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축사노예 만덕이' 사건] <上> 축사주인 김씨부부 신병처리 여부는?

'축사강제노역 사건'으로 소재지가 확인되지 않은 실종장애인에 대한 통합적인 관리시스템 마련이 적극 요구되고 있는 가운데 각 경찰서마다 실종자에 대한 제보를 기다리는 포스터가 사람들의 관심을 기다리고 있다./신동빈

청주 오창읍에서 지적 장애인을 무려 20여 년간 노예처럼 부려 온 60대 김씨 부부에 대한 경찰 수사(만덕이 사건)가 착수됐다. 김씨 부부는 지난 1997년 소를 매매하면서 알게 된 지인에게서 '약간의 사례금'을 주고 당시 29살이던 지적 장애인 고모(48)씨도 함께 사 온 것으로 알려졌다.


지능이 낮고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은 고씨는 새벽부터 소 먹이 주기, 분뇨 치우기, 밭 허드렛일 등을 하며 인권유린 사각지대로 방치된 것이다. <본보 7월 14일, 15일, 18일 1면, 3면 연속 보도 참조>

이번 사건은 우리사회에서 자행되고 있는 지적장애인에 대한 인권유린의 심각한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이에 따라 경찰 수사 계획과 전문가의 제언, 향후 대책·보완책 등에 대해 3차례에 걸쳐 집중 보도한다. / 편집자

이른바 '청주 만덕이 사건' 피의자인 60대 부부는 정상인에 비해 인지능력과 표현능력이 떨어지는 장애인의 약점을 악용해 노역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지 않고 부려먹었다. 이들 부부는 지적장애인 고씨는 밥만 주면 일을 해 주는 일종의 '노예'처럼 부려 먹은 것이다. 이웃 주민들도 고씨가 오랜 세월 주인과 함께 있었기 때문에 그냥 '일하는 머슴'으로 생각해 무관심으로 방치했다.

◆'19년간의 행적을 찾아라' … 만덕이 실종 신고·기록 없다 = 실제 고씨가 사라진 19년 전 경찰의 실종신고 접수 기록은 어디에도 찾을 수 없었다. 본보 특별취재팀 취재 결과, 지난 1997년 여름께 천안의 한 양돈 농장에서 일하다 사라진 고씨와 관련된 행방불명, 혹은 실종 기록은 천안과 청주, 어느 곳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

당시 고씨가 있던 천안 지역의 2개 경찰서와 고씨의 고향집이 있는 청주흥덕경찰서를 통해 당시 실종신고 기록을 조회했지만 아무런 결과를 얻지 못했다.

경찰 관계자들은 "20여 년 전 사건이면 지금처럼 컴퓨터 데이터로 정보가 저장되지도 않았고 수기로 이뤄져 기록물 보관이 제대로 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의견을 내놨다.

이처럼 고씨가 잃어버린 지난 19년 간의 행적에 대한 증거가 아예 없고 전무한 상태여서 경찰이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에 따라 경찰은 고씨가 실종 이후부터 현재까지 줄곧 지내온 청주 오창 축사에서 확실한 증거가 될 CCTV를 확보했다.

◆CCTV 분석결과 "폭행 흔적·특이점 없다"= 특히 경찰은 축사에서 폐쇄회로TV(CCTV)를 확보해 분석했지만, 별다른 폭행흔적이나 특이점을 발견하지 못했다.

지적장애인 학대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인 청주청원경찰서는 18일 고씨가 일했던 축사에서 CCTV 4대의 저장장치를 확보해 분석했지만, 폭행 정황 등 증거를 찾지 못했다.

경찰은 현재 고씨를 상대로 한 피해자 진술과 김씨 부부의 진술, 마을 주민의 참고인 진술 등을 토대로 보강 수사를 벌이고 있다.

고씨를 학대한 의혹을 받는 김씨 부부는 경찰에서 "일을 시키고 임금을 주지 않았지만 강제로 시키거나 폭행한 사실은 없다"며 혐의를 완강히 부인했다.

애초 경찰은 이들 부부가 1997년 소를 매매하면서 알게 된 가축도매상 A(사망)씨에게 약간의 사례금을 주고 고씨를 축사로 데려왔다는 진술을 확보해 노동력 착취를 목적으로 한 인신매매에 초점을 맞춰 수사를 벌였다.

형법 289조(인신매매)는 노동력 착취 등을 목적으로 사람을 매매한 자는 2년 이상 15년 이하의 중형에 처하도록 규정돼 있다. 그러나 경찰은 인신매매의 공소시효가 10년으로 규정된 만큼 이 법을 적용하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특별법인 장애인복지법과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경찰은 곧 김씨 부부를 피의자 신분으로 다시 불러 임금 착취, 상습 학대 여부를 조사한 뒤 신병처리 방향을 결정할 방침이다.

◆장애인과 함께 하는 개인들도 지원책 필요= 이와 관련, 신희웅 청주청원경찰서장은 "이번 사건에서 알 수 있듯이 지적장애인들은 인권유린뿐만 아니라 범죄의 표적이 되는 경우도 다반사"라며 "늘 냉대를 받다가 누군가 호의를 베풀면 쉽게 따르는 특성 때문이다. 정부도 사회복지시설 등의 지원에 한정하지 말고 개인들이 장애인을 보듬거나 고용할 경우 보다 체계적인 관리나 지원책 마련을 뒷받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특별취재팀

특별취재팀= 팀장 이민우
팀원 신동빈·황다희·송휘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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