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칼럼]정봉수 변호사

프랑스 국립도서관이 소장하고 있는 '직지심체요절(이하 직지)'의 청주 전시가 무산됐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오는 9월 1일 개막하는 직지코리아 행사에 직지코리아 조직위원회가 프랑스국립도서관이 보유하고 있는 '직지'대여를 추진하려는 노력을 하였으나, 대여에 관한 문제가 이달 말로 예정되어있던 프랑스국립도서관 대여위원회의 안건으로 조차도 상정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직지'의 정식 명칭은 '백운화상초록불조직지심체요절(白雲和尙抄錄佛祖直指心體要節)'로서, 고려 승려 경한(景閑)이 선(禪)의 요체를 깨닫는 데 필요한 내용을 뽑아 엮은 책으로 상하 2권으로 되어 있다. 이 책은 1377년 7월 청주목의 교외에 있었던 흥덕사에서 금속활자인 주자로 찍어냈다고 말미에 기록하고 있고, 이때 간행된 상하 2권 가운데 지금까지 전해지고 있는 것은 현재 프랑스 국립도서관이 소장하고 있는 하권 1책뿐이다.

'청주목외흥덕사주자인시(淸州牧外興德寺鑄字印施)'라는 '직지'하권 말미의 간행지 기록은 그 위치가 어디인지 모른 채 마치 전설처럼 내려오다 1985년에 토지개발공사에서 시행하던 '운천지구택지개발사업' 중 발굴된 옛 절터에서 출토된 유물에 '흥덕사(興德寺)'라는 명문이 새겨져 있어 그곳이 바로 절터임을 확인하게 되었다.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본이 청주에서 인쇄된 것이 확인되자 관계 당국은 절터를 사적 제315호로 지정하였고, 세계적인 인쇄문화를 기념하기 위하여 청주고인쇄박물관을 1992년 3월에 개관하였다.

또한 시민사회단체는 어디엔가 있을 가능성이 있는 '직지'를 찾기 위해 직지찾기시민운동을 전개했다. 직지찾기운동본부는 '직지'를 찾는 작업뿐만 아니라 세계적 기록문화유산인 직지를 홍보하고 기록문화에 대한 인프라 구축을 위해 다양한 학술 문화행사를 개최하고 운영해 왔다. 청주시는 2016년 9월 1일부터 '직지, 세상을 깨우다'라는 주제로 직지코리아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행사는 각종 전시와 공연, 체험으로 이루어져 있고, 주로 출판문화에 대한 원류로서 자부심을 알리는 내용으로 채워져 있다.

우리는 영광스럽게도 세계인류 역사에서 최초로 등장한 금속활자를 만든 조상을 두고 있다. 그 당시에 처음 등장한 금속활자는 우리가 사는 현시대의 인터넷이나 아이폰에 비견될 만한 어쩌면 그 이상인 최첨단의 창조적 기술이었고, 이로 인해 지식과 문화는 이전 보다 빠르게 전파될 수 있었으며, 그 결과 지식과 문화는 독과점에서 벗어나 대중화에 한발 더 나아갈 수 있었던 것이다.

물론 우리는 우리의 선조가 이룬 세계적 업적을 기리며, 세계에 이를 알리고 잘 보존할 의무가 있다. 이에 더해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우리의 DNA에 있는 그 정신을 찾아내고 밖에 내보이는 일이다.

프랑스 국립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직지심체요절'을 돌려받는 것도 아니고 한시적으로 빌리지 못한다고 서운하게 생각할 것은 아니다. 우리에게는 우리 선조들의 빛나는 '직지 정신'이 내재하고 있다.

1377년의 영광을 2016년에 재현할 우리 시대의 첨단 기술을 만드는 것이 진정한 '직지찾기'일 것이다. 그 작업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세계 각국의 특허청을 뒤져서라도 첨단 기술을 소개하는 장을 우리 청주가 만들어 주는 플랫폼 역할이라도 해야 할 것이다. 인류사에 큰 업적을 남기신 우리 선조의 위대함을 자랑하는 것은 그 업적과 더불어 그 정신이 같이 해야 의미가 배가되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가 우리 선조를 자랑스러워하는 만큼, 우리의 조상들도 우리를 자랑스러워하실 수 있도록 해야 그 은혜에 조금이라도 보답하는 길일 것이다. 새삼 온고지신(溫故知新)의 의미가 새롭게 다가오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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