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칼럼] 배경환 변호사

배경환 변호사

말도 많고 탈도 많던 청탁금지법 시행에 들어간지 어언 한 달여가 지났다. 소위 김영란법으로 불리는 이 법의 제정 및 시행과정에서 그 어떤 법률보다도 국민들의 관심의 대상이 되었고 논란의 여지가 많았던 법은 없으리라 생각이 든다. 이를 반영하듯 법이 시행된지 한 달이 지났지만 만나는 사람들마다 인사치레가 김영란법에 대한 내용이다.

어떤 이는 사람과의 관계를 단절시키는 악법이라고 혹평하고, 어떤 이는 우리사회가 변화할 중요한 계기가 될 법이라고도 하고, 어떤 이는 알지 못할 불안감에 휩싸인다고 하기도 하고, 어떤 이는 저녁이 있는 삶이 기대된다고 하기도 한다.

필자 역시 이 법 시행으로 초래될 효과에 대하여 아주 잠시 고민해 본 적이 있다. 결론은 매우 긍정적으로 맺어졌다. 얼마동안 불편함이 크겠지만 결국 우리사회가 나아가야 할 지향점을 제시할 중요한 법이 될 것이라는 것이었다.

필자가 느끼는 소위 김영란법의 입법취지는 '안주고 안받고, 각자'라는 것이었는데, 이런 현상이 이미 우리사회의 저변에 접목이 되고 있다고 느껴졌다. 학연이나 지연이라는 실타래처럼 얽혀 있는 관계속에서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이 변화해야 한다고 생각하였기 때문이다. 요즘 젊은이들은 기성세대와 달리 더치페이 문화에 익숙해 있다는 점은 주지의 사실이고, 기성세대중에서도 한 턱 문화에 반론을 제기하는 사람도 많다.

한 턱 문화 그 자체는 나쁘지 않다. 기성세대들은 학연과 지연에 얽힌 관계속에서 살아왔고, 이런 관계들은 때로 공동체 사회의 미덕으로까지 인식되어 왔다. 그러나 이런 관계들은 대부분 공직자등이 갑이 되는 것이고, 이를 이용해 부를 축적하거나 어떤 이해관계를 도모하려는 사람들은 을이 되다보니 밥 사는 사람은 항상 을이 되었던 것이 문제가 되는 것이다.

물론 대다수 공직자들은 어려운 환경속에서도 모범적인 삶을 살아왔고 우리 사회가 풍요를 누리면서 사는 것도 이들의 헌신과 노력 덕택임을 부인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아직 우리사회에는 법을 만들어 사소한 관계까지 규제 할 수밖에 없는 부조리와 편법이 살아있는 것 역시 현실이다. 법이 시행되면서 대통령까지 나서 공직자들의 복지부동을 염려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민원인 안 만나면 된다는 인식이 공직사회에 널리 퍼지고 있는 모양이다.

김영란법으로 많은 사람들이 걱정했던 모습 중의 하나가 현실화 되는 느낌을 지울 수 없지만 다소의 시간이 필요할 뿐 이런 현상들은 자연스럽게 해소될 것이다. 다만 걱정되는 것은 이 법시행으로 인하여 불편함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어떤 심리상태에서 이런 걱정을 하느냐는 것이다. 지방자치단체를 상대로 인허가 업무를 주로 하는 한 지인에게 왜 불편함을 느끼는지에 대해서 물어본 적이 있다. 지인의 대답은 너무 분명했다. 지금까지 관행적으로 해 왔던 행동들, 심지어는 미풍양속으로 권장되던 행동들이 하루아침에 성문법으로 규제를 한다고 하니 불편하지 않겠느냐는 것이었다. 젊어서부터 배워왔고, 사업을 하면서 자연스레 해 왔던 행동들에 대하여 제약이 생긴다고 생각하니 그 지인의 생각도 그리 잘못된 것은 아닌 것 같다.

인간은 습관의 노예라고 하지 않았던가. 문제는 소위 김영란법이 주된 규율대상으로 하는 공직자 등도 불편함을 느낄 것인가 하는 고민이다. 지인의 말대로 공직자들도 관계를 맺어오던 오랜 습관들을 바꾸기 힘든 불편함이라고 이해한다면 문제될 것은 없다. 다만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이 불편함이 그 동안 열지 않던 지갑을 열어야 하기 때문이라면 다시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공직자 등이 지갑을 여는 불편함을 느끼게 된다면 또 다른 편법이나 부조리가 생겨나지 말라는 법이 없기 때문이다. 호사가들 중에는 벌써 소위 김영란법을 피하는 편법을 연구하여 술안주로 삼는 사람들이 있을 정도로 법망을 피해보려는 움직임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가 그 동안 이 법을 통과시키기 위하여 얼마나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였는가? 법 본래의 취지는 사람과의 관계를 소원하게 하자는 것이 아니라 올바른 관계를 정립하자는 것이다. 공직자인지 여부를 떠나 우리 모두가 법이 올바르게 시행·적용되어 그 동안 우리사회의 폐해로 지적되어 오던 지나친 관계의 문화가 청산되길 간절히 소망하여야 할 것이다. 그래야만 우리사회가 정의롭고 공정한 사회가 될 것이고, 이는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가 추구해야 할 중요한 가치이기 때문이다. 당연히 열어야 할 내지갑을 여는 것에 불편함을 느끼지 않는 사회가 되길 간절히 기원한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