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칼럼] 권택인 법무법인 충청 변호사·법무부교정자문위원

위 사진은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으로 해당 기사와 직접적 연관이 없습니다/ 클립아트코리아

필자는 유산균 음료를 무척이나 좋아한다. 요즈음은 새로운 공법에 의해 맛과 효능을 더한 신제품들이 즐비하게 판매되고 있지만, 여전히 필자는 야X르트, 새X미 같은 구식 유산균 음료를 더 선호한다. 어린 시절 한개 먹기도 어려워서 형편이 좋은 친구들 집에 가면 한 개씩 얻어먹었던 기억, 필자는 하나 먹기가 어려웠음에도 방학이 끝나면 방학숙제로 그 빈 병을 조합하여 거대한 로봇을 만들어 온 어떤 친구들을 부러워했던 기억이 있던 필자에게는 그 조그만 유산균 음료는 어쩌면 맛을 넘어서 신분의 상징으로 각인된 탓도 있는 듯하다. 그래서인지 요즈음도 마트에 가면 수십 개가 묶여져 있는 유산균 음료를 카드에 담는 것에서 나의 장보기는 시작된다. 왠지 모를 뿌듯함이 밀려온다. 집에 오면 다섯 개가 한 줄인 유산균 음료에 빨대를 각각 꼽아놓고 순서대로 먹기도 한다. 아빠의 그런 모습을 보는 아이들은 무척이나 좋아한다. 무언가 자신들과 비슷하다고 여겨서인 듯하다.

큰 녀석은 편하게 음료의 주둥이를 떼고 마시기보다, 음료의 바닥쪽을 이로 물어뜯고 거꾸로 먹기를 선호한다. 기억을 더듬어 보면 필자도 그렇게 먹었던 기억이 있다. 사실 그렇게 마시면 플라스틱 맛도 함께 느껴지기에 필자는 이미 포기한 음용 방식이다.

이런 저런 방법으로 아이들과 함께 야X르트를 마시다 보면 아이들 앞에는 어느새 옛날을 운운하는 꼰대가 하나 앉아있다. 옛날에는 잘 먹지 못했지만 지금은 아무렇지도 않게 마실 수 있는 것을 감사하여야 한다는 말로 시작해서 공부 열심히 하라는 생뚱맞은 이야기를 하는 필자는 어김없는 대한민국 학부형이다. 그런 구식 유산균 음료는 한입에 톡 털면 사라질 만큼 적은 양이 담겨져 있어서 마신 후에 무언가 아쉬움을 남기는 밀당의 고수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필자는 적은 양의 야X르트를 큰 사발에 부어서 한 번에 꿀꺽하는 것을 소망으로 가졌었다. 얼마 전 그러한 로망을 충족시켜줄 특대형 야X루트와 마트에서 우연히 마주쳤다. 원래의 것과 같은 모양에 크기를 초대형으로 만든 것으로 그간 가져왔던 필자의 작은 소망을 이루기에는 넉넉한 사이즈였다. 생각할 것도 없이 구매하였다. 집으로 돌아와 바로 대접에 붓고 바로 꿈을 이뤘을 수도 있었지만, 본디 모든 것에는 법도가 있는 법이다. 그릇에 부어 냉동실에 넣고 표면에 살얼음이 얼 때까지 기다렸다. 드디어, 기다렸던 순간. 마치 힘겹게 밭에서 일한 농부가 새참으로 시원한 막걸리를 들이키듯 뻑뻑 소리를 내며 야X르트를 입에 부었다.

아뿔사. 급히 찬것을 먹은 탓에 머리가 쎄~하고 아프다. 또한 작은 용기에 담겨 한입에 호로록 마신 후 남는 약간의 모자람이 주는 여운도 느끼지 못하였다. 과유불급. 하지만 필자는 어릴적 품었던 작은 소망(?)을 이룰 수 있었음에 만족하여야 했다. 이런 두통을 주는 작은 일상과 어릴적 추억을 떠올릴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고마운 요즈음이다. 누구는 필자가 요즈음 청주에서 가장 소란스럽게 펼쳐지고 있는 모 아파트 민ㆍ형사 소송 일체를 담당하여 돈벼락을 맞았다고, 그래서 필자가 과거를 추억하면서 야X르트를 마시며 팔자 좋게 과거를 추억하는 여유를 느끼고 있다고 여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사실 친분에 의해 어쩔 수없이 담당하게 된 그 아파트 사건은 필자가 부정의한 상황을 참지 못하여 앞뒤 재지 않고 순수한 마음에 시작한 것이어서 현재는 금전적으로는 오히려 큰 손해를 보고 있다.

권택인 법무법인 충청 변호사·법무부교정자문위원

그럼에도 필자가 행복한 것은 그 사건을 담당하면서 좋은 인연들을 만났고, 그분들로부터 진심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변호사에게는 의뢰인의 전폭적인 신뢰가 가장 좋은 영양제인 셈이다. 그래서 어쩌면 힘에 겨워 쓰러질 지경으로 격무에 시달리는 요즈음이지만 마음은 봄비 맞은 나무처럼 싱싱하여 한여름의 격무가 격무로 느껴지지 않는다. 오늘은 퇴근길에 어릴 때 먹기 어렵던 바나나를 한 송이 사서 그 귀했던 야X르트를 몇 병 사서 함께 말아 가족들과 먹어나 볼까? 장마에 날은 습하고 덥지만 마음만큼은 상쾌한 요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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