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칼럼] 윤종민 충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2016년 12월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진상 규명을 위한 국회 국정조사특별위원회 5차 청문회를 마치고 청문회장을 나서고 있다. / 뉴시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병신년(丙申年)이 지고 정유년(丁酉年)의 새해가 밝았다. 지난해는 그 어느 때보다도 국가적으로나 사회적으로 많은 혼돈과 갈등이 유발되어 국민들을 어렵게 했던 것으로 기록될 것이다. 지난해 발생된 여러 가지 혼돈과 갈등들은 아직도 해결되지 않고 지금도 여전히 계속 중이다. 이와 같은 사정은 법조계도 예외가 아니다. 2016년의 법조계는 한마디로 자신들의 명예와 국민의 신뢰를 한꺼번에 잃었던 한 해가 아니었나 생각된다. 크고 작은 법조비리 사건들로 인하여 치욕적인 민낯을 드러냈으며, 법조계 내부의 갈등으로 국민들을 허탈감에 빠지게 했다. 다른 한편으로, 국가적인 혼란사태로 국민들의 많은 관심이 법조계로 집중되면서 무거운 짐을 짊어지고 있다. 법조계의 수난시대로 기억될 것이다.

2016년 법조계는 먼저 내부갈등으로 출발하였다. 법무부의 '사시폐지 4년 유예' 발표로 사시폐지를 주장하는 로스쿨 측과 사법시험 유지를 주장하는 비로스쿨 측간의 치열한 공방이 일었다. 변호사단체인 대한변협 내에서도 사시출신자와 변호사시험 출신자 상호간에 서로를 비난하는 등 갈등이 고조됐다.

이들의 갈등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4월에는 이른바 '정운호게이트'가 발생하여 고질적인 고액수임료와 전관로비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이로 인하여 전직 부장판사와 검사장 출신의 변호사가 구속되는 대형 법조브로커 사건으로 비화했다. 7월에는 한 게임업체로부터 뇌물성 주식을 받아 수백억 원의 시세차익을 남긴 혐의로 현직 검사장이 구속돼 국민들을 분노케 했다.

이 과정에서 법조계 출신인 현직 청와대 민정수석의 검은 커넥션이 작용했다는 의혹이 불거지고, 현직 부장판사가 뇌물죄로 구속되어 사법부 수장이 10년 만에 대국민사과를 하는 등 사법신뢰가 땅에 떨어졌다. 9월에는 또다시 현직 부장검사가 고교동창으로부터 다년간 수천만 원 이상의 금품과 향응을 받은 혐의로 구속되어 최악의 검찰수난을 겼었다.

또한, 소위 김영란법(청탁방지법)이 발효되어 지난 수십 년 간 우리사회에 만연된 부패와 비리를 근절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으나 이 법의 적용대상과 처벌기준의 불명확성, 이로 인한 경기침체와 미풍양속의 단절 등 그 부작용을 둘러싼 논란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지난 연말부터는 전대미문의 국정농단사태와 청와대를 중심으로 한 정경유착 혐의가 제기돼 유력 정치인과 경제인에 대한 검찰의 특별수사를 넘어 특검법에 의한 특검수사가 진행되고 있으며, 마침내는 현직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가 의결되어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이 계속 중에 있다. 이렇게 지난해의 법조계는 하루도 잠잠할 날이 없을 정도로 국민적 논란과 불신의 한가운데서 기로를 잃은 채 한해를 보내지 않았나 생각된다. 어느 집단보다도 가장 공정하고 투명해야 할 법조계가 가장 신뢰를 잃은 집단으로 전락한 것으로 생각돼 참으로 안타까운 심정이다.

윤종민 충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그러나 2017년에는 우리 법조계가 국민적 불신과 불명예를 극복하고 정의의 파수꾼으로서 우리사회를 밝게 비추고 공정하고 투명한 법치사회를 발전시키는데 앞장 서는 한 해가 돼주기를 간절히 바란다. 긴 어둠을 헤치고 새벽을 알리는 붉은 닭의 기상과 같이 시대의 사명을 받들어 복음의 종을 울리는 선구자가 돼 주기를 기대한다. 법조계의 문제는 법조계 내부의 노력만으로는 부족하고 모든 국민들의 지속적인 관심과 채찍질을 통해서 해결될 수 있다. 바라건대 가까이는 현재 국민적 관심 속에서 진행되고 있는 특검이나 탄핵심판을 수행함에 있어서 역사적 사명감을 바탕으로 오직 법과 양심에 따른 철저하고 객관적인 수사와 재판을 통해 법조계의 명예와 신뢰를 스스로 회복하고, 중장기적으로는 법조사회 내부의 철저한 자기반성을 통한 인식개선과 함께 국가사법체계 전반의 발전을 위한 합리적인 제도적 장치를 지속적으로 보완해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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