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 인류의 고향으로 인식되고 있는 중국 주구점(周口店) 유적과 북경원인의 발견은 사람의 이빨이 단초가 되었다.
 주구점 유적이 있는 방산(房山)일대는 석회석을 채취하는 탄광이다. 1927년, 탄광의 고문으로 이곳에 와 있던 스웨덴의 지질학자 앤더슨은 주구점 일대를 탐사하다 사람의 세번째 어금니를 발견했는데 이것이 50만년전, 이곳에서 살았던 북경원인의 이빨이었다.
 그후 해부학자인 D·블랙은 이 어금니를 확인하여 어금니의 소유자를 북경원인(시난트로프스 페키넨시스)라 명명했다. 또 쯔단스키와 볼링은 주구점 1지점에서 사람의 어금니를 발견하였고 중국 고고학의 대부격인 배문중(裵文中)은 28살된 성인의 앞어금니와 요골을 찾아냈다.
 사람 이빨의 발견은 가장 중요한 두개골 발견의 전주곡이다. 이빨이 나왔다면 두개골이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것은 신체의 조직중 이빨이 가장 튼튼한 조직이기 때문이다. 표면의 법랑질과 상아질로 구성된 이빨은 씹거나 깨물경우 약 60~70㎏의 힘이 가해지는 위력을 발휘한다.
 주구점에서는 이빨이 발견된 이후인 1929년 12월에 배문중이 북경원인 1호인의 두개골을 찾아내게 된다. 역사적인 북경원인의 발견은 이처럼 이빨로 부터 비롯됐다.
 90년대 초반, 충주의 모 골프장 공사도중 분묘 이장을 하다 조선 중기의 선비 겉옷인 심의(深衣) 등 유의가 다수 발견된 적이 있다.
 이 옷가지는 조선 중기의 복식을 연구하는데 매우 중요한 자료가 됐다. 출토 유의와 더불어 관심을 끄는 대목은 수염, 손 발톱, 이빨 등을 버리지 않고 주머니를 만들어 별도로 매장한 점이다.
 낙치(落齒)라고 쓰여진 주머니에서는 생전에 빠진 이빨을 하나도 버리지 않고 정성껏 챙겨 담았다. 「신체발부 수지부모 불감훼상 효지시야」라는 유교관이 강하게 작용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젖니가 빠지고 영구치가 날때 아이들은 빠진 이를 불에 태우거나 지붕위에다 버렸다. 그렇게 해야만 새 이빨이 예쁘게 난다는 속설이 있기 때문이다. 꿈에 이빨이 빠지면 부모상을 당한다는 얘기도 있다.
 배비장전에서 보듯 조선시대 기녀들은 하룻밤 정표로 남정네의 이빨을 뽑는 관습이 있었다. 애랑에게 홀딱 반해 이빨을 뽑히는 배비장의 처지가 애처롭거늘 보는 사람들은 웃음을 참지 못한다. 과장된 표현이긴 하나 이빨을 자루로 가득 채운 기녀도 여럿이었다 한다.
 개구리 소년이 실종된지 11년만에 유골로 나타났다. 여러 의문중 하나가 이빨의 상당수가 없다는 점이다. 북경에서는 50만년전의 이빨도 출토되는 판인데 불과 11년전의 이빨이 없다는 것은 상식에 맞지 않는다.
 사람이건 짐승이건 이빨은 나이 판단에 기준이 된다. 이빨의 마모나 영구치로의 이갈이 등을 보면 나이를 짐작할 수 있다. 노예시장에서 팔려나간 쿤타 킨테가 이빨 검사를 받는 영화 장면이 눈에 선하다. 개구리소년 사인(死因) 규명에 이빨 행방 규명은 어떤 열쇠가 되지 않을까. lbm@jbnews.com

키워드

#연재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