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칼럼] 정봉수 변호사

정봉수 변호사

요즘 우리는 웬만한 경구에는 감동하지 않는다. 무언가 우리의 오감이나 이성을 자극하는 것으로는 부족하고, 우리의 오감을 강타하거나 이성을 난타해야 호기심을 갖고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대체로 우리의 이성을 난타하는 말은 반어적이거나 역설적 조어법(造語法)을 통해서 탄생하는 경우가 많다.

얼핏 들어보면 반대되는 뜻을 가진 단어의 나열에 혼란을 느낄 수 있으나, 이러한 조어법이 나름 논리를 갖고 복잡해진 현대 사회를 설명해내기도하고 알기 어려운 정부의 정책을 대변하기도 한다.

예전에 시나 소설에서 접할 수 있었던 "찬란한 슬픔의 봄"과 같은 표현들이 최근에 들어서는 "이기적 이타주의"같이 현실에서 어떤 사실을 설명하거나 정책을 알리는 표제어로 강력하게 우리의 가슴과 머리를 두드린다.

'이기적 이타주의'란 프랑스의 경제학자 자크 아탈리가 정보화 사회가 도래하면서 세상은 이타주의자들이 지배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한 데서 비롯된다. 자크 아탈리가 이타주의를 강조한 이유는 고전주의 경제학의 기본 전제인 이기적인 인간에 대한 반동이라고 할 수 있다.

고전주의 경제학의 원조인 아담 스미스는 국부론에서 "사람은 누구나 생산물의 가치가 극대화되는 방향으로 자신의 자원을 활용하려고 노력한다. 그는 공익을 증진하려고 의도하지 않으며 또 얼마나 증대시킬 수 있는지도 알지 못한다. 그는 단지 자신의 안전과 이익을 위하여 행동할 뿐이다. 그러나 이렇게 행동하는 가운데 '보이지 않는 손'의 인도를 받아서 원래 의도하지 않았던 목표를 달성할 수 있게 된다. 이와 같이 사람들은 자신의 이익을 열심히 추구하는 가운데서 사회나 국가전체의 이익을 증대시킨다"고 서술했다.

아담 스미스는 모든 사람이 자신의 처지를 개선하려고 하는 이기심에 따라 행동하면 '보이지 않는 손' 에 의하여 모든 경제활동이 조정되고 국가 전체의 부가 증가한다고 보았다.

이러한 인간의 이기심은 '이타화 된 이기주의'정도로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그에 반해 자크 아탈리는 현대에는 재화의 희소성과 인간의 이기심보다는 다수의 풍요로움과 정보화가 경제의 기본적 전제로 자리하고 있다고 본다. 그는 "지식을 많은 사람이 공유할수록 이익이듯 많은 사람이 지식을 소유하고 네트워크를 구축하면 모두에게 도움이 된다"고 말하면서 '고급 자동차를 혼자 소유하고 있는 것이 좋았지만, 좋은 휴대폰은 혼자 갖고 있어도 아무 소용이 없다'는 예를 들었다.

중부매일이 지난달 말 주최한 2016 경제컨퍼런스에서 정운찬 전 국무총리는 동반성장을 주제로 강연하면서 자크 아탈리를 인용하며 21세기가 '이기적 이타주의'의 시대가 될 것이라고 하였다.

그는 빌 게이츠나 워런 버핏 등 서구의 부자들은 지속적으로 돈을 벌기 위하여 이타주의를 발휘하여 재단을 만들어 그들의 재산을 기부하거나 부의 사회 환원을 통하여 사회의 안정을 도모하고 있다고 강조하였다. 우리나라의 대기업이 살아남으려면 대기업의 초과이익을 중소기업과 나눠야 하며 이는 '이기적 이타주의'에 의한 동반성장 방법이라고 하였다.

비록 이기심에서 시작된 이타주의라도 같이 잘 살 수 있다면 우리는 고마울 뿐이다. 동반성장, 녹색성장, 증세 없는 복지, 경제민주주의, 한국형 양적완화 등 역설적이거나 반어적인 조어법에 의해 만들어진 용어들이 이해 할 수 없는 말들의 성찬이면 어떤가?

우리는 단지 우리나라가 잘 살고 우리가 모두 같이 잘 살면 고마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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