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칼럽] 권택인 법률사무소 충청 변호사·법무부교정자문위원

이 사진은 해당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습니다. / 자료사진 (클립아트코리아)

전 국민의 눈과 귀가 헌법재판소(이하 헌재)를 향해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심판 때문이다. 작년 말부터 매주 탄핵에 대한 상반된 입장을 가진 시위대가 헌재를 겨냥하여 거친 의견을 쏟아내고 있다. 현 상황을 보면 결정의 내용에 따라 헌재는 누구로부터 어떤 식으로든 심각한 공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법률가로서 평소 부러워했던 헌재 재판관이나 재판연구관의 지위가 전혀 부럽지 않다. 물론 필자도 법률가로서 현 상황에 대한 개인적인 판단과 예측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필자의 견해가 법리적 논쟁이 아닌 정치적 견해로 해석되어 무익한 대립이 생길 것을 우려하여 가급적 자제하는 편이다. 대립하는 주장을 듣고 결론을 내려야만 하는 것이 사법기관의 본질적 기능이고 보면, 사법적 판단을 담당하는 판사나 헌법재판관들의 고민도 이해된다. 오죽하면 사법연수원에서 발간한 소송절차 실무와 관련된 교재속에 재판의 어려움으로 "고독한 사색의 연속"이 언급되어 있을까 싶다.

특히 헌법의 잣대로 법률의 위헌을 선언한다거나, 대통령 등 국가 최고 권력 기관의 파면을 선언하는 업무를 하고 있는 헌재 재판관들은 사법적 판단을 하는 사람들 중에서도 가장 큰 고독한 사색으로 하루하루를 사는 분들이라고 생각된다. 개인간의 분쟁이 아니라 전 국민의 기본적 생활과 연관이 있는 국가 시책이나 법률에 대한 위헌여부를 판단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 일반 개별사건에서 개인의 권리ㆍ의무와 관련된 판단을 하는 것에 비해 사회에 미치는 파급력이 큰 것은 당연하고, 그에 따른 스트레스도 영향력에 비례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헌재 재판관을 향한 외부로부터의 각종 정치적 압박은 그들의 사색의 고민을 더욱 가중시킬 듯하다.

미국과 일본은 헌법재판을 일반법원에서 담당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독일, 오스트리아, 프랑스와 유사하게 독립된 헌법재판 기관을 두어 운영하고 있다. 또한 우리나라 헌재는 전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활성화되어 있고, 국민의 신뢰도도 꽤나 높은 편이다. 헌재는 탄생된 이후 많은 헌법적 문제에 직면하여 그때마다 명쾌한 결론을 제시하였다. 물론 그에 대한 비판도 있었고, 분발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많았지만, 결국 지금은 헌재는 헌법적 혼란을 해결하는 최후의 보루로 인정받고 있다. 이에 우리의 헌재를 배우려는 선진국도 많다고 한다.

열강의 침탈속에 법문화도 강제로 이식받은 역사를 가지고 있는 우리나라가 헌법재판 분야에 있어서만큼은 세계 각국의 모범이 되고 있다는 점은 매우 자랑스러운 일이다. 우리나라 헌법재판 제도는 우리와 다른 일반법원형 헌법재판 시스템을 가지고 있는 구미 선진국은 물론이고, 독립된 헌법재판 기관을 가지고 있는 다른 선진국에 비해서도 크게 활성화 되어있다. 이 점에 비추어 보면 우리나라 헌재의 대성공은 단지 어떤 헌법재판 시스템을 갖추었는지의 문제가 아니라 헌법적 약속을 지키고 수호하고자 하는 국민의 의지가 다른 어떤 나라보다도 강렬하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권택인 법률사무소 충청 변호사·법무부교정자문위원

헌법재판은 최고의 약속인 헌법을 보호하고, 통치권행사가 헌법질서와 조화를 이루도록 감시ㆍ견제하며, 통치권이 국민의 인권을 지키도록 기속하며, 통치권 행사의 절차적 정당성이 확보되도록 강제하고, 정치세력간 투쟁을 헌법질서 내에서 평화적으로 해결하는 장을 제공해 왔다. 이제껏 헌재가 많은 논란 속에서도 국민이 신뢰하는 제4의 국가 기관으로 자리잡은 까닭은 이같은 기능을 헌법의 잣대에 따라 여론에 휩쓸리지 않고 묵묵히 수행한 결과가 아닐까 한다. 이번에도 헌재가 길고 긴 고독한 사색을 통해 헌법에 부합하는 올바른 판단을 해줄 것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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