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관할 지도당국 '행정편의주의·무관심' 여론

3칸 남짓한 축사 옆 창고방에서 19년을 살아온 '축사노예 피해자' 고모씨(만덕이)가 어릴 적 마음껏 뛰어놀던 고향마을로 돌아와 어머니, 누나와 함께 지내며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17일 오후 밝은 표정으로 취재진을 만난 고씨가 손가락으로 집을 가리키며 "우리집 우리집"이라고 소리치고 있다./신동빈

우리사회의 인권 사각지대는 언제쯤 사라질까?

신안 염전 노예 사건, 광주 인화학교 사건, 장항 수심원 사건 등 지역 곳곳에서 발생하는 장애인 인권 유린사건은 결코 달라지지 않는 우리 사회의 '슬픈 자화상'이다.

이번에는 청주에서 지적 장애인을 노예처럼 일을 시킨 반인륜적 노동·인권 착취 사건이 벌어져 충격을 주고 있다.

20여 년 전 오송에서 실종을 한 후 행방불명 처리된 40대 지적 장애인 고씨는 경찰과 관할 지도당국의 외면속에 인권유린이 시작됐다.

그가 일하는 축사 옆 2평 남짓한 숙소는 거미줄이 처져 있고, 날파리가 날릴 정도로 환경이 열악했다. 그는 일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밥을 얻어먹지 못하거나 매를 맞기도 한 것으로 경찰 조사 결과 드러났다.

경찰 파출소나 읍·면사무소에서 지문 인식만 했더라면 가족의 품에 돌려보낼 수 있었지만 축사 주인부부는 그러지 않았다.

이같은 장애인 인권유린 사건으로 국민이 분노한 게 한 두 번이 아니다. 이런 일이 발생할 때마다 장애인들의 인권 개선이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지만, 대책은 여전히 요원하다.

항거불능 상태의 장애인들은 반항조차 못 한 채 노예 생활을 강요받았지만 가해자 처벌은 면죄부 수준이다. 검·경 조사 과정을 거쳐 기소돼도 집행유예를 선고받기 일쑤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 외에 청주에서는 지난 7년 전인 2009년에도 '차고 노예' 사건이 터졌다.

60대 이 모씨가 31년 전인 1985년 부랑자 생활을 하는 지적 장애인을 자신의 집으로 데려가 임금도 주지 않은 채 농사를 시킨 전모가 드러난 것이다. 이씨는 자신의 집을 개축했던 2008년 8월부터 8개월간 이 장애인을 난방과 조명이 되지 않는 차고에 머무르게 했다.

그런데도 이 장애인은 학대받는다는 것조차 모른 채 생활했고, 언론 보도로 자신의 생활상이 알려진 뒤에야 이씨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청주의 '차고 노예' 가해자인 이씨는 1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았다가 항소심에 가서야 유죄를 선고 받았다.

이와 관련,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등 장애인 관련단체들은 모든 인권 유린 장애인사건은 경찰과 행정당국 등 행정편의주의에서 기인한다고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지역 장애인단체는 17일 "장애인 학대사건 재발을 막기 위해 '장애인복지법'과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에서 장애인학대의 예방과 방지를 위한 금지행위 및 의무사항을 명시하고 있으나, 위법에 대한 처벌이나 강제성이 없어 형식적인 문구에 지나지 않고 있다"며 "또한 1년에 한 번씩 진행해야 하는 인권실태조사 역시 행정편의주의 형태로 진행되고 있는 등 지도점검은 형식적으로 이루어져 이같은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장애인의 인권을 예방하고 학대를 방지하기 위한 근본적 대안을 마련하기 위해선 장애인학대 신고의무자범위 확대와 장애인권익옹호기관 설치 운영 등을 명시한 '장애인복지법' 개정(2015년 5월)이 실시돼야 한다"며 "특히 장애인의 권리와 인권보장을 위한 '장애인권리보장법', '장애인학대범죄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등의 법률 제정과 함께 장애인학대피해 예방과 지원을 위한 종합대책 수립, 지속적이고 실질적인 장애인 인권실태 모니터링 등의 철저한 시행 등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 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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