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승훈 청주시장이 "대법원에 항소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뒤 법원을 빠져나가고 있다. / 신동빈

이승훈 시장이 민선 청주시장중 사상 처음으로 중도하차 할 수 있다는 시중의 우려가 현실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법원은 어제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 시장에게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당선 무효형을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가 이 시장의 죄책(罪責)을 원심보다 무겁게 보고 높은 형량을 내림에 따라 대법원 판결이 주목된다. 민선 8기가 시작된 후 충북도내 일부 기초자치단체장들은 악몽 같은 시기를 보냈다. 진천군과 괴산군은 군수의 낙마로 보궐선거가 치러져 새 군수가 취임했다. 만약 이 시장이 중도하차한다면 잔여임기동안 시정공백이 불가피해진다. 또 이번 재판결과는 현직 자치단체장들은 물론 차기 지방선거를 노리는 예비후보들에게도 경종(警鐘)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 시장은 지난 2014년 6.4 지방선거 당시 홍보를 대행했던 기획사 대표에게 약 2억 원의 불법정치자금을 수수했다는 혐의로 이듬해 5월 불구속 입건된바 있다. 검찰은 대검찰청 금융정보분석원을 통해 이 시장이 당선 뒤 기획사 대표에게 1억2천700만원을 현금으로 건넨 사실을 확인, 수사를 벌여왔다. 하지만 이 시장측은 현금 결제 금액은 외부 컨설팅 비용으로 법정 선거비용 외적인 지출에 해당하고, 갚지 않은 돈은 일종의 '에누리 금액'이라고 주장하며 혐의를 부인해왔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가 벌금 400만원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의 징역형을 선고해 이 시장의 앞날은 어둡게 됐다.

6.4 지방선거이후 유독 충북지역 자치단체장들이 큰 수난을 당했다. 김병우 충북교육감과 정상혁 보은군수, 유영훈 전 진천군수가 공직선거법위반 혐의로 곤혹을 치렀으며 무소속 3선이라는 기록을 세웠던 임각수 전 괴산군수는 금품수수 혐의 등으로 구속돼 불행한 말년을 맞기도 했다. 이에 따라 보궐선거를 통해 당선된 송기섭 진천군수와 나용찬 괴산군수가 군정을 이끌고 있다. 정치자금법 위반혐의는 임기 내내 이 시장을 괴롭혔다. 이 시장은 이번 항소심 판결로 리더십이 타격을 받으면서 향후 시정 업무추진에 힘이 실리기는 어려워 보인다. 대법원 재판일정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올해 보궐선거는 끝났기 때문에 만약에 이 시장의 당선무효가 확정된다면 청주시는 내년 6월 지방선거 때까지 부시장 대행체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청주시는 청주·청원 통합시 출범이후 인구가 86만 명으로 급격히 늘고 도시의 불륨이 커지면서 산적한 과제와 현안을 안고 있다. 하지만 재판이 장기화되면 이 시장의 레임덕현상이 불가피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럴 경우 공직사회부터 흔들리면서 공직기강이 흐트러지고 조직이 이완될 수 있다. 또 다음 지방선거를 1년여 앞두고 공무원들의 특정후보 줄서기 현상도 배제할 수 없다. 청주시는 이럴 때 일수록 공직기강을 확립하고 당면한 현안에 적극 대처해야 한다. 또 이번 사례를 계기로 다음 지방선거에 임하는 후보들의 인식이 전환되고 선거문화가 개혁될 수 있는 기회가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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