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칼럼] 권택인 법무법인 충청 변호사.법무부 교정자문위원

이 사진은 해당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습니다. / 자료사진 (클립아트코리아)

필자는 시골 변호사 치고 해외업무가 비교적 잦은 편이다. 그 이유는 변호사로서의 미래를 과거 변호사들의 주된 수입원이었던 국내 소송업무를 찾기보다 해외투자를 하거나 하고자 하는 내국인의 해외진출을 돕는 분야가 포화된 변호사 업무의 외연을 넓히고 국익에 부합하는 일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물론 아직까지는 화려한 결과물은 없고 소위 '똔똔' 치고만 있지만, 해외업무 과정이나 그 와중에 틈틈히 문화를 익히고 방문국의 뒷골목을 탐방하면서 낯선 이들과의 만남에서 얻는 이런저런 소득이 제법 쏠쏠하여 굳이 업무가 수입과 크게 연관 없어도 해외방문을 기꺼이 하는 편이다.

그러던 차에 필자가 자문을 담당하는 모 기업 회장님께서 그간의 필자의 노고를 치하하는 의미에서 회사단체 여행을 필자도 함께할 것을 제의하셨다.

자문 변호사로서 필자가 회사에 제공하는 편의보다 오히려 평소 필자에게 많은 영감을 주셨던 의뢰인의 과분한 제의를 덥석 받아들였으나, 여행지는 킬링필드의 국가로 알려져 있는 캄보디아였던 탓에 국민들이 호전적이지 않을지, 내전을 겪은 터라 치안이 불안하지 않을지 등의 편견에 살짝 걱정이 앞섰다.

그러나, 5시간 가까운 긴 비행끝에 밤늦게 도착한 캄보디아의 첫인상은 필자의 그런 편견을 여지없이 깨뜨렸다.

나중에 알고보니 캄보디아는 미소의 나라라 일컬어질 만큼 친절하고, 많은 원조를 하는 한국에 대하여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어서 한국 여행객에게는 특히 친절하다고 한다.

밤이 늦었기는 하지만 입국수속을 마치고 숙소로 들어가는 길에는 국가의 빈곤을 웅변하듯이 여느 관광지와 달리 불빛이 거의 없고, 인가도 드물었다.

숙소의 외관은 근사하였지만 아직도 전기와 물이 부족하여 간간이 단전과 단수가 되는 경우가 많으니 물을 받아놓으라는 가이드의 설명을 듣고 배정받은 방에 홀로 들어와 피곤한 몸을 눕혔으나 앞으로 남은 일정이 걱정이 됐다.

아직 서먹한 사람들, 듣자하니 앙코르 유적지밖에 볼 것이 없다던데 도대체 무얼하면서 그 긴 시간을 보낸단 말인가. 넓은 침대에서 이리뒤척 저리뒤척 하다보니 이내 먼동이 터왔다.

앙코르 유적지를 보기위해서는 먼저 국립박물관에 들려 캄보디아의 역사와 신화 이야기를 들으며 꼬박 하루를 앙코르 유적지를 방문하기 위한 사전지식을 쌓는데 할애하여야 했다. 다음날 앙코르 유적지를 찾았다. 인간이 만든 것으로 믿기지 않는 규모, 오랜 방치와 전쟁의 참화를 겪어 폐허가 되었음에도 여전히 충분히 화려한 모습에 입을 다물지 못하였다. 아직 발견되지 않은 유적도 있다고 한다. 여러 유적지을 방문하면서 필자도 처음에는 눈앞에 펼쳐진 믿기 어려운 풍광을 담기위해 연신 사진을 찍었으나 이내 포기하였다.

어차피 사진으로 담기지 못할 경이였기 때문이다.

대제국을 이루고 현대 국제도시에 쳐지지 않을 만큼 찬란한 문화를 꽃피웠던 왕조가 멸망하는 것, 그것이 바로 역사의 순리이겠지만, 멸망을 넘어 사람들로부터 오랜동안 완벽하게 잊혀졌다가 어느 순간 웅장한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채로 발견되는 것 자체가 미스터리일 것이다. 이처럼 흥망성쇠가 극적인 나라가 또 있을까.

그런 찬란한 역사와 세계에서 유래를 찾기 어려울 정도의 유적을 가진 국가가 현재는 세계의 최빈국으로 전락하였다는 것도 역사의 아이러니이지만, 그 절대 빈곤 속에 사는 국민의 행복도가 세계 5위라는 것은 또다른 충격이다.

식민통치에 의한 침탈과 전쟁참화로 모든 것을 잃은 최빈국이 세계에서 유래를 찾을 없는 단시간에 탈출한 기적을 이루면서 기쁨을 잃었다고 하는 우리나라와는 정반대의 모습이다. 누가 누구를 부러워해야 하는 걸까.

그들의 행복이 아직 돈맛에 대한 무지의 소산인지 아니면 정신적인 그 무엇이 있는 것인지 필자의 머리로는 도무지 알 수 없으나, 돈을 넘어서는 그 무엇이 있음을 가난하지만 행복해 보이는 그들의 선한 눈빛에서 찾을 수 있었다.

권택인 법무법인 충청 변호사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깨달은 것은 "최소한 이만큼 먹고살게 되었으면 대한민국이 행복한거라"며 우리의 낮은 행복지수를 이해할 수 없다는 투의 말은 틀렸다는 점은 분명하다는 점이다. 여행은 과객으로부터 많은 감정을 이끌어낸다.

특히나 이번 여행은 허물어진 엄청난 규모의 유적에서 세월의 무상함을 몸으로 느꼈던 여행이었고, 행복이 무엇인가에 대하여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해주는 계기가 되었다. 무엇을 위해 사냐고 묻는다면 대부분의 사람은 행복을 위해서 산다고 할 터인데, 도대체 행복이란 무엇이란 말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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