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수나무]

모든 사람의 만류에도 이 눈부신 복숭아밭으로 돌아오신 할아버지. 피와 땀으로 일궈온 복숭아 농장. 그곳에서 자녀들이 자라고 그 열매로 학교도 보내고 그렇게 해준 복숭아밭에서 꽃을 솎아주고 계신 할아버지께는 이 순간보다 더 행복한 것이 없을 것입니다.

집 주변에는 복숭아 농장이 참 많습니다. 2년 전 카메라를 들고 집 주변을 다니다가 복숭아꽃이 만발한 농장을 찾아 들어갔습니다. 복숭아 꽃 눈부심에 행복해하면서 할아버지께서 일하시는 곁으로 가 "사진 좀 찍어도 돼요?"하고 여쭸습니다.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이시는 할아버지 곁에서 복숭아꽃을 찍는데 집안일을 마치신 할머니께서 나오셨습니다. 할머니께서는 할아버지께서 일하지 말라는데도 일을 하신다며 한탄을 하셨습니다. 이유인즉, 할아버지께서 암에 걸리셨는데 며칠 전에 서울의 병원에서 퇴원을 하셨답니다. 자꾸만 집에 가신다고 고집을 부리셔서 집에 왔는데 자꾸만 복숭아밭에 나와 꽃을 솎으며 일을 하신다고…. 할아버지께선 평생 복숭아 과수원을 하고 자녀들 잘 교육시켜 안정된 직장도 다니며 경제적으로도 넉넉하셔서 부러울 것이 없는 분이셨습니다. 이제 그런 안락함을 누리며 여생을 보내실 즈음, 덜컥 암의 덫에 걸리신 겁니다.

대부분 일하시는 우리네 어른들은 병이 늦게 발견돼 병원 치료는 크게 기대할 바 못되고 맙니다. 할아버님은 봄이 오고 집의 농장에 복숭아꽃이 눈부시게 피어있으며 할 일도 태산이기에 집에 가고 싶으신 것은 당연한 일이겠습니다. 눈부신 농장과 주렁주렁 복숭아가 탐스럽게 달리는 고향집. 모든 사람의 만류에도 이 눈부신 복숭아밭으로 돌아오신 할아버지. 젊은 시절부터 피와 땀으로 일궈온 복숭아 농장. 그곳에서 자녀들이 자라고 그 열매로 학교도 보내고 작으나마 건물도 마련하고 그렇게 해준 복숭아밭에서 꽃을 솎아주고 계신 할아버지께는 이 순간보다 더 행복한 것이 없을 것입니다.

일을 하다가 힘이 드시면 의자에 앉아 쉬시다가 다시 꽃을 들여다보시고. 그럼에도 얼굴엔 평안함이 감돌았습니다.

올해에도 할아버지 복숭아 농장에 갔습니다. 할머니께서 아드님과 자부님과 함께 복숭아꽃을 솎아주고 계셨습니다. 할머니께 할아버님 안부를 여쭤보니 할아버지께선 그해에 돌아가셨답니다. 할아버지께서 평생 일구신 복숭아꽃은 활짝 피어나고 여전히 눈부시게 아름다웠습니다. 이젠 복숭아꽃을 보면 늘 농장의 할아버지 생각이 날 것 같습니다. 복숭아꽃 환한 이곳 어디에 접화를 하고 계신 할아버지께서 계실 것만 같았습니다.http://blog.naver.com/eogyes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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