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아낙네]

 라일락 꽃향기 흩날리고 산과 들이 초록으로 물들어 가는 5월! 시골집 장독대에 찾아온 봄은 장 익는 달큰한 풍미와 맑은 갈색빛 장이 익어가는 모습이 기가 막히게 예쁜 계절.

 시골 사람들에게 '봄' 이라는 계절은 하루 24시간이 어찌 지나는지 모르게 정신없이 바쁘고 하루 해가 너무나 짧기만 한 시간이지만 가끔은 산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섞여 코끝을 간지럽히는 조팝꽃 향기에 행복하고. 그렇게 바쁘고 짧아서 더욱 안타깝고 애틋한 그런 계절이기도 합니다.

 그 계절에 시골아낙네는 올해도 어김없이 60일을 꽉 채워서 장 가르기를 합니다. 해마다 이맘때는 시골에서 가장 바쁜 시기입니다. 지난 주말 장 가르는 날, 남편은 스무살 태국 총각 한 명을 데리고 인삼밭에 씨앗 보식하느라 정신없이 바쁩니다.

 장 담그기나 장 가르기의 시작은 항아리 준비부터. 시골집 된장 만들기 준비물은 표고버섯, 양파, 다시마, 고추씨가루입니다. 말린 표고버섯은 물에 잘 씻어서 양파랑 온갖 재료들을 몽땅 넣고 은근한 불에 팔팔 끓여서 체에 걸러 식혀놓으면 준비 끝.

 시골집 된장 찾는 분들께 맛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에 지난해에는 조금 욕심내서 메주를 좀 과하게 쑤었습니다. '항아리 하나 비운 것이 이렇게나 많다' 해서 재료는 항아리 하나 분량. 결국 한 번 더 똑같이 끓여서 식혀서 두 번째 항아리 작업했습니다. 메주를 건져내고 남은 장물을 체를 받치고 고운 천을 깔아 걸러주면 그것이 바로 간장입니다. 건져낸 메주에 고추씨가루 넣고 표고버섯 끓인 물에 소금 진하게 풀어넣고. 간장도 아깝지만 두세 바가지 넣어주고, 부드럽게 되도록 조물락 조물락. 손목이 아프도록 곱게 치대서 항아리에 담아주면 된장 만들기 끝입니다. 마무리로 마르는 것을 방지하고 벌레가 들어가지 못하도록 항아리 위에 비닐을 깔고 소금을 얹어주면 완성입니다.

 이렇게 해서 시골집 장독대에 항아리 몇 개가 또 늘었습니다. 해마다 장 담그기, 장 가르기를 하면서 또 이렇게 작지만 조금씩 늘어가는 항아리를 보면서 시골살이의 또 다른 작은 행복을 맛보는 시골아낙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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