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칼럼] 권택인 법무법인 충청변호사·법무부교정자문위원

이 사진은 해당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습니다. / 자료사진 (클립아트코리아)

몇 해 전 필자는 법정에 나갔다가 이성을 잃은 상대편 변호사의 거친 언사 때문에 몹시 불쾌했던 경험이 있다. 결국 그 사건은 통상의 재판에 비해서 더 뜨겁게 흘러갔고, 결국 그 사건은 결론에 이를 때까지 소요되는 통상의 시간보다 더 긴 시간이 걸렸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 흥분한 변호사의 예절을 벗어난 언행으로 양측 변호사의 시간은 물론이고, 신속한 재판을 원하는 쌍방 의뢰인의 소중한 시간이 허비되었다. 그리고 자연스레 법원의 업무도 불필요하게 가중되었다. 결과적으로 변호사가 자신의 화를 스스로 컨트롤하지 못한 탓에 이래 저래 사회적 비용만 늘린 것이다.

변호사 간의 소송 다툼이야 늘 치열하기 마련이다. 그리고, 화를 못 누르고 막말을 해댄 그 변호사는 자신의 변론 모습을 정열적인 변호사의 뜨거운 변호활동으로 포장될 런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필자는 치열함은 유지하되 법정예절을 지켜가면서 냉정하게 재판을 진행하여 신속하게 결론을 도출하게 만드는 것이 변호사의 올바른 태도라 생각한다.

통상 사회에서 예절을 지키지 않으면 욕은 먹을지언정 현실적으로 징계나 처벌같은 불이익은 받지 않는다. 하지만 고도의 직업윤리를 요구받는 변호사의 경우는 약간 다르다. 즉, 변호사법에서는 직무의 내외를 막론하고 변호사로서의 품위를 손상하는 행위를 한 경우 징계를 받게 된다. 법정예절에서 벗어나는 행위는 품위유지의무 위반과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이는 변호사는 변호사법 제1조에 따라 "변호사는 기본적 인권 옹호와 사회정의 실현을 사명으로 하는 공공성을 지닌 전문직"으로서 고도의 직업윤리가 요구되는 것의 연장선에 있다.

변호사의 법정예절과 관련한 내용은 변호사윤리규칙에 더욱 구체화되어 있는데, 변호사는 상대방 또는 상대방 변호사를 유혹하거나 비방하여서는 아니 되며, 법정의 내외를 불문하고 법원의 위신이나 재판의 신뢰성을 손상시키는 언동을 하여서는 아니 되며, 사법권의 존중하여야 하고, 출정시간과 서류의 제출 기타의 기한을 준수하고 소송지연을 목적으로 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이는 재판이 법정예절을 지켜가며 엄격하면서도 격조있게 진행되어야만 국민들이 그 결론을 납득하고 수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원로 변호사님들도 법정에 들어가면서 까마득한 후배 판사가 앉아있는 법대를 향해서 목례를 하고 상대 변호사 및 법관에게 경어를 쓰는 것은 법정에 대한 존중을 표현하는 것이다. 즉, 이러한 변호사의 법정 예절은 상대 변호사 개인이나 법관 개인에 대한 예절이 아니라 사법부에 대한 존중, 더 나아가 그 뒤에 있는 헌법과 민주적 기본질서에 대한 존중을 표현하는 것이다.

변호사는 법정 내외를 불문하고 법원의 위신이나 재판의 신뢰를 해치는 언동을 삼가야 한다. 법원이 재판을 진행중에 있을 때 변호사가 즉각적으로 예절에 어긋난 비난을 할 경우, 사법 시스템에 전체에 대한 신뢰손상을 가져온다. 즉, 이러한 변호사의 몸가짐은 예절은 현실적인 사건을 담당하는 해당 재판부를 존경하기 때문이 아니라, 사법신뢰를 위한 대승적 차원의 것이다. 또한 이러한 태도는 법조3륜이라 불리우는 변호사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되어야 한다.

최근 헌법재판소에서 있었던 원로 변호사의 법정예절을 벗어난 막말 변호에 대하여 변호사 사회 내부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나온다. 일각에서는 정상적인 변호활동 과정에서 감성에 호소하기 위해 우발적으로 한 행동으로 보기도 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치밀한 정치적 계산을 통해서 나온 전략적인 행동이라 평가하기도 한다. 이유야 어찌되었든, 이번 헌법 재판을 보는 시각이 어떻든 막말 변호는 그간 많은 법조선배들과 국민들이 힘들게 쌓아온 사법신뢰를 크게 흔드는 결과로 귀착되었다는 점에서 분명 잘못된 것이다.

권택인 법무법인 충청변호사

이번 사태로 인해 일부 일반인들은 변호사들의 법정예절을 벗어난 막말변호에 영향을 받아 자신의 도발수위를 테러수준으로 높이고, 공공연히 재판 불복에 대하여 이야기하고 있다. 이는 그간 어렵게 쌓아올린 법치주의의 근간을 위태롭게 하는 행위로서 매우 우려스러운 모습이다. 민주적 기본질서나 헌법에 기반한 사법시스템에 대한 존중은 일반 시민은 물론이고 특히 변호사들에게는 넘지 말아야 할 선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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