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톡톡톡] 음성 '코리아 크래프트 비어'

공장 전경

[중부매일 최동일 기자] 기록적인 폭우를 쏟아냈던 장마가 끝나자마자 찜통더위와 불볕더위가 이어지면서 시원한 맥주 한잔이 생각나는 계절이 돌아왔다. 특히 휴가가 몰리는 여름 피서철을 맞아 도심은 물론 전국 곳곳의 휴가지에서도 맥주잔을 드는 손길이 늘어나고 있다. 주류업계에 따르면 실제 요즘처럼 날이 더울 때면 맥주 판매량이 20%나 늘어난다고 한다.

'여름의 술' 맥주시장이 최근 몇년 새 큰 변화를 맞고 있다. 유명 해외 맥주들이 가격을 낮춰 시장을 공략하는 가운데 국내에서도 독특하고 다양한 맛과 풍미를 자랑하는 수제맥주 '크래프트비어'가 규모화에 성공하면서 급성장을 하고 있다. 술집 창고에서 벗어나 설비와 유통을 갖춘 크레프트브류어리(생산공장)의 등장으로 새로운 판이 벌어지고 있는 수제맥주 시장. 음성군 원남면에 공장을 두고 시장을 이끌고 있는 '코리아크래프트비어'를 찾아가 땡볕아래 시원한 한 모금과 같은 맥주의 신세계를 맛봤다.

음성군 원남산업단지에 위치한 '코리아크래프트비어'(대표 최정봉)는 지난 2014년 브류어리 설립 이후 3년여만에 가장 주목받는 '크래프트비어'로 성장했다. 설립 첫해 국내에서 처음으로 수제맥주를 병에 담아 판매하기 시작한 이 업체는 현재 '아크(ARK)'라는 상표로 40여종의 수제맥주를 생산하는 라인업(제품군)을 갖추고 있다. 개별 매장에서 소량으로 생산·공급하던 수제맥주를 규모화하면서 양산체제를 갖춘 국내 1호 크래프트브류어리로 다양한 제품과 함께 병맥주에 이어 캔맥주까지 패키지의 폭을 넓히며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코리아크래프트비어가 내세운 제품명 'ARK'는 새로운 세상을 여는 방주(方舟)를 의미하며 수많은 가능성을 갖고 다양한 크래프트 맥주의 매력을 선보이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는게 업체측의 설명이다. 밀맥주의 신선한 감귤향, 몰트의 진중한 매력, 홉의 쌉싸름한 끝맛까지 '맥주의 무한한 스펙트럼'을 목표로 하는 아크 제품들은 다양한 맛과 풍미를 연출하고 있다.

숙성실

'소규모 양조장에서 제조되는 특색있는 맥주'를 뜻하는 크래프트비어는 맥아와 홉, 효모, 물 4가지를 주재료로 사용하지만 일반 맥주와는 다른 다양한 맛을 낸다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재료의 함량, 발효법, 숙성기간, 원재료 등의 다양성을 기반으로 양조를 한 사람에 따라 다른 맛을 내는 크레프트비어. 이같은 차이는 양조장비들의 시스템 구축이나 양조환경 조성, 재료와 효모의 선별·관리 등의 수작업에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다. 이런 까닭에 크래프트비어는 기존 주류 대기업의 라거맥주와는 달리 향과 맛이 풍부해 풍미가 강한 에일(Ale) 맥주가 대부분이다.

코리아크래프트비어의 대표 제품으로는 국내 최초의 병입 크래프트비어인 밀맥주 허그미(Hug Me)를 꼽을 수 있다. 포옹의 순간 느낄 수 있는 부드러운 연인의 숨결을 의미하는 제품 이름처럼 몰트와 밀 맥아, 생강과 코리앤더, 오렌지 껍질을 사용해 달콤한 향과 신선하고 부드러운 풍미를 자랑한다. 에일에 익숙지 않은 이들의 입맛에도 잘맞는 허그미와 함께 주력 제품으로 사랑받고 있는 비하이(Be High)는 진한 몰트풍미를 내세우며 맥주의 신세계를 안내한다. 이와함께 홉이 만들어내는 열대과일향을 느낄 수 있는 코스믹댄서, 달콤쌉싸름한 썸앤썸, 흑맥주 블랙스완 등이 아크의 대표주자다.

