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 설]

자료사진 / 뉴시스

헌정사상 처음으로 파면된 박근혜 대통령이 21일 검찰청 포트라인에 선 장면을 방송을 통해 본 국민들은 착잡할 것이다. 박 전 대통령은 노태우·전두환·노무현 전 대통령에 이어 피의자로 검찰 조사를 받는 네 번째 대통령이 되는 불명예의 주인공이 됐다.

그가 국가지도자에서 검찰 피의자로 전락시킨 사건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다. 그리고 핵심적인 범죄혐의가 미르·K스포츠재단 강제모금의혹이다. 박 전대통령이 40년 지기인 최순실씨와 공모해 삼성그룹으로부터 430억원대 뇌물을 받은 의혹, 사유화된 미르·K스포츠재단에 대기업들이 774억원을 출연하도록 강요한 의혹에 대해 유죄가 인정된다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에 적용된다. 전직 대통령이 수의를 입은 모습을 보이는 것은 불행스러운 일이지만 대기업 총수들까지 줄줄이 처벌을 받는다면 국가경제가 위축될 수 밖에 없다. 선진국 문턱에 도달했다는 나라가 여전히 후진국에서나 볼 수 있는 권력형 비리로 나라가 혼란스러워지고 경제가 침체되는 것은 불행한 일이다.

그나마 다행인것은 문화체육관광부가 민법 제 38조와 행정법에 따라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의 설립허가를 20일 직권으로 취소한 것이다. 두 재단이 청산절차를 밟는 것은 때늦은 감이 있지만 올바른 결정이다. 박 전대통령은 문화·스포츠 융성을 위한 취지로 대기업의 출연금을 받아 쌍둥이 재단을 만들었다고 했지만 내용을 살펴보면 최순실과 차은택, 고영태등 비선실세들의 사유물에 지나지 않았다. 정동춘 K스포츠재단 초대이사장은 언론인터뷰에서 최순실이 K스포츠재단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밝혔다. 특히 고영태는 자신의 대학 선후배들을 재단에 심어놓고 좌지우지해왔다. 이때문에 각종 의혹이 꼬리를 물자 박 전대통령은 지난해 10월 "인식공격성 논란이 계속 이어진다면 문화융성을 위한 기업들의 순수한 참여의지에 찬물을 끼얹어 더이상 투자하지 않을 것이고 한류문화 확산과 기업의 해외진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것"이라고 주장했다. 박 전대통령의 발언을 액면 그대로 해석하면 최순실 국정농단이 밝혀지지 않았다면 기업에 더 많은 출연금을 요구했을 것이 틀림없다.

박 전대통령은 당선이후 국회를 상대로 경제활성화법안 처리를 강력히 요구했지만 뒤로는 대통령이라는 우월적 지위를 무기로 기업의 약점을 잡아 출연금을 갈취하다시피 했다. 하지만 두 재단을 문화융성을 위한 공익재단이라고 포장해 기부를 받은 뒤 실제로는 최순실과 그 측근들의 치부를 위한 자금파이프로 전락시켰다.

정권이 바뀐다고 이같은 일이 사라질 것이라고 믿는 국민들은 거의 없을 것이다. 전두환, 김대중, 이명박 전대통령등 역대 정권마다 재단설립, 대북사업, 동반성장기금등 명목으로 대기업으로부터 수백, 수천억을 받아냈다. '미르·K스포츠재단'은 여전히 되풀이 되고 있는 '금권유착'의 상징이다. 권력과 재벌의 먹이사슬구조를 법적으로 끊지 못한다면 다음 정권에서도 대통령과 재벌총수가 검찰의 포토라인에 서있는 불행한 모습이 재연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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