 소홀로 직지관련 상표권마저 확보치 못한다면 무슨 낯으로 후대를 대할 것인가. 비단옷 입고 밤길을 가봐야 누가 알아주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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