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 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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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연한 봄이 찾아왔지만 고용시장에는 여전히 한파가 몰아치고 있다. 올해 신규인력 채용 규모는 작년 대비 7% 급감했다. 채용계획이 있는 기업도 전체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장기적인 경기침체에서 비롯됐다고 볼 수 있지만 기업들의 국내투자가 감소한 것도 한 원인이다. 지난 2월 한국은행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말 현재 기업이 보유한 시중통화량(M2)은 639조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현금성 자산을 쌓아둔 채 국내투자를 기피하다 보니 일자리가 생길리가 없다. 이 때문에 청년구직자 뿐만 아니라 경력직 근로자들의 기업체 취업문 뚫기가 더욱 힘들어졌다.

어제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가 전국 100인 이상 기업 258개를 대상으로 실시한 '2017년 신규인력 채용동태 및 전망조사' 결과는 고용시장의 열악한 현실을 일목요연하게 보여준다. 올해 기업들의 신규인력 채용(예상) 규모는 전년보다 6.6% 감소한다는 어두운 전망을 내놨다. 직원 300명 이상 기업의 채용규모가 전년보다 5.8% 줄어들지만 100~299명 기업은 상황이 더 좋지 않아 채용규모를 전년보다 14.8%가량 줄일 것으로 보인다. 300~999명 기업의 전년 대비 채용규모 증감률은 -8.5% 수준이고, 1천 명 이상 기업의 증감률은 -3.9%로 조사됐다. 특히 올해 대졸 신규 채용 규모는 전년보다 7.3% 줄어 3년 연속 감소세를 보이고 고졸 채용은 -7.9%로 4년 연속 줄어든다고 한다. 기업체 규모에 상관없이 모조리 신규채용을 줄이다 보니 고졸이든, 대졸이든 취업문은 더욱 좁아졌다.

이처럼 신규인력을 채용하지 않거나 채용규모를 줄이는 이유에 대해 업계에서는 '경기침체에 따른 경영실적 악화(46.6%)'와 '대내외 불확실성 증가'(21.2%), '정년 60세 시행에 따른 신규채용 여력 축소'(14.0%) 등이라고 대답했다. 하지만 지나친 엄살을 부리는 기업도 많다. 막대한 현금자산을 쌓아둔 상당수 대기업이 투자를 기피하고 있기 때문이다.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해 '한국경제 위기와 구조개혁'이라는 논문에서 "한국에서 소득분배의 순환경로가 막혀 분배양극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과거에는 기업소득이 국내투자로 연결돼 고용과 가계소득 증대로 선순환 됐지만, 지금은 대기업이 국내투자를 기피하고 해외에 투자하거나 사내유보로 쌓기 때문에 가계로의 소득순환이 제대로 안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기업들이 어마어마한 현금을 쌓아놓고 경기침체 탓만 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경기 부진과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등으로 투자심리가 크게 위축된 것도 투자를 하지 못하는 이유로 볼 수 있다.

기업의 투자환경을 개선하려면 내달 출범하는 새 정부의 역할이 크다. 기업의 성장을 가로막는 규제완화법안을 통해 경제를 활성화시키고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있는 기업의 유보금이 과감하게 신규 투자돼 일자리창출과 소득재분배로 순환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 양질의 일자리를 찾아야 혈액이 순환되듯 소비가 활기를 띠고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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