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칼럼] 배경환 변호사

이 사진은 해당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습니다. / 자료사진 (클립아트코리아)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박영수 특별검사가 임명된 후 90여일의 수사일정이 숨가쁘게 진행되었다. 박영수 특검팀은 수사종료를 앞두고 지난 16일 황교안 대통령권한대행에게 수사기간 연장을 요청하였으나 황 대행은 10여일이 지나 이를 승인하지 않기로 결정하였다. 황 대행의 연장불허결정에 따라 박영수 특검팀은 별도의 특별법등이 제정되어 수사가 다시 진행되기 전까지는 공소유지를 위한 활동을 제외한 일련의 수사활동은 더 이상 할 수 없게 되었다.

그 동안 박영수 특검팀은 삼성합병과정에서 불거진 박근혜 정부의 특혜의혹과 관련하여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을 구속시킨 것을 필두로 정유라의 이화여대 특혜 입학과 관련하여 최경희 전 이화여대 총장과 김경숙 교수 등을 비롯하여 5명의 교수를 구속기소하였다. 소위 금수저들의 돈과 권력에 의한 특혜 입학과 관련된 비리에 대하여 경종을 울리는 수사를 한 것으로 평가된다. 많은 국민들은 국정조사과정에서 너무나 태연하고 뻔뻔스럽게 혐의를 부인하던 몇 몇 교수들이 보란듯이 구속이 되면서 특검을 응원하거나 속이 시원하다는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이 많았다. 다만 특혜 입학의 대상자인 정유라는 덴마크에서 구속이 된 채 아직 신병인도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어 그 처벌 여부가 불투명하기 때문에 조속한 소환을 통하여 죄에 상응하는 처벌을 받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박영수 특검은 또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의혹과 관련하여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비롯한 5명을 구속기소하고 두 명을 불구속기소하였다. 전혀 불가능할 것으로 보이던 소위 법꾸라지로 불리던 김기춘 비서실장에 대한 구속은 가히 층격적인 일이었고, 박 대통령의 신데렐라로 불리던 조윤선 장관에 대한 구속은 측은지심을 불러일으키기도 하였다.

정치적인 신념에 따라 청와대의 조직적인 탄압을 받았다는 것에 많은 국민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고, 소위 설로만 돌아다니던 블랙리스트의 실체가 밝혀지면서 박근혜 정부의 편향적인 국정운영에 대하여 혀를 차는 국민들이 많았다. 많은 국민들이 이런 개탄스러움을 금치 못했던 것은 이 문제가 뇌물죄나 직권남용죄보다도 헌법적인 가치를 더 훼손하는 문제라고 생각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 번 박영수 특검팀이 사활을 걸었다고 하여도 이론이 없는 수사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수사이다. 이재용 부회장에 대해서는 한 차례 구속영장이 기각되긴 하였지만 보완수사가 이루어진 끝에 결국 영장이 발부되었다.

일각에서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삼성의 실질적인 총수에 대하여 구속영장이 재청구 되면서 박영수 특검팀이 국가경제상황에 대한 고려없이 무리한 수사를 한다고 비판하기도 하였으나, 특검팀은 모든 사람은 법 앞에 평등하고 그 예외는 없다고 일언지하에 비판을 잠재웠다. 그러나 박영수 특검의 입장에서도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에는 많은 고뇌가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 번 박영수 특검팀의 최종 목표는 박 대통령이 최순실의 국정농단에 어느 정도 관여되어 있는지를 밝히는 것에 있다고 할 것이므로 이부회장의 구속수사에 불가피함이 있었다고 보여진다. 수사란 것이 이런 저런 사정을 고려하기 시작하면 어려워지는 것이다. 지금까지의 많은 수사가 이같은 고려 때문에 결국 권력자의 입맛대로 이루어졌다. 박영수 특검팀의 의사결정이 옳았다고 보여진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많은 수사성과를 냈지만 아쉬움이 하나 남는다. 모두에 말씀드린 바와 같이 황교안 국무총리의 특검연장 불승인으로 인하여 더 이상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대면조사나 기타 청와대에 대한 압수수색등 이 불가능해 졌기 때문이다. 박영수 특검팀은 박 대통령에 대해서는 '조건부 기소중지'처분을 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뭔가 화장실은 다녀왔으나 찝찝함이 그대로 남아있는 듯한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보도에 따르면 국민의 70%이상이 특검의 수사연장을 바라고 있다고 한다. 그 이유는 아마도 대통령에 대한 실질적인 조사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을염두에 두었기 때문일 것이다.

배경환 변호사

필자의 생각에도 이번 황교안 대행의 특검수사연장 불승인은 보수진영의 잠재적인 대선후보라는 입장이나 진영논리를 떠나 옳은 판단을 한 것으로 비춰지지는 않는다. 촛불을 든 국민이건 태극기를 든 국민이건 모두 국가의 현재와 미래에 대한 고민은 똑 같은 사람들이다. 모든 적폐를 털고 말끔히 정리가 되어야 촛불과 태극기가 하나되는 조화를 이룰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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