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행 혐의로 피소된 배우 이진욱(35)씨가 경찰에 출석해 11시간 동안 밤샘 조사를 받고 귀가했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지난 17일 오후 6시55분께 이씨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18일 오전 5시56분까지 조사를 벌였다.

조사를 마친 이씨는 피곤한 기색이 역력한 가운데 취재진 질문에 아무 대답을 하지 않고, 대기 중인 흰색 승합차를 타고 경찰서를 빠져나갔다.

이씨 측 변호사는 "충분히 사실대로 얘기했고 경찰에서 진실을 밝혀줄거라 생각합니다"라고 말했다.

이씨는 이달 중순 30대 여성 A씨를 성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이씨와 저녁 식사를 하고 헤어진 뒤, 같은 날 밤 이씨가 자신의 집으로 찾아와 성폭행을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A씨는 고소 당일 경찰병원 원스톱지원센터에서 성폭행 피해 검사를 받았으며, 경찰은 A씨가 제출한 당시 착용 속옷 등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보내 분석을 의뢰했다.

경찰은 지난 15일 A씨를 상대로 조사를 벌였고, A씨는 "사건 발생 당시 술을 마시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이씨 측은 성폭행 혐의를 강력 부인하며 지난 16일 A씨를 무고 혐의로 맞고소했다.

경찰은 이날 이씨를 상대로 A씨와의 성관계 강제성 여부 등에 대해 집중 추궁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A씨가 제출한 증거물에서 나온 DNA와 대조하기 위해 이씨의 구강상피세포를 채취했다.

다만 이씨가 성관계를 부정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DNA 검출은 성관계 여부만 알려주는 증거로, 혐의 입증에는 의미가 없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은 애초 이날 조사에서는 성폭행 혐의 사건에만 집중할 계획이었으나, 이씨 측에서 맞고소한 무고 혐의에 대해 고소인 신분으로 조사받기를 요청해 조사 시간이 길어졌다.

경찰 관계자는 "내용을 상세히 구체적으로 묻고 확인해 조사 시간이 길어졌다. A씨 진술과 대조하면서 세세하게 진술 받느라고 예상보다 길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씨는 경찰 조사에서 "A씨와 상대로 성관계는 인정하나 합의하에 관계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경찰은 전했다.

이씨는 이날 경찰에 A씨와의 카카오톡 메신저 대화 내용을 캡처해 증거로 제출했다.

A씨의 주장대로 사건 당일 처음 만난 사이인 것으로 확인됐다.

또 경찰은 A씨 측이 요청한 거짓말 탐지기 조사를 이날 이씨가 동의해 조만간 양측 모두 조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양측이 진술한 내용을 토대로 검토한 후 필요하면 추가로 불러 조사할 예정"이라며 "양측 진술이 엇갈려 추가 소환 조사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한편 A씨의 변호를 맡은 법무법인 현재는 보도자료를 통해 "(사건이 발생한 당일) 이씨와 처음 만났다. 연인도 아니었고, 호감을 갖고 있던 사이도 아니다"라며 "이씨가 반성하고 사죄하기는커녕 무고죄를 운운하며 A씨를 모욕하고 있다. A씨는 오직 이씨의 진심어린 사죄만을 바란다"고 밝혔다.

전날 검은색 정장 차림으로 경찰서에 출석한 이씨는 "제가 얼굴이 알려졌다는 이유만으로 상대방이 무고한 것에 대해 정말 쉽게 생각하는 거 같은데, 무고는 정말 큰 죄다. 조사 열심히 받고 나오겠다"라고 말하며 조사실로 들어갔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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