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칼럼] 권택인 법무법인 충청 변호사

우연의 일치일지는 몰라도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3' 이라는 숫자는 매우 신령스럽고 완전한 숫자로 인식된다. 서양의 가톨릭 문화에서는 3이라는 숫자를 성부, 성자, 성령의 3위 일체의 완전성을 상징한다고 여기고 있고, 동양에서는 숫자 1은 양(+)을 뜻하고 숫자 2는 음(-)을 뜻한다고 생각하여 양과 음의 합인 3을 완전한 수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특히 숫자 3이 가지는 특별한 의미는 동서양의 여러 신화에서도 나타나는데, 우리나라 단군신화에서는 환인, 환웅, 단군을 3신으로 모시고 있고, 그리스 신화속 제우스도 자신은 하늘, 하데스는 지하, 포세이돈은 바다로 3등분하여 세상을 지배하였다고 전해진다.

또한 많은 건국 설화 속에는 대부분 3명의 신이 등장하거나 3명의 충직한 부하가 등장한다. 예컨대, 우리나라 건국신화에서는 풍백(風伯), 우사(雨師), 운사(雲師) 라는 삼신과 함께 신시에서 세상을 통치하였다고 하고, 중국 건국신화에서는 수인씨, 복희씨, 신농씨 3신이 중국 고대국가를 건국하였다고 전해지며, 고구려 백제의 건국에도 세 명의 충직한 부하들이 등장하며, 신라도 박, 석, 김 3성이 등장한다.

숫자 3은 단지 사람의 믿음속에 심리적 안정감으로 다가온다거나 신화 속에서 신령스러운 의미를 부여하는 역할뿐 아니라, 현실적·논리적으로도 특별한 의미와 유용함을 가지고 있다.

하나의 주장인 정(正)과 그에 대응하는 반주장인 정(正)에 모순되는 다른 주장인 반(反)이, 더 높은 종합적인 주장인 합(合)에 통합되는 과정인 변증법 논리의 3단계가 가지는 의미는 역사의 발전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특별하고, 실생활 속에서 순환적인 상호구속으로 적절한 견제와 균형을 통해 치우치지 않는 승부의 룰로 효과적으로 기능하고 있는 가위바위보 게임도 특유의 3각 구도에서 그 가치를 찾을 수 있다.

이렇게 숫자 3은 논리나 실생활속에서 각 세력의 견제와 균형을 통해 통합에 이르는 길을 의미한다. 그러한 견제와 균형, 상호구속의 틀이 주는 아름다움은 국가구성 원리인 3권 분립에서 그 정점을 이루게 된다.

헌법에 보장되어 있는 3권 분립의 원칙은 국가 통치권력을 그 기능에 따라 입법ㆍ행정ㆍ사법 셋으로 나누고 그 셋의 상호 견제를 통해 국가의 부당한 권력으로부터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게 만든다.

그런 의미에서 국가구성 원리의 측면에서 3은 견제와 균형을 통한 국민의 자유와 권리 보호를 상징한다.

이는 대법원 판례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데, 대법원에서는 "대한민국 헌법은 국가권력의 남용으로부터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보호하려는 법치국가의 실현을 기본이념으로 하고 있고 자유민주주의 헌법의 원리에 따라 국가의 기능을 입법 행정 사법으로 분립하여 견제와 균형을 이루게 하는 권력분립제도를 채택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우리나라는 대통령중심제를 택하고 있다. 대통령은 대외적으로 국가를 대표하는 국가원수 지위를 지니고 있으나, 대내적으로는 행정의 최종결정권을 가지고, 집행부 구성원을 임면하는 행정부 수반의 지위를 갖게 된다. 즉 내치에 있어 대통령은 3권 분립에서 그 일각인 행정의 책임자에 불과해 헌법적으로 입법부·사법부의 장과 동렬에 위치하는 수평적 지위를 갖게 된다.

대법원 판례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국가의 존재이유는 국민의 자유와 권리의 보호에 있고, 이를 실천하기 위해 국가 권력을 셋으로 나누어 서로 견제와 균형을 이뤄 국가권력의 남용을 억제하도록 하고 있으며, 이는 헌법으로 보장되고 있다. 하지만 요즈음 정치판은 행정부 수반의 심기에 입법권이 굴복하는 모양새다.

로마 공화정 말기에는 3두정치가 행해지다 결국 3두정치의 균형이 무너지자 공화정 역시 무너지고 황제가 통치하는 제정(帝政)이 시작되었다. 21세기에 대한민국이 형식적으로 왕국이 될 리는 만무하다.

그러나 하나의 권력주체가 행정과 입법을 아우르게 된다면 이는 실질적 왕정의 다름 아니다. 대한민국 정치에 실질적 '3'의 회복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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