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기자단] 시골아낙네

눈이 많이 내렸던 지난 일요일 아침, 친정 식구들이 함께 하는 단체 메신저 채팅방에 알림이 울렸다. 스마트 폰으로 휴대전화를 바꾸신 뒤 단체 채팅방을 가장 잘 활용하고 계신 친정 아버지의 메시지였다. 친정아버지께서 보낸 한 장의 사진 속에는 '눈사람' 하나가 덩그러니 서 있었다. 마치 아버지를 닮은 듯한 모습으로 말이다. 눈 사람의 눈과 코, 입은 돌맹이로 박혀져 있었고 눈썹과 수염은 솔잎으로 꾸며졌다. 나뭇가지로 된 팔도 없었지만 아버지의 모자가 눈사람 위에 얹혀있는 모습 탓에 아버지를 닮은 듯한 느낌을 주었나 보다.

어린 시절에는 눈만 내렸다 하면 밖에 삼삼오오 모여 눈싸움도 실 컷 하고 비닐 푸대에 볏짚을 잔뜩 넣은 뒤 언덕으로 달려가 눈썰매를 타느라 정신이 없이 신났었다. 나이가 들고 난 뒤 바라보는 지금의 하얗게 내린 눈은 바라보고 있을 때 가장 아름답고 이쁘고 행복한 존재로 여겨진다. 너무도 오랜만에 친정아버지께서 보내 신 눈사람을 보면서 눈이 내리면 녹아 질척거리는 것이 보기 싫다고 쓸어 버리기 바빴던 내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눈 사람도 만들고 남편이랑 눈싸움도 하고 비닐 푸대를 들고 집 앞 언덕으로 끌고 올라가 눈썰매도 타고 싶어졌다. 아버지의 눈 사람을 직접 보러 친정댁에 갔을 때에는 날씨가 다소 풀려서 인지 눈사람이 모자도 벗어 던져있고 고개가 살짝 기울기 시작했다. 아버지의 눈사람은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아버지의 사진은 나를 웃게 만들었고 어린 시절의 모습을 떠올리게 했으며 손이 시렵지만 모든 식구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만들었다.

http://blog.daum.net/hunymam2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