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류시호 시인·수필가

정호승 시인이 30일 오후 서울 서초구 국립중앙도서관(관장 박주환)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2017년 제1회 책 읽는 주말' 행사에서 관객들과 함께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2017.07.30. (사진=국립중앙도서관 제공) / 뉴시스

얼마 전, 국립중앙도서관에서 책 읽는 주말행사로 '정호승 시인과 노래하는 詩'행사가 있어 필자가 대표로 있는'대학로 예술가'들과 함께 참석을 했다. 정 시인은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동시, 대한일보 신춘문예에 시,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이 당선되어 신춘문예 3관왕이다. '떠나는 그대/ 조금만 더 늦게 떠나준다면 /그대 떠난 뒤에도 내 그대를/ 사랑하기에 아직 늦지 않으리 /그대 떠나는 곳/ 내 먼저 떠나가서 /나는 그대 뒷모습에 깔리는/ 노을이 되리니---' 이 노래는 정호승 시 <이별노래>를 이동원 가수가 노래했다. 떠나는 그대를 보내지 않으려는 마음이 노을을 바탕으로 절절하게 그려져 있다. 그대 조금만 늦게 떠나준다면 이라는 안타까운 대목에 이르러서는 가슴이 아리고 울컥 물기가 배어나온다.

평소 문인들의 동시나 시, 소설, 수필 등이 국어 교과서나 음악 교재로 채택 된 것은 가끔 보았는데, 정 시인의 詩 중에 60여개가 노래로 작곡되어 양희은 등 유명가수들이 불렀고 음반으로 발매되었다고 하니 대단하다. 그런데 가수 이동원이 노래한 '이별 노래'는 100만장이 팔렸고, 가수 김광석이 노래한 '부치지 않은 편지'도 유명하다.

'풀잎은 쓰러져도 하늘을 보고/ 꽃피기는 쉬워도 아름답긴 어려워라/ 시대의 새벽길 홀로 걷다가/ 사랑과 죽음이 자유를 만나/ 언 강바람 속으로 무덤도 없이/ ---- 눈물의 작은새여 / 뒤돌아 보지 말고 그대 잘가라'이 노래는 정호승 시인의 시 '부치지 않은 편지'를 백창우가 곡을 붙였다. 김광석 가수 생전에 발표하지 않았던 곡이지만, 김광석 추모 앨범인 <가객>에 수록되었다. 발표 당시엔 거의 알려지지 않았고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를 통하여 대중에게 크게 알려졌다. 정 시인의 시에는 정제된 서정으로 비극적 현실 세계에 대한 자각 및 사랑과 외로움을 노래하는 시인으로 유명하다.

이번 책 읽는 주말행사는 국립중앙도서관에서 실시한 또 다른 장르였다. KBS 성우 문선희가 정호승의 시를 낭독하면,'모리슨 호텔'이라는 가수가 기타를 치며 노래를 했다. 그는 모리슨 호텔의 대표이자 지배인이며 본명이 남수한으로 정 시인의 시에 곡을 붙여서 노래를 하는 멋진 인디 뮤지션이다.

류시호 시인·수필가

이어서 정 시인의 시를 노래로 바꾼 여러 곡 중에 그 당시 불렀던 가수의 노래를 CD로 들려주면서 시를 쓴 배경과 의미를 설명하니 또 다른 새로운 문학 강좌가 되었다. <풍경 달다>와 <어머니를 위한 자장가>는 안치환,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 <꽃 지는 저녁>은 김원중, <수선화에게>는 양희은, <절벽에 대한 몇 가지 충고>는 박문옥 가수가 노래했다. 시 속에 있는 많은 시어 중 '그늘'이라는 시어는 사랑도 되고, 고통도 된다. 그리고 '절벽'이라는 단어는 시련, 고통, 절망을 표현했다니 우리 모두 시나 수필을 읽을 때 작가의 마음을 곰곰이 생각해보면 좋겠다.

이번 문학 강좌에 함께 한' 대학로 예술가' 시인, 소설가, 수필가, 화가, 사진작가, 여행작가, 시낭송가 등은 모두가 자기의 재능을 더욱 발전시켜 기억에 남는 예술가로 이름을 남기고 싶어 했다. 요즘 문학회 행사에 시낭송을 많이 하는데 시인들의 시에 곡을 붙여서 노래하는 시가 되면 더욱 아름다울 것 같다. 우리 모두 문학이나 그림, 노래, 악기연주 등 자기의 끼를 다듬어 많은 사람들에게 기억에 남는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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