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 설]

위 사진은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으로 해당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습니다. / 자료사진 (클립아트코리아)

우리나라 고교생 33%는 행복의 가장 중요한 요소로 '돈'을 꼽았다. 같은 질문에 초등학교 4학년생은 5.2%만 '돈'을 꼽은 반면 '화목한 가정'이라는 대답은 40.7%였다. 연령이 낮을수록 행복의 가치를 가정에 두는 반면 나이가 먹으면 '돈'을 우선시 하는 풍조를 드러냈다. 청소년들이 이런 인식을 갖고 있다면 행복감을 맛보기 힘들 수밖에 없다. 가족이 노력한다면 가정은 화목해 질 수 있지만 금전적, 물질적 욕구를 충족시키기 어렵기 때문이다. 최근 연세대 사회발전연구소가 유니세프의 어린이·청소년 행복지수를 활용해 전국 초·중·고교생 734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는 대부분 부모들에게 경종을 올릴 수 있는 내용이다. 우리나라 학생의 주관적 행복지수가 조사대상 22개 OECD 회원국중 20위(88점)을 기록했다.

지난해 국제구호단체 세이브더칠드런 조사에서 한국은 OECD 회원국중 고등교육 1위, 국가경제력 11위. 1인당 국민총소득 세계 13위였다. 수치로만 보면 한국은 거의 선진국에 도달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강의 기적이라는 수식어가 말해주듯 6.25전쟁의 참화 속에서도 남들이 수백 년간 이룩한 경제번영을 수십 년간 압축성장으로 일구어냈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 학생들은 빈곤가정 비율이나 교육자재, 책 보유 비율 등으로 조사한 '물질적 행복지수'에서는 핀란드(118점)에 이어 2위(115점)이었다. 하지만 경제성장의 이면에는 황금만능주의와 과도한 학업경쟁, 외모지상주의에 따른 청소년들의 자살충동이라는 어두운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초등학생 24.4%, 중학생 37.6%, 고교생 59.4%가 수면부족을 경험하고 자살충동을 세 번 이상 경험한 '자살위험집단'비율이 초등학생 5.5%, 중학생 6.5%, 고교생 9.1%에 달했다면 심각한 현상이다.

오죽하면 빈곤국으로 분류되는 네팔과 에티오피아같은 국가의 청소년보다 우리 청소년이 행복을 덜 느낀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하긴 어른들의 행복지수가 바닥인데 아이들이 행복감을 느낄 리 없다. 지난해 3월 미국 여론조사기관 갤럽의 '세계 행복의 날'에 즈음한 조사에서 한국인의 행복지수는 143개국 중 118위였다. 이런 청소년들이 대학을 졸업하면 더 험한 가시밭길이 기다리고 있다. 치솟는 청년실업으로 '헬조선', '이생망(이번 생에선 망했다)'이라는 암담한 현실이 눈앞에 닥친다.

학생시절에도, 학생신분을 벗어나도 행복감을 맛볼 겨를이 없는 것이 우리나라 청소년들의 현실이다. 하지만 대다수 선진국들의 행복수준은 경제수준에 걸맞게 높은 편이다. 청소년들이 행복감을 못 느끼는 것은 가정과 학교, 국가의 책임이다. 선진국 대열에 합류한다고 해도 청소년들이 진정한 행복의 의미를 깨달지 못한다면 불행한 나라다. 러시아 문호 톨스토이는 소설 안나카레리나의 첫 문장에서 "행복한 가정은 모두 비슷하고 불행한 가정은 이유가 제각각 다르다"고 썼다. 직장에서 돌아오면 자녀들과 동네 산책이라도 하고 오붓하게 저녁을 먹을 수 있는 '저녁이 있는 삶'은 가장의 노력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 청소년들에게 올바른 가치관을 심어주기 위한 공동체의 역할도 필요하지만 대선후보들이 청소년들의 행복을 위해 부모들의 근로와 복지정책에 각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으면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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