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도 보고 추석빔도 사고" … 19년만에 '만끽'

축사노예 생활에서 벗어난 지적장애인 '만덕이' 고모(47)씨가 가족과 함께 맞는 첫 추석을 앞두고 6일 추석빔을 사러 나섰다. 어머니, 사촌형과 함께 서로 옷을 고르며 모처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만덕이' 가족의 마음은 이미 추석 한가위다. / 김용수

[중부매일 특별취재팀] 6일 오전 10시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지적장애인 축사 노예사건' 당사자인 일명 '만덕이' 고모(47)씨 집. 이날 오전 일찌감치 병원에 다녀온 고씨는 연신 싱글벙글이다. 어머니(76)와 누나(51)와 함께 세 식구가 추석빔을 사러 인근 시장에 나가기 때문이다.

19년 간의 축사노예 생활에서 벗어난 고씨는 가족과 함께 맞는 첫 추석을 앞두고 시내 나들이에 나서는 등 일상생활을 영위하고 있다. 직접 마음에 드는 옷을 고르고 아이처럼 기뻐하는 모습에 가족들 모두 얼굴에 웃음꽃이 떠나질 않는다. 이 행복한 나들이는 고종사촌형인 김모(63)씨의 동행으로 이뤄졌다. 김씨는 고씨가 집으로 돌아온 이후 매일 조치원에서 오송을 오가며 이들 가족을 돌보고 있다.

최근 다리 수술을 한 고씨의 병원 검진을 위해 이날 오전부터 서둘러 청주를 다녀왔다.

고씨는 양쪽 다리에 하지정맥류 진단을 받고 지난 2일 병원에 입원해 오른쪽 다리 수술을 받았다. 다행히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나 회복 중에 있으며 나머지 왼쪽 다리의 수술은 오는 9일 이뤄질 예정이다.

집으로 돌아온 고씨는 가족의 곁에서 건강을 빨리 회복하고 있다.

특히 사촌형 김씨는 고씨를 데리고 외식을 하는 등 좀 더 많은 사람들과 어울릴 수 있도록 옆에서 도왔다.

세 식구가 함께 나선 시내 나들이에서 고씨는 백 마디 말을 대신하는 함박 웃음을 지어 보이며 즐거워했다.

한 의류매장에 들어선 이들 식구는 서로의 옷을 골라주기도 했으며, 이어 들린 마트에서는 좋아하는 먹을거리를 사는 등 여느 가족과 다름없이 추석 명절을 준비했다.

누나 고씨는 "우리집은 차례는 안 지내지만 추석에 송편이랑 전이랑 맛있는 걸 사서 식구끼리 먹을 예정"이라며 "오랜만에 동생이랑 엄마랑 다같이 명절을 맞아서 기분이 너무 좋다"고 했다.

어머니도 아들과 함께하는 명절에 설레는 모습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남편 고씨의 묘지를 찾지못한 것에 대해 서글퍼했다. 그는 "수십년 전에 저 뒤쪽 어디 산에 묻은 것 같은데 도무지 찾질 못하고 있다"며 "묘지라도 있으면 가서 성묘도 할 텐데 찾을 길이 없다"고 안타까워 했다.

가족 모두가 지적장애인인 고씨 가족은 일찌감치 아버지의 부재로 고씨가 가장 노릇을 해왔다. 그러던 중 충남 천안의 한 양돈 농장에서 지내던 고씨가 돌연 사라지며 19년 간 가족은 생이별을 해야만 했다.

고씨 가족의 이런 사연은 지난 7월 14일 청주시 청원구 오창읍 축사 창고에서 지내던 고씨가 경찰에 의해 발견되면서 알려졌다. 이 사건은 이른바 '청주 축사노예'로 불리며 세간을 떠들석하게 했으며, 고씨를 노예처럼 부린 김씨 부부는 현재 형법상 노동력 착취 유인과 상습준사기, 근로기준법 위반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상태다. / 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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