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칼럼]권택인 법률사무소 충청 변호사·법무부 교정자문위원

탐정은 의뢰자의 요청으로 사건, 사고, 정보 등을 조사하는 민간 조사원을 뜻하는 말이다. 경찰이나 검찰 수사관과 구별하기 위해 소설 등에서는 탐정 앞에 '사립'을 붙여서 부르곤 한다. 코난 도일의 소설에 나오는 셜록 홈즈나 어린이 만화에 나오는 코난이 바로 사립탐정이고, 그들은 경찰이 해결하지 못하는 미궁의 사건을 해박한 지식과 남다른 분석력으로 곧잘 해결하여 어린이들의 우상으로 군림하고 있다.

사건, 사고에 관한 조사는 국가 경찰등의 국가 조직이 수행하는 것이 바람직하기는 하다. 그러나 빠듯한 국가 재정은 수요자의 요청을 충족하지 못하게 만든다. 변호사를 찾는 많은 의뢰인들이 고소장이나 고발장을 들고 경찰 민원실에 갔다가 증거가 불충분하니 증거를 더 모아서 오라는 핀잔 아닌 핀잔을 듣고 돌아오는 것을 종종 보게 된다.

적극적으로 사건, 사고 정보를 조사하여 수집할 인력이 없는 변호사들로써도 의뢰인이 가지고 있는 증거가 없는 사건을 명쾌하게 해결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탐정은 그러한 공권력의 도움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의 조사수요를 충족해 주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과거 우리나라에는 흥신소법이라는 것이 있어서 흥신소가 개인의 신용조사와 관련한 탐정 유사한 업을 영위할 수 있었으나 법령의 개정에 따라 금지되었다. 현재는 누구라도 정보원, 탐정 그 밖에 이와 비슷한 명칭을 사용하면 형사처벌을 받게 된다. 무분별한 정보수집의 위험에서 개인의 사생활을 보호하기 위함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OECD 가입국 중 탐정관련 법제를 갖지 못한 유일한 국가이다. 전통적으로 개인의 사생활을 중시여기는 국가인 영국과 미국에도 사설탐정제도가 활성화되어 있다고 한다. 이를 생각하면 사립탐정제도의 도입이 사생활 침해를 가져올 것이라는 우려는 법제의 정비와 사후 관리로 충분히 불식시킬만하다는 생각이다. 더욱이 공권력의 사각지대에 놓인 개인의 권익구제가 효과적으로 될 것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탐정제도의 도입을 적극 고려해 볼만하다.

특히 우리와 사법제도가 비슷한 일본의 경우에도 수만명이 넘는 사립탐정이 기초 조사과정이나 증거수집활동을 활발히 하고 있고, 심지어 몇몇 대학에 탐정학과를 두어 전문 탐정을 배출하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는 탐정을 허용하지 아니하여 사실상 변호사들만이 자신의 수임사건에 한해 법률관계에 대한 조사할 수 있는 법적 권한이 있다. 하지만 그조차도 여러 법률의 제한으로 조사의 범위는 외국의 탐정에 비해 매우 한정적이다.

특정 분야에 수요가 있으나 국가제도가 이를 허용하지 아니하면 암시장이 형성되기 마련이다. 당연한 귀결로 현재 불법인 민간차원의 불륜조사나 소재지 탐문, 증거확보를 위한 미행 등을 하는 불법 흥신소가 암암리에 성업하고 있다. 그와 같은 탐정의 수요에 부응하기 위해 2007년 '공인탐정법'이 국회에서 발의된 적이 있으나 여러 가지 이유로 끝내는 입법되지 않았다.

형사 관련 조사는 그나마 경찰 등의 도움을 기대할 수 있지만, 민사와 관련하여서는 법의 테두리 내에서 본인 스스로 조사를 하던지 제공받은 한정적인 증거에만 의존하는 변호사에 의지하여 법적 구제를 도모할 수 밖에 없는 구조이다. 마음 같아서는 필자가 직접 좀더 세심한 조사를 해서 억울한 분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어 드리고 싶지만, 법 때문에 그리고 변호사에게 주어지는 사건당 시간의 제약 때문에 의뢰인이 바라는 시원한 사건해결을 못하고 있는 측면도 있다.

인터넷에 검색해 보니 탐정을 예전에는 염탐꾼이라 했고, 전쟁 중에는 밀정(密偵)·간첩·스파이로 불린다고 한다. 매우 부정적인 뉘앙스이다. 남의 뒤를 캐고 다니는 직업이 일반인의 시각에서는 곱게 보이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세상은 하루가 다르게 복잡해지고 있고, IT기술이 발전하면서 교묘한 범죄나 민간인이 입증하기 어려운 복잡한 권리분쟁이 많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경찰이나 사건 당사자가 전문성을 보완할 필요성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만큼 커졌다.

정부에서는 2014년 3월 사립탐정을 새로운 직업으로 육성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조만간 관련 법제가 완비되어 한국의 명탐정이 탄생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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