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칼럼] 배경환 변호사

위 사진은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으로 해당 기사와 직접적 연관이 없습니다/ 클립아트코리아

세상살이 하다보면 좋은 말도 듣고 싫은 말도 듣지만 분명한 것은 말로 인하여 생기는 문제가 많다는 것이다. 한 해 두 해 세상살이 연수가 늘어나면서 분명하게 다가오는 진실한 이치다. 구화지문(口禍之門)이라는 말도 있다. 입은 화를 부르는 문이라는 뜻이다. 말은 쏟아버린 물과 같아서 되 담을 수 없다는 말도 있다. 그런 고로 침묵은 금이라는 격언도 있다. 사람의 입이 뭔가를 먹으라고 있지만 않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알지만 그 때 그 때 상황에 맞는 말을 하거나 하지 않는 다는 것이 참으로 쉽지 않다. 특히 말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는 경험해본 사람이면 모두 동의할 것이다.

그 만큼 침묵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고, 그렇기 때문에 금에 비유가 될 정도일 것이다. 그런데 최근 문재인 대통령의 아들 준용씨의 고용정보원 특혜 취업의혹과 관련하여 국민의 당 대통령 후보였던 안철수 전 대표의 태도에 대하여는 참으로 의구심을 가지게 한다. 문 씨 취업특혜 의혹과 관련, 국민의 당 원내대표는 즉시 사과하고 철저한 수사를 독려하면서 국기문란 사범으로서 법정최고형으로 다스려달라고 하였다. 여기까지는 좋았다. 그런데 박지원 의원은 문 씨의 취업특혜의혹이 덮어지면 안된다며 특검을 하자고 하였다.

결국 듣지 말아야 할 말을 들은 것 같아 씁쓸함을 가지지 않을 수 가 없었다. 사안의 본질은 공당의 관계자가 조작된 자료로 대선판을 흔들려고 했던 것에 대하여 사실관계를 명백히 밝히는 것이고, 관련자가 있다면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지, 문 씨가 특혜로 취업했는지가 아니다. 전형적인 물타기다. 정치인들 답다. 문 씨 취업특혜 의혹은 의혹이 불거진지 10여년이 된 것으로 생각되고, 그 동안 의혹만 무성했지 아무것도 밝혀진 바 없다. 문 대통령이야 정치에 발을 들여놓았으니 겪어야 하는 일인가 보다 할 수 도 있겠지만 아들은 무슨 죄인가?

물론 의혹이 밝혀진 것은 아니다. 우리 속담에 아니땐 굴뚝에 연기가 나랴라는 말이 있긴 하지만 만약 사실이 아니라면 문 씨는 아버지 잘못 둔 덕에 본인의 인생이 송두리째 흔들리는 견디기 어려운 고통을 감내하면서 살아야 하는 것이다. 기억으로 문 대통령이 2012년 부산 사상구에 국회의원으로 출마했을 당시도 이 문제가 불거져 문 후보가 직접 사실무근임을 해명해야 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지난 대선 때 또 다시 이 문제가 각 정당에 의하여 불거졌고, 정치권의 최대이슈가 되기도 하였다. 심지어 국민의 당에서 이 문제를 제기하고 카카오톡 화면등 증거를 제시했을 때 사실이라면 문 대통령이 후보직을 사임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로 중차대한 문제였다. 물론 당시 안철수 후보의 지지율이 지지부진하던 때에 국민의 당에서도 중요한 이슈로 부각시키는 문제였다.

직업상 재판을 하다보면 선량한 서민의 입에서 "사실이 아니니 아니라고 할 수 밖에 없지 않느냐"고 고충을 토로하는 경우가 많다. 이 문제도 결국 대통령은 아니라고 하였고, 그 대로 선거가 진행되어 국민들이 현명한 판단을 하였다. 만약 조작사실을 모르고 선거가 이루어져 결과가 달라졌다면 소름키치는 일이 발생하였을 것이다. 최근 보도에 의하면 이유미씨는 완전히 조작된 파일을 당에 건넸고, 당에서는 이를 그대로 믿고 사실인양 발표하였다. 문제는 당에서 이유미씨로부터 건네받은 자료가 어디까지 검증이 되었고, 어느 선까지 알고 있었느냐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문제는 현재 검찰수사가 진행되고 있으니 곧 밝혀질 것이다.

배경환 변호사

특히 이유미씨가 안철수 전대표의 측근으로 알려져 있는데, 과연 안 전대표가 어느 선까지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있었느냐 하는 점이다. 사건의 진행과정을 보면 안 전대표도 억울함을 호소할 만하다. 그러나 현재 안 대표는 침묵하고 있다. 하지만 이 문제는 침묵하면 금이 되는 문제는 아닌 듯 하다. 안 전 대표는 이에 대하여 검찰 수사결과를 지켜보고 의견을 표명하겠다고 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 의중이 정확히 무엇인지 알 수 없으나, 검찰조사결과를 보고 입장표명을 하겠다는 것은 매우 잘못된 발상이다. 한때 대통령후보로서 최고지지율을 구가하던 안 전대표로서는 일단 사과부터 하는 것이 옳아 보인다. 그럼에도 검찰수사를 보고 입장을 표명하겠다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듯하다. 공공연히 당의 존립이 걸린 문제라고들 말하고 있는데 당의 실질적인 주주임을 내세우는 안 전대표가 왜 이런 태도로 일관하는지 답답할 뿐이다. 안 전대표는 침묵이 금이라는 격언을 잘못이해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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