맥주가 전하는 맛의 지평을 넓혀가던 이 회사는 올해 새로운 도전에 나서 성공적인 발자취를 남기고 있다. 수제맥주를 캔에 담아 시장에 내놓은 것인데 소비자의 접근성 면에서 획기적인 전환점을 찍으며 국산 수제맥주 시장의 수준을 한단계 향상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맥주의 계절' 여름에 맞춰 아크 상표로 출시되고 있는 캔맥주는 벨기에식 밀맥주 스타일의 '아크 허그미'와 독일식 바이젠 스타일의 '아크 클래식' 등 2종류에 지역의 이름을 상품명으로 사용한 지역 특화 맥주인 '아크 해운대' 등 3종이다. 특히 '해운대'는 여름 바닷가를 겨냥한 특화제품으로 피서철 낮에 마셔도 부담이 없도록 알코올 도수와 쓴맛과 낮춘 '세션에일(Session Ale)' 맥주로 포장 디자인도 해변의 풍경을 담아내고 있다.

숙성작업

아크의 또 다른 모습은 주류가 아닌 타 업종의 브랜드와 협업하는 콜라보래이션(Collaboration)에서 찾아볼 수 있는데 라인프렌즈, 대림미술관, SM타운, 로우로우, 현대백화점, 롯데백화점 등과 손잡고 개성 넘치는 다양한 맥주를 선보이고 있다. 이같은 콜라보래이션은 적은 양에 많은 종류의 맥주를 생산할 수 있는 크래프트비어의 특장점을 그대로 보여준다. 첫 제품 출시 3년도 안됐지만 여러 곳에서 짙은 잔향(殘香)을 남기고 있는 코리아크래프트비어는 실력으로도 성가를 올리고 있다. 에일 맥주의 종주국인 영국에서 열리는 2016 인터내셔널 비어 챌린지에서 테이스팅과 디자인&패키지 부문 등 4관왕에 오르고 대한민국 주류대상을 수상하는 등 국내외에서 맛과 품질을 인정받고 있다.

최근 수제맥주에 대한 관심과 사랑이 커지면서 시장도 급성장을 하고 있지만 아직도 청량감을 위주로 한 주류회사의 라거맥주와는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지난 2014년 소규모 양조장에 관한 규제 완화이후 본격적인 시장이 형성됐다는 점에서, 20여년이 넘는 세월속에서 자신들만의 크래프트비어 시장을 연 일본을 부러워하지 않아도 될 만하다. 미국이나 유럽의 크래프트비어와 공동작업을 펼칠 정도로 실력을 인정받고 있는 일본은 사케 양조법이나 유자, 미소 된장 등의 전통 식재료를 융합한 제품들로 신세계를 열고 있어 좋은 가르침이 되고 있다. 코라이크래프트비어도 로컬(지역)의 특징이 살아있는 맥주 생산을 위해 음성에서 생산된 생강과 고흥 유자, 제주 감귤 등을 재료로 사용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해외시장 공략에 나서 올해 미국, 영국 등 5개국에 수출을 시작한 이 회사는 음성에 있는 맥주공장을 통해 이색적인 문화도 만들어내고 있다. 공장들이 들어차 삭막하기만 한 산업단지에 위치해 있지만 인근 주민들을 비롯해 외지인들도 수제맥주를 사기 위해 발걸음을 하는가 하면, 주말에는 관광객드이 버스를 타고 공장을 구경하러 오는 관광상품의 현장이 되기도 한다.

이곳은 브류어리를 지을 때부터 단순히 술을 생산하는 공장만이 아닌 맥주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복합문화 공간으로 설계됐다. 이를 위해 설립 1년전부터 세계적인 엔지니어링으로 헤드 브류마스터인 마크헤이먼(Mark Hamon)을 비롯한 브류잉팀과 건축가, 공연예술전문가 등이 함께 참여했다고 한다. 이 공장은 손님을 맞을 공간과 맥주로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브류잉 공간을 둘러싸고 있는 형태를 하고 있으며 건물 전면을 오픈해 다양한 문화활동과 맥주를 접목할 수 있도록 꾸몄다. 특히 브류어리의 심장이자 혈관이라 할 수 있는 내부 엔지니어링은 마크헤이먼과 유럽·일본의 기계 장인이 직접 설계 및 설치를 해 뛰어난 품질의 맥주를 안정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바탕이 되고 있다.

코리아크래프트비어가 특별한 또 하나는 공장내에서 누구나 맥주를 즐길 수 있는 탭룸을 갖추고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한 투어 프로그램을 운영한다는 것이다. 브류어리 가동과 함께 운영되고 있는 투어프로그램은 매주 토요일 오후 1시와 3시 두 차례에 걸쳐 크래프트 맥주를 알고 체험할 수 있는 기회로 생산과정에 대한 직원들의 설명과 맥주시음 체험 등으로 진행된다. 투어 일정은 모두 예약제로 진행되는 만큼 사전 일정확인과 티켓 예약을 먼저 마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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