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칼럼] 정봉수 변호사

헌법재판소는 2014년 10월 30일에 국회의원지역선거구의 인구편차를 최대 3 : 1로 정한 공직선거법 제25조 제2항 별표1 국회의원지역선거구구역표에 대하여 헌법에 합치되지 아니한다는 결정을 하였다. 헌법재판소는 선거구별 인구편차를 2 : 1 이하로 바꿔야하고, 법적 공백을 우려해 기존 국회의원지역 선거구구역표를 개정 전까지 효력을 유지하도록 하였으며, 그 개정 시한은 2015년 12월 31일까지로 정하였다.

개정 시한은 작년 말까지 이었지만 당시 공직선거법 제24조의2 제1항에 의해 선거구 확정은 선거일 전 1년까지(2015년 4월 12일까지) 확정하여야 했다. 그러나 제19대 국회는 작년 6월19일 공직선거법 부칙개정을 통해 국회의원선거구획정위원회를 설치하여 국회의원선거구확정안을 4.13 총선 전 6개월까지 국회의장에게 보고하도록 하였고, 국회는 공직선거법 제24조의2 제1항에도 불구하고 4. 13총선 전 5개월까지(2015년 11월 12일까지) 확정하도록 하였다.

하지만 제19대 국회는 확정시한까지 국회의원지역선거구를 확정하지 못했다. 게다가 헌법재판소가 헌법불합치결정을 하면서 정한 개정시한인 작년 12월31일도 지키지 못했고 4.13총선이 얼마 남지 않은 지금도 여전히 불확정의 상태로 남아있다.

헌법 제1조 제2항은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왕의 것도 아니고, 어느 누구 소수의 것도 아닌 대한민국 국민의 것임을 우리 헌법은 선언하고 있는 것이다.

국민에게 주권이 있다함은 국민이 국가의사를 최종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최고 권력인 주권을 보유한다는 의미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쯤에서 의회민주주의에 의문을 갖게 된다. 국민이 대한민국의 주인인데 주권을 위임 없이 직접 통치하고 이에 국민이 지배받는 직접민주제의 가능성은 없는 것일까?

헌법학자들은 직접민주제를 가장 이상적인 통치 제도로 보고 있다. 다만, 현실적 불가능으로 인해 차선책으로 간접민주제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고 서술하고 있다. 현실적 불가능이란 직접민주제를 시행하기 위한 몇몇 전제조건의 불가능을 의미하는데 그 전제조건은 첫째 국민전체의 이익을 우선시키는 합리적이며 이성적인 판단을 내릴 수 있는 국민이 존재해야 한다는 것이고, 둘째 다양한 국민의 이해관계를 효율적이며 신속하게 결정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의 존재를 말한다.

그런데 이런 전제조건들이 현재 대한민국에서 불가능하다는 것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국민은 최단기간에 민주화를 이뤄냈고, 문맹률은 0%에 가까우며, 대학진학률은 70%를 넘어서고 있다. 설령 대학에 진학하지 않았어도 대다수의 국민은 정치적 식견과 사회에 대한 관심이 높다. 따라서 더 이상 우리는 비합리적이며 비이성적인 국민이 아니다.

인터넷 보급률은 OECD국가 중 최근까지 1위를 차지했고, 정보의 공유에 취약했던 예전과 달리 SNS와 스마트폰은 신속한 정보교환과 토론을 가능하게 하여 효율적으로 정책을 결정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 헌법 제40조에"입법권은 국회에 속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국회에 입법권이 있다는 의미인데 법률을 만드는 국회가 그 법률을 지키지 못하고 있다.

직접민주주의를 불가능하다고 가정하고 대안으로 선택된 국회가 국민전체의 이익을 우선시키는 합리적이며 이성적인 판단을 내릴 수 있는 국회인가? 다양한 국민의 이해관계를 효율적이며 신속하게 결정할 수 있는 국회인가? 이 의문에 "그렇다."라고 답할 용기가 나지 않는다. 직접민주정치를 실현하는데 걸림돌이 되는 전제조건들의 불가능성이 약화되고, 국회조차 그 전제조건의 덫에 걸려있다면 대한민국에서 정책을 제안·결정·집행하는 과정에 국민이 직접 참여 못할 바는 아니다.

이제 직접민주주의는 더 이상 理想의 영역에 놓을 것 없이 현실의 영역에서 그 실현방안을 모색할 대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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