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도 폭염속 화재진압 '땀샤워'
'사람 살리겠다' 신념으로 버텨
방화복도 역부족 … 119대원 탈진

6일 청주 광덕사 화재를 진압하기 위해 출동한 동부소방서 김태환 구조대원이 무더위에 탈진해 응급처치를 받고 있다. / 신동빈

"광덕사에 불이 났어요. 건물 안에 사람이 있는데 살려주세요."

6일 오후 2시 15분께 한 여성이 다급한 목소리로 119에 신고했다. 청주시 상당구 우암산 산자락에 있는 광덕사에서 불이 났다는 신고다.

청주동부소방서 소방대원 40여 명과 소방차 16대가 현장으로 출동했다. 하지만 화재 현장을 약 1㎞를 앞두고 한 골목 앞에서 소방차량들이 멈춰섰다. 매우 좁고 구불구불한 산길을 커다란 소방차량이 접근하긴 쉽지 않았다. 결국 소방 대원들은 20㎏이 넘는 소방장비를 착용한 채 뛰기 시작했다.

"사람이 건물 안에 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고 한다."

무전기로 이 내용을 전달받은 소방대원들은 가파른 언덕이었지만, 최대한 빨리 몸을 움직였다. 이마에선 땀이 흘러내리기 시작했고 순식간에 온몸을 적셨다. 이날은 청주를 비롯해 도내 전역에 폭염특보 내려져 낮 최고기온은 35도 가까이 올라갔다.

무더위 속에서 방화복을 입고 무거운 장비를 걸친 소방관들은 오로지 사람을 살리겠다는 신념으로 달려 화재현장에 도착했다.

화재를 늦게 발견한 것인지 불길은 이미 건물을 집어 삼켰다. 소방관들은 재빨리 소방호수를 연결해 화마와 싸웠다. 무더운 날씨와 화재의 열기가 더해지자 사찰 주변은 마치 '지옥불'을 뿜어내는 듯 했다. 외부 열을 차단하기 위해 착용한 방화복으로도 그 열기를 막는데 역부족이었다.

오히려 방화복은 오르막길에 이어 곧장 화재진압을 벌인 소방대원들의 열기를 가둬 더욱 지치게 했다. 이런 악조건도 잊은 채 소방대원들은 40분에 걸친 진화작업 끝에 불길을 잡아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건물 안에 있던 60대 남성은 이미 숨져 있었다.

이 과정에서 청주동부소방서 중앙119안전센터 김태환(31) 소방사가 '탈진'해 쓰러졌다. 평소 체력관리를 꾸준히 관리해오던 그였지만, 펄펄 끓는 더위와 화재 열기 앞에서는 속수무책이었다. 다른 소방대원들도 불길이 잡히고 나서야 방화복을 벗고 바닥에 주저앉아 지친 몸을 추스렀다.

현장을 지휘하던 이지영 지휘부장은 "무거운 장비를 착용하고 언덕길을 달려올 수 있는 것은 소중한 생명을 구하겠다는 굳은 신념이 있어 가능했다"면서 "다만 불길이 이미 번진 상태에서 신고가 접수돼 소중한 생명을 구하지 못해 안타깝다"고 아쉬움을 전했다. / 김재민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