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조상들은 세계사에서 찾아보기 힘들만큼 바이오 테크를 일찍이 생활화 하였다. 비록 그 원리를 과학적으로 검증하는데에는 미진함이 있었다 해도 효능면에서는 서구 과학을 오히려 앞질러 나간 부분이 꽤 많다.
 선비의 가옥 마당엔 백토를 깔아 다진다. 여름 뙤약볕은 마당 백토에서 1차적으로 굴절되며 부드러워 진다. 툇마루로 살포시 기어 오른 햇빛은 다시 창호지에서 여과되어 방안으로 들어간다. 이렇게 여러번 걸러진 햇빛은 부드러워서 인체에 아무런 해를 미치지 않는다.
 이를테면 자외선 차단효과로 가옥 자체가 이미 여러겹의 선그라스를 뒤집어 쓴 셈이다. 햇빛이 유리창으로 직접 침투하는 서양 가옥구조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토담집 초가(草家)는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하다. 단열, 보온, 제습 효과가 매우 뛰어나다. 요즘 앞다퉈 황토방 바이오 가옥을 짓는 것은 바로 토담집에서 유래한 바이오 공법이다.
 먹거리도 가급적이면 숙성을 시켰다. 대표적인 발효식품이 바로 된장, 간장, 김치이다. 여러가지 이로운 곰팡이균에 의해 숙성된 먹거리는 장(腸)을 깨끗히 해주며 항균, 항암작용도 한다.
 성병에 걸리면 이끼낀 비석을 갈아 먹었는데 이는 플레밍이 발견한 페니실린 성분이다. 설사에는 아궁이의 검정을, 돼지고기 먹고 체한데에는 새우젖을, 변비에는 아주까리 기름을, 숙취에는 콩나물 뿌리를 썼다.
 오늘날에도 숙취에는 콩나물 해장국이 그만 아닌가. 콩나물에 함유된 아스파라긴 산이 알콜분해와 피로회복을 돕는 것이다.
 산짐승이 상처를 입으면 민가로 내려와 된장독을 파먹었으며 불에 데거나 종기가 나도 된장, 간장을 발랐다. 발효식품은 속병을 다스릴 뿐만 아니라 외과약으로도 쓰였던 것이다.
 김치독은 바이오 세라믹 용기다. 외부와 접촉을 차단하지만 공기가 통하는 마법의 그릇이다. 플래스틱 그릇에 음식을 보관하면 쉽게 변질이 되지만 질그릇은 잘 변하지 않는다.
 김장독은 배가 부르다. 독안의 온도를 고르게 하기 위하여 배가 부른 것이다. 냉장고를 이용하고 별별 제품을 써봐도 장꽝에 묻은 오리지널 김장독 김치 맛이 역시 제일이다. 배부른 김장독의 원리를 응용한 것이 오늘날 도시 주부들의 사랑을 받는 김치냉장고이다.
 수천년전부터 만들어진 우리의 질그릇은 이미 바이오 과학을 이처럼 실천해 왔다. 신석기 시대에는 빗살무늬 토기를, 청동기 시대에는 민무늬 토기를 빚으며 무공해 청정 식생활을 이어온 것이다. 오히려 비닐 백, 플래스틱 용기 등이 공해가 되고 있지 않은가 말이다.
 「생명속의 생명을」주제로 내건 2002오송국제바이오엑스포가 한달간의 대장정을 마치고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농경문화, 토기문화가 발달했던 내륙지방에서 생명과학의 불을 지핀 것은 어쩌면 역사의 필연이라는 생각이 든다. lbm@jb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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