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간장이 끓을듯한 에밀레 종소리는를 듣다보면 어느새 부처님이 저만치 와 있다. 서방정토(西方淨土)에 가 있는 아미타불(阿彌陀佛)이 속세로 되돌아 온듯하고, 해탈 직전에서 머뭇거리며 개인의 득도보다는 중생의 아픔을 더 중히 여기는 관세음보살의 옥음(玉音)같기도 하다.
 속세의 여한(餘恨)과 법열의 기쁨 중간에서 끈질기게 줄다리기를 하는양 그 소리속에는 사바세계의 끈끈함과 애절함을 묻고 있다. 어미를 목타게 부르는 봉덕이의 울음이 벌써 일천삼백년이나 계속되었으니 돌부처인들 그 애틋한 소리를 어찌 외면할까.
 그러나 에밀레종은 사바의 연민에 머무르지 않고 열반의 언덕으로 그 법음(法音)을 전하고 있으니 중생과 부처의 이중주가 아니고 무엇이랴.
 국보 제29호로 지정된 에밀레종은 원래 명칭이 성덕대왕 신종(聖德大王 神鐘)이나 이보다는 에밀레종이라는 속명이 더 귀에 익다.
 높이 3.66m, 무게 19t의 이 종은 오대산 상원사종 다음으로 만들어졌으나 종소리, 규모, 예술성 등을 종합하면 가히 한국 최고의 종이다.
 신라 35대 경덕왕은 아버지 성덕왕을 위해 이 종을 만들기 시작했으나 당대에 완성치 못하고 아들인 혜공왕 5년(771)에 역사(役事)를 끝냈다. 구리 12만근을 들여 만든 이 종은 숱한 시행착오를 겪었다. 종이 깨지고, 제소리가 안나서 애를 태우던 끝에 어린아이를 시주하자 그때서야 제모습, 제소리를 냈다는 애닯은 사연을 지니고 있다.
 종소리는 2부~3부합창을 한다. 종을 치자마자 사라지는 첫음이 소프라노라면 10초가량 진동하는 둘째음은 메조 소프라노이고 중후한 맥놀이가 1분넘게 이어지는 세째음은 바리톤에 해당한다. 중생과 스님과 부처님의 합주라고나 할까.
 언뜻 들으면 하나의 종소리같지만 잘 들어보면 여러 소리가 합쳐 맥놀이를 하는 현상을 느낄 수 있다.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지구상에서 가장 편안한 소리다.
 숭실대 정보통신전자공학부의 배명진 교수팀이 실제 실험한 결과 에밀레 종소리는 아기울음 소리와 아주 근접하다는 결과를 얻었다.(YTN 2003,3,1보도)
 에밀레 종소리는 64헤르쯔에서부터 168, 360, 480헤르쯔로 구별되는데 가장 애절한 느낌을 주는 파장은 360헤르쯔 이상의 고조파라는 것. 실제 아기 울음소리는 기본 주파수가 350~400헤르쯔로 에밀레 종소리와 닮아 있다는 분석이다.
 진천군 합목리에 공방을 차리고 있는 성종사의 원광식 대표(인간문화재 제 112호)는 에밀레종 재현을 비롯하여 한국의 이름있는 종을 보여주고 그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종박물관을 진천에 세운다고 한다.
 종소리의 으뜸 이미지는 역시 평화이다. 진천의 종박물관에서 나는 여러 종소리가 북한은 물론, 미국, 이라크 등지로 퍼져나가 전쟁없고 테러없는 세상이 이룩되길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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