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D-100...일신여고 3학년 교실 가보니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100여일 앞 둔 7일 청주 일신여자고등학교 학생들이 '수능완성'을 위해 여름휴가를 반납하고 자율학습을 하고 있다./신동빈

[중부매일 김금란 기자]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100일 앞으로 다가왔다.

수능 100일을 하루 앞 둔 7일 오전 10시, 청주 일신여고 건물로 들어가는 현관입구에는 '수업 중 조용히' 라는 글귀가 보인다. 여름방학을 시작한지 한참 됐지만 방과후학교 수업으로 평상시와 별반 다르지 않는 모습이다. 3학년 교실이 위치한 3층 복도는 수업하는 교사들의 목소리만 들린다.

일신여고 여름방학 방과후학교는 선택사항으로 60%(예체능 제외) 정도의 학생이 참여한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방학 방과후학교를 이용해서 부족한 실력을 보충하고 있는 것이다. 몇몇 학생은 스탠드 책상에 앉아 수업을 듣고, 한 학생은 아예 일어서서 수업을 듣는다. 졸음과의 싸움이다.

일신여고의 여름방학 일괄진행표를 보면 오전 8시 20분에 등교해서 오후 3시 20분까지 6시간의 수업을 진행한다.

청소와 종례를 마친 3학년 학생들은 독서실과 학원가는 일부를 제외하고 오후 10시까지 자율학습을 한다. 학교에서 하루 12시간가량 공부를 하는 셈이다.

교실 안과 복도에는 대학입시관련 자료가 빼곡하다.

반마다 교실 뒤편에 입시캘린더와 관련 정보를 담은 게시물이 다닥다닥 붙어 있다.

복도에는 대학안내게시판을 별도로 준비해 2018학년도 대학입학전형 주요일정부터 대학별 입시안내 리플릿 등을 비치해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수포자(수학을 포기한 학생)들이 자신감 있게 문제 풀 수 있는 방법', '여름방학 고교생 수포자 탈출 학습법', '자기주도 학습을 돕는 코넬(CORNELL)식 노트 필기법' 등도 함께 소개해하며 마지막 순간까지 포기하지 말라고 용기를 주고 있다.

이 학교 3학년들은 8일까지 방과후학교 수업을 마치고 9일부터 1주일간 미니 방학에 들어간다.

방학이 주어줘도 마음 편히 쉴 수 있는 시간은 아니다. 오는 9월 대입 수시원서 접수를 앞두고 자기소개서와 면접 등을 준비를 해야 한다.

3학년 박재영 학생은 이 학교 전교 1등이다. 하지만 불안하다고 속내를 털어놓는다.

/신동빈

박 양은 "다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도 있지만 안 좋은 결과까지도 생각해야 하니깐 조금 불안하다."고 말했다. 대한민국 모든 수험생이 갖는 심적 부담감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박 양은 또 "정시모집이 갈수록 줄어 수시에서 떨어진 학생들은 갈 곳이 없어지니까 많은 학생들에게 다양한 기회를 주기 위해서 입시제도가 정시를 늘리는 방향으로 바뀌었으면 좋겠다"며 "3년 동안 고생한 친구들이 원하는 대학에 모두 합격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 양은 요즘 체력이 떨어져 윗몸일으키와 건강식품 등으로 컨디션을 조절한다고 덧붙였다.

3학년 조향진 학생은 "수시 준비를 하고 있는데 대학별로 입시요강이 달라서 힘들다"며 "요즘 추진하고 있는 입학전형료 인하정책이 빨리 마련돼 부모님들의 부담을 덜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학교 2학년 후배들은 선배들을 응원하기 위해 8일 합격의 백일떡을 준비했다.

수능 백일떡 나눔 행사는 이 학교의 전통이다. 일각에서는 "왜 하느냐"며 부정적인 시각도 있지만 선·후간 정을 나누는 좋은 미덕이라는 학교 관계자의 설명이다.

일신여고는 졸업한 선배들과도 끈끈한 정을 나누고 있다.

대학에 진학한 선배들은 학업과 아르바이트 등 바쁜 와중에도 짬짬이 모교를 찾아 입시상담 등 자연스럽게 멘토-메티 관계를 유지하며 후배들을 격려한다.

3학년 교사들도 방학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교사들은 이 기간에 학생면담과 자기소개서 첨삭지도 등 긴장의 시간을 보낸다.

이 학교 3학년 학생부장을 3년 째 맡고 있는 조용해 교사는 고3 경력만 27년이다. 입시베테랑 교사로 통한다.

조용해 학생부장은 얼마 전에 발표된 '4년제대학 진학률'에서 일신여고가 전국 1천583개 일반고(자공고 포함) 가운데 4위를 차지해 힘든 것도 다 잊었다.

대학 진학을 목적으로 설립된 고교유형인 일반고에서 4년제 대학 진학률은 운영성과를 가장 직접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바로미터라 할 수 있다.

조 학생부장은 "27년 동안 막중한 책임감과 개인시간이 없어 힘들었지만 그동안 축적된 일신여고의 입시노하우가 결실을 맺어 기쁘다"며 "제자들이 원하는 대학에 진학해서 꿈을 펼칠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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