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칼럼] 권택인 법무법인 충청 변호사, 법무부 교정자문위원

거짓말을 하면 코가 길어진다. 이탈리아 동화작가 카를로 콜로디의 동화 피노키오의 설정이다. 그리고 아마도 이것은 거짓말 탐지기를 접하는 첫 경험이 될 것으로 짐작된다. 연구에 의하면 실제로 거짓말을 하면 코의 혈관 조직이 일시적으로 팽창하여 코가 간지러워지는 일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한다. 또한, 거짓말을 하면 긴장과 불안감에 자율신경계의 변화가 나타나 혈압이 상승하고, 입이 마르며, 얼굴이 붉어지거나 식은땀이 흐르는 등의 신체반응이 일어나는데, 이러한 반응들을 기계적인 방법으로 수치화하여 거짓말을 탐지할 수도 있다고 한다.

요즈음은 인터넷만 검색해도 이같은 반응을 간단히 측정하는 놀이기구를 판매하고 있고, 장난감 거짓말 탐지기를 이용해 TV 연예 오락프로그램에서 사람의 속내를 밝혀내어 웃음의 장치로 활용하기도 한다. 진실은 본인과 신만이 알고 있겠지만, 그러한 장비를 가지고 사람의 마음을 추측해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참으로 기특한 도구가 아닐 수 없다.

동화속의 이야기를 현실에서 만나는 것, 그리고 그 만남이 덜 진지해서 그 결과를 그냥 웃어넘기면서 받아들이는 일은 참 유쾌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이런 유쾌함과 달리 역사속 거짓말 탐지는 때로는 비과학적인 방법으로 시행되었고, 매우 참혹한 결과를 초래해 왔다는 점에서 현실의 거짓말 탐지기는 유쾌하게만 받아들이지만은 못할 것 같다.

역사 속에서의 최초의 거짓말 탐지기는 물이었다. 마녀사냥이 횡행하던 중세시대에는 마녀를 색출하기 위하여 마녀로 지목된 자에게 마녀인지 여부를 질문하고, 지목된 자가 "맞다"고 하면 마녀이기 때문에 살해당하고, "아니다"라고 하면 그 거짓여부를 판별하기 위해 마녀로 지목된 자를 물에 빠뜨렸다고 한다.

중세의 믿음은 물은 깨끗한 속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마녀 혐의자를 단단히 묶고 깊은 물에 빠뜨리면 마녀일 경우에 악마의 도움으로 물밖으로 내보내지게 되어 마녀가 아니라는 대답이 거짓임이 밝혀져 살해당하게 되고, 마녀가 아니라면 악마가 돕지않아 그대로 익사하게 된다. 이래저래 마녀로 지목된 자는 죽임을 당한다.

설마 중세인들은 물이 마녀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고 믿었는지는 알 길이 없지만, 마녀로 지목된 자는 어쨌든 죽는다는 당연한 사실을 몰랐을 리 없었을 것이다. 결국 민심을 위해서 죽어야 할 자를 마녀로 지목한 후 그럴싸한 이유를 붙여 살해하기 위한 수단으로 물 거짓말 탐지기가 악용되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열 명의 범죄자는 놓쳐도 한명의 억울한 사람을 만들지말라"는 현대 형사법제의 당위명제가 있다. 그럼에도 현대 과학이 더이상의 의문없는 영역에 다달아 누군가의 거짓말을 100% 탐지할 수 있다면 모르되, 그렇지 못함에도 불완전한 거짓말 탐지기가 유죄의 형사판결을 이끌고 그에 따라 형벌이 부과된다면, 이는 정도의 차이만 있을뿐 중세의 마녀재판이 가진 문제와 유사한 비난이 가능할 것이다. 그럼에도, 현재 수사단계에서 거짓말 탐지기가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으며, 검사 결과가 '거짓'일 경우 자백을 강요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고 한다. 또한 조직에서는 내부 고발자를 찾기 위해 거짓말 탐지기 전수검사를 실시하여, 검사에 불응하는 자는 의심자로 분류되어 특별 관리하고 있다고 하니 거짓말 탐지기의 불확실성에 비해 활용도는 매우 큰 편이라고 할 수 있다.

다행히 우리나라 법원에서는 사실상 거짓말 탐지기 결과를 유죄의 증거로 채택하지 않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간혹 거짓말 탐지기의 높은 신뢰도를 인정하여 피검자가 "검사에 동의"하였을 경우 정황증거로서의 기능을 인정하고 있다.

그런 이유에서 보다 많은 증거를 확보하기 위하여 수사기관은 범죄를 부인하는 피의자에 대하여 거짓말 탐지기를 해보겠냐는 권유 아닌 권유를 하는 경우가 있다. 거부하자니 의심이 깊어질듯하고, 응하자니 긴장한 탓에 진실을 말했음에도 거짓반응이 나오는 수모를 받을 가능성이 있으니 대부분의 일반인은 그 권유 자체가 난감하기 그지없다. 그럴 땐 당당히 말하자. "싫다"고, "결과가 진실이든 거짓이든 신뢰하지 못하겠다"고, "그 권유 자체가 불쾌하다"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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