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칼럼]정봉수 변호사

영국 축구리그인 프리미어리그에서 레스터시티FC가 2015-2016시즌 우승을 차지했다. 영국의 축구리그는 프로리그와 아마추어리그를 합해서 24부 리그까지 있다. 그 중 프로 리그는 15부까지이다.

그야말로 영국에는 축구 종주국다운 막강한 선수층이 존재한다. 그 중에서도 최상위 리그는 우리가 잘 아는 프리미어리그이다. 프리미어리그는 20개 축구클럽이 속해있으며, 리그가 끝난 후 하위 3개 팀이 2부 리그로 강등되고 2부 리그의 상위 2개 팀은 프리미어리그로 승격한다.

레스터시티FC는 1884년 창설된 팀으로 2014년 현재 인구 33만인 레스터를 연고지로 하고 있다. 창설 이후 132년이 흐르는 동안 레스터시티FC는 하위리그를 전전했던 별 볼일 없던 팀이었고, 2014-2015시즌에는 지난 시즌에 겨우 올라온 프리미어리그에서 강등될 것을 걱정해야할 정도로 어려운 처지에 놓여있었다.

그런 만년 하위팀 레스터시티FC가 멘체스터 유나이티드, 맨체스터 시티, 첼시, 아스널 등 명문 대형 구단들을 제치고 2015-2016 영국 프리미어리그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레스터시티FC가 보여준 판타지 소설에 세계 축구팬은 물론이고 축구에 별 관심 없는 사람들도 열광한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레스터시티FC가 별 볼일 없는 무지렁이들도 성실하게 노력하면 무엇이든 이룰 수 있다는 희망을 우리에게 주었기 때문일 것이다. 팀 내 스트라이커인 제이미 바디는 5년 전만해도 공장에서 일하면서 주급 5만원을 받고 7부 리그 팀에서 뛰던 선수였고, 잉글랜드프로축구선수협회가 선정한 올해의 선수로 뽑힌 리야드 마레즈는 프랑스 빈민가 출신 알제리 이민자로 2014년 프랑스에서 이적한 무명선수였다.

이탈리아 출신 감독 클라우디오 라니에르의 부드러운 카리스마와 상호 존중에서 나오는 조직력과 단합된 힘이 외인구단을 '공포의 외인구단'으로 변신하게 만든 것이다.

두 번째는 프리미어리그가 그들만의 리그가 아닐 수 있다는 기대를 가질 수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희망의 사다리가 아직도 어딘가는 존재한다는 것을 레스터시티FC가 증명해냈기 때문일 것이다.

지구상의 어느 사회나 국가도 계층이 존재한다는 것을 부인하기는 어렵다는 사실을 전제할 때, 계층이동이 가능한 사다리가 있어야 건강한 사회나 국가가 될 수 있다. 부자만 부자를 낳고, 정치가만 정치가를 낳고, 학자만 학자를 낳는다면 건전한 사회가 될 수 없는 것이다.

우리 대한민국도 건국한지 70년이 되어간다. 두 세대하고도 10년이란 세월이 더 흘렀다. 그 사이 소위 주류라 불리는 그들만의 리그가 실재한다고 믿고 싶지 않다. 지금 대한민국에 희망의 사다리가 실재하고 있다고 믿고 싶다. 튼튼하고 넓은 사다리가 있고, 먼저 오른 사람들이 그 사다리를 걷어차지 않는 책임을 다하고, 누구나 그 사다리를 오를 수 있는 기회가 있는 곳이 대한민국임을 믿고 싶다. 대한민국이 올해의 프리미어리그처럼 그들만의 리그가 아닌 우리들의 리그가 될 수 있음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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