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 여풍(女風) 당당
법조 여풍(女風) 당당
  • 중부매일
  • 승인 2015.11.19 2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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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칼럼] 권택인 법무법인 충청 변호사, 법무부 교정자문위원

최근 부장판사 진급을 앞둔 어떤 판사가 "부장판사가 돼서 재판부에 여성 배석판사가 오면 문제가 되지 않을 정도만큼의 성추행 같은 행동이라도 해서 배석을 남자판사로 바꾼 뒤 저녁에 함께 술을 마시겠다"는 취지의 농담을 한 사실이 여성 판사 사회에 알려지면서 해당 판사는 큰 곤욕을 치렀다.

추측건대 그 판사는 법원의 여풍(女風)에 개인적인 불편함이 생긴 것을 농담으로 표현했을 것이 분명하지만, 동료 여성판사들이 함께 있는 자리에서 성차별적인 내용이 포함된 농담을 한 것 자체가 매우 부적절한 것은 분명하다. 얼마전까지 절대적 다수로 누리던 다수의 혜택에 대한 잘못된 향수로부터 비롯된 것임을 생각하면 더욱 그러하다.

합의부 부장판사들 사이에는 젊은 남성 배석판사를 배치받으려면 3대가 덕을 쌓아야 한다는 농담아닌 농담이 있다. 물론 남자 판사들의 능력이 여성 판사들에 비해 뛰어나서가 아니라 그만큼 젊은 남자 판사가 드물어졌다는 이야기다. 요즈음은 어떨지 모르지만, 필자가 기억하는 2010년경 신규 임용 판사 성비는 대략 7대3의 비율로 여성이 압도적이었다.

필자도 그런 법조 여풍현상을 온몸으로 느낀 적이 있다. 형사재판에 변호를 하러 타지의 법원을 방문하여 일찍 도착한 탓에 먼저 방청석에서 재판을 지켜본 적이 있었다. 그런데 가만히 지켜보다 보니 판사도 여성, 검사도 여성이었고, 그곳 국선전담변호사가 여성변호사였는지 대부분의 사건이 여성 법조3륜에 의해 진행되고 있었다. 물론 재판정에는 남성도 보였는데, 그 남성의 신분은 다름아닌 형사 피고인이었다.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법조인인 이태영 선생이 1952년 당시 이승만 대통령으로부터 여성이 판사를 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이유로 판사임용을 거부당한지 어언 60여년이 흐른 현재의 우리나라 법정의 모습이다.

이렇게 법조계에서 여성의 비율이 점점 높아진다는 것은, 법조계가 여성들이 가장 성차별을 받지 않는 곳이라는 반증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러한 현상은 그간 남성의 시각이 지배적이었던 법조계가 다양한 시각을 갖게 된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지만, 이제는 다수가 될 여성적 시각에 소수의 남성적 시각이 필요함을 걱정하여야 할 정도이다.

물론 여성 법조인의 진출이 두드러짐에 따라 출산, 육아휴직으로 인한 법원업무 공백이 현실적인 문제점으로 지적되기도 한다. 그런 문제는 바뀐 현실에 맞게 판사를 증원하거나 육아와 업무를 병행할 수 있도록 모성보호를 강화하는 제도개선으로 해결해 나가여야 할 몫이지 보다 많은 판사를 남성으로 충원하여 해결할 일은 절대 아니다.

남자 목욕탕에는 반드시 남자 세신사가 필요하고 여자교도소에는 여자 교도관이 반드시 필요하다. 직업이 성과 연관되어야 하는 대표적인 분야이다. 그러나, 판사 혹은 변호사라는 직역은 딱히 성에 연관하여 뽑아야 할 만큼 성이 가져오는 유의미한 필요성을 찾기는 어렵다.

따라서 그간 남초 사회였던 법조계에서의 뒤늦은 여풍(女風)은 매우 당연한 귀결이고 오랫동안 사회적으로 억압받아 왔던 여성들의 사회적 지위가 상승하였다는 측면에서 보면 어찌보면 바람직하기까지 하다는 생각이다.

필자가 소속된 법인은 여성 변호사를 계속 충원하고 있고, 우리 로펌이 서울의 대형 로펌과 일을 함께 도모할 때도 여성 변호사와 일을 함께 하는 편을 선호한다. 우리 로펌이 여권 신장에 사회적 책임을 부담하는 측면이 아니라 단지 그들이 일을 매우 잘하기 때문이다. 또한 대부분의 의뢰인들은 그들의 업무 역량에 대해 매우 흡족해 한다.

변호사 업무가 강한 근력을 이용하여 진행하는 것이라면 필자도 당연히 남성 변호사를 고용하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변호사는 근력이 아닌 근성으로 승부한다. 남성 변호사가 여성 변호사보다 근성이 있다고 판단할만한 생물학적 근거는 없다. 오히려 보이지 않는 유리 천정을 뚫고 계속 자신을 단련해온 여성 변호사 쪽이 변호사로서의 터프한 근성을 가질 가능성이 높다는 생각이다. 앞으로 더욱 거센 법조 여풍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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