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승지로 소문난 괴산 쌍곡을 지나 장연쪽으로 가다보면 천년고찰 각연사(覺淵寺)가 칠보산(七寶山·寶蓋山이라고도 함)기슭에 숨어 있다. 눈 덮힌 겨울 산사여서 그런지 외로움이 더하다. 속인의 발길이 뜸해진데다 눈속에 묻힌 절집의 풍경소리조차 계곡으로 잦아든다.
 고려초에 창건된 사찰로 알려진 각연사는 칠보산의 풍광과 잘 어우러져 심사유곡에서 느껴지는 고즈넉한 절집의 정취를 맛 볼 수 있으나 그 참맛은 모두에게 다르다.
 고건축의 진수를 맞볼 수 있는 대웅전이나 돌광배가 아름다운 석조비로자나불이외에도 칠보산 계곡을 따라 산재한 여러 불적(佛蹟)은 등산객에게 어떤 경외로움을 안겨준다.
 절집 계곡을 건너면 종(鐘)모양 처럼 생긴 부도(浮屠:스님의 무덤)가 여러 기(基)있는데 이를 「석종형 부도」라 부른다. 부도 곳곳에는 총탄자국이 있다. 들리는 얘기로는 6·25의 상흔이라고도 하고 이를 과녘 삼아 사격연습을 했다는 말도 있다.
 칠보산 기슭에는 이름없는 거북좌대가 1기 있는데 규모가 크고 조각수법이 화려하나 탑신이 없어 주인공을 알 길이 없다. 그 윗쪽으로는 통일대사 탑비(通一大師 塔碑)가 위용을 자랑한다. 탑비의 높이만 해도 4.7m에 이른다. 통일대사는 각연사를 창건한 고승으로 알려져 있다.
 칠보산 능선으로 올가가면 사면 팔방 시야가 확 트인 곳에 팔각원당형(八角圓堂型) 부도 1기가 속세를 굽어보고 있다. 누구의 부도인지 정확하지는 않으나 아랫쪽 통일대사 탑비와의 연관성을 감안할때 이 역시나 통일대사 부도가 아닌가 짐작된다.
 이 부도는 고려초 팔각원당형 부도의 전형적 형태를 취하고 있다. 기단부의 아랫받침과 윗받침에 연꽃잎무늬 장식이 화려하고 아랫받침에는 모서리마다 귀꽃장식을 돋우고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상륜부(相輪部)는 없어진 상태이며 여덟모서리 지붕돌가에 오롯이 피어난 귀꽃은 8개중 6개가 없어지고 2개만 남아 있다.
 부도가 이렇게 훼손된 것은 이미 일제때 도굴당했기 때문이다. 이 부도는 수십년 동안 산 아랫턱으로 굴러 떨어져 부재가 곳곳에 방치되어 있었다. 80년도 초에 이곳을 답사한 정영호 박사및 충북도가 이를 찾아내어 복원을 해놓은 것이다.
 그런데 이 부도에는 사리함을 안치하는 사리공(舍利孔)이 없다. 통상 사리공이 있는게 일반적인데 가끔은 무사리공 부도도 발견된다.
 일반적으로 부도는 절집 주변에 세우는게 통례인데 고려초기에는 산 중턱, 또는 산 능선등에 건립하는 경우도 흔히 있었다. 지리산에서도 이런 현상은 나타나고 있다. 이처럼 부도를 조망이 좋은곳에 세우는 것은 도참의 풍수설과도 어떤 연관이 있는듯 싶다.
 충북도 지방유형문화재 제 127호인 이 부도는 최근에 국가지정 문화재로 지정 예고됐다. 칠보산의 보물이 더 하나 생긴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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