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칼럼] 권택인 법무법인 충청 변호사, 법무부 교정자문위원

"time is money." 시간은 돈이다. 이 격언은 미국 독립선언서의 기초를 작성한 벤자민 프랭클린의 일화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프랭클린이 서점의 점원으로 있을 때, 손님 한사람이 책값을 물었는데, 프랭클린은 5달러라고 대답했다.그 후 손님이 잠시 서점을 나갔다가 다시들어와서 다시 그 책값을 물었더니, 책을 읽고 있던 프랭클린이 6달러라고 대답했다. 손님이 아까는 5달러였다가 지금은 6달러라고 하냐고 되묻자, "Time is money"라고 대답했다는데서 유래했다. 자신이 책을 읽는 시간은 소중하다는 의미였다.

그리고, 이 격언만큼 세계적으로 유명하고 보편적으로 옳다고 받아들여지는 격언도 별로 없으니 그다지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이 말을 하는 사람에 따라 그 의미와 분위기는 사뭇 달라지는 특징이 있는 것 같다. 예컨대, 기업을 경영하는 사람이 이 말을 하게 되면 매우 열정적으로 자신의 일에 몰두하는 느낌을 주지만, 변호사가 그 말을 하게 되면 변호사 보수와 연관되어 매우 돈을 밝히는 느낌을 줄 것으로 생각된다. 물론 후자의 경우 변호사가 사건을 처리하는데 소요되는 시간도 고려하여 보수를 책정하므로 크게 잘못된 생각은 아닌 듯하다.

이른바 타임 차지(Time charge)가 바로 그것이다. 타임 차지는 변호사 일하는 시간당 요금을 정해놓고 일한 시간에 비례하여 변호사에게 보수를 지급하는 방식을 말한다. 그 경우 정말 변호사의 시간은 돈이 된다.

우리나라도 큰 법무법인의 경우 자문 업무를 수행하면서 타임 차지 방식을 이용하곤 한다. 필자가 대기업 법무팀에서 근무하면서 본 법무법인의 자문비용 청구서에는 업무를 담당한 변호사들의 이름과 직위 그리고 요율과 일한 시간과 일한 내용이 빼곡히 기재되어 있었다. 이렇게 시간이 돈으로 환산된 청구서를 보면 변호사의 시간이 곧 진짜 돈이라는 것이 왠지 야박해 보이지만 사실은 사실인 듯하다. 그러나, 변호사 시장이 포화되어 있는 지금 법률상담에 상담료를 요구하는 간 큰 변호사는 별로 많지 않다. 대부분의 의뢰인이 지인이거나 지인에게서 소개를 받고 오는 사람들이어서 오랜 시간 상담해주고서도 그에 대한 대가를 요구하기가 쉽지 않고, 상담을 받은 분들은 변호사로부터 지식을 얻는 것에 비용을 지불하는 것이 생소한 까닭이다.

지인이 음식점을 개업하면 일부러 찾아가 매상을 올려주는 것을 미덕으로 하고 있음에도, 변호사의 상담에는 그런 미덕의 적용이 없는 것이 한편으론 안타깝기도 하다. 비단 변호사가 법률상담을 위해 투자한 시간은 상담을 위해 직접 대면한 시간만이 아니다. 변호사가 되기 위해 공부한 오랜 시간, 변호사가 되어서도 지식을 업데이트하는 시간 그리고 그 시간을 위해 다른 돈벌이를 포기한 시간이 모두 재료비(?) 혹은 원가(?)에 포함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변호사는 변호사 자격을 취득하기 전부터 그리고 그 이후에도 변호사라는 자격 자체가 사회적 자본이 되므로, 공익을 위해 일해만 한다고 배운다. 실제로 법으로 공익의무를 규정해 소정의 시간을 봉사할 것을 명받고 있는 거의 유일한 직업군이기도 하며, 변호사는 상인이 아니므로 상인의 방법으로 자신을 마케팅하는 것도 금지되어 있기도 하다. 그 점을 생각해보면 변호사의 시간은 변호사 개인만의 시간이 아닌 사회구성원의 시간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모든 이에게 시간이 소중하겠지만, 변호사의 시간은 개인의 시간임과 동시에 사회의 것이어야 하니 더욱 소중히 쓰여져야 한다는 생각이다.

어쩌면 변호사의 시간을 떠올리는 많은 분들은 변호사라고 하면 커피 한잔의 여유나 세련된 옷차림의 스마트한 동료 변호사들과의 상류계층에서나 볼 수 있는 유쾌하면서 쉬크한 대화 나누는 모습을 상상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사실 밤새 격무로 충혈된 눈에 구겨진 옷을 입고 김밥으로 급히 점심을 때우면서 사건에 대한 의견을 서둘러 교환하다 법원으로 허겁지겁 뛰어가는 모습이 차라리 흔한 풍경이다. 시간이 돈이라면 변호사의 시간은 자신의 돈이기도 하고, 의뢰인이 부담하는 돈임과 동시에 사회의 것이기도 하니 어찌 허투루 쓸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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