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 설]

이 사진은 해당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습니다. / 자료사진 (클립아트코리아)

어제 보궐선거가 실시된 충북 괴산군은 지방자치의 문제점을 집약적으로 보여준 자치단체다. '세계 최대 가마솥'이라는 혈세낭비의 표본을 보여주었는가 하면 초대 군수는 뇌물수수 혐의로 처벌을 받았다. 또 전임 군수는 불법정치자금수수와 농지법 위반혐의로 실형이 확정되면서 결국 보궐선거까지 이르게 했다. 역대 군수들이 전시행정에 눈이 멀어 쓸모없는 가마솥을 만들어 한 푼이 아쉬운 군 예산을 사장시키거나 비리와 불법행위 등으로 주민들의 마음에 상처를 주고 지방자치를 후퇴시켰다. 잘못된 지방자치가 지역발전에 얼마나 역행하는지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신임 군수는 이번 보궐선거에 당선되면서 오늘 취임식을 시작으로 전임자의 잔여임기인 1년2개월간 괴산군정을 이끌게 된다. 짧은 임기인데도 불구하고 역대 최다 출마자가 경쟁했다. 보궐선거에서 당선만 되면 차기 선거에 유리한 고지에 올라 설 수 있다는 점에서 정당 공천및 무소속으로 6명의 후보가 각축을 벌였다. 이번 선거는 정책대결 보다는 비방과 흑색선전이 끊이지 않는 등 후보간 네거티브 양상이 전개됐다. 특히 선거막판까지 경쟁후보에 대한 노골적인 음해와 비난이 난무하고 불법선거운동에 대한 고발과 제보가 이어졌다. 인구 3만8천명 남짓한 작은 군단위에서 각 후보자 진영의 갈등과 대립의 골이 깊게 패인 것이다.

보궐선거는 끝났지만 신임 군수는 많은 과제를 안게 됐다. 단기적으로는 선거후유증을 수습하고 군민들의 화합을 도모해야 한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전임 군수들이 남긴 악습과 폐해를 극복하고 괴산군정 발전을 위한 정책과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

괴산군은 한때 기네스북에 등재를 신청했던 초대형 가마솥이 있다. 이 가마솥은 관광자원이 아니라 지방자치단체 전시행정과 혈세낭비의 표본으로 두고두고 회자되고 있는 부끄러운 상징물이다. 예산을 얼마나 짜임새 있고 효율적으로 써야 하는지 보여주는 사례다. 초대 군수는 재선 임기가 끝난 뒤 뇌물수수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부인이 사무관승진 명목으로 뇌물을 받은 혐의다. 전국 기초자치단체장중 처음으로 무소속 3선을 달성한 전임 군수는 한때 유능한 군수로 명성을 날렸다. 도보여행 열풍에 맞춰 산막이 옛길을 전국적인 트레킹코스로 끌어올렸으며 지난 2011년엔 육군학생군사학교도 유치했다. 열심히 뛴 만큼 군민들의 신망을 얻었다. 하지만 초심을 지키지 못했다. 3선 취임이후 오랫동안 숨겨졌던 불법과 비리가 수면위로 떠올랐다. 자치단체장에게 리더십과 능력은 물론 투명하고 청렴한 행정이 반드시 필요한 덕목이라는 것을 일깨워 주었다.

괴산군의 재정자립도는 14.2%로 전국 243개 기초자치단체중 200위 안팎의 하위권이다. 또 인구도 줄고 있으며 그나마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29%(1만1454명)를 차지하는 초고령 지역이다. 그렇다고 이렇다 할 산업기반도 마땅치 않다. 이 때문에 신임 군수의 역량과 지속가능한 로드맵이 지역의 미래를 좌우할 수 있다. 방만한 전시행정, 단기적인 성과에 급급한 졸속행정, 혼탁한 비리행정에 현혹된다면 괴산군의 미래는 없다. 괴산군은 오랜 행정공백을 끝내고 새로운 시대를 맞게 됐다. 신임 군수는 무거운 책임감을 갖고 괴산군의 발전을 위해 깊이 고뇌하고 실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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