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칼럼] 권택인 법무법인 충청 변호사·법무부교정자문위원

위 사진은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함이며 해당 기사와 직접적 연관이 업습니다 / 픽사베이

피투성이가 된 중학생 아이의 사진과 함께 역시 중학생에 불과한 가해자의 폭력성이 드러나는 사건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대한민국이 들끓고 있다. 부산에 이어 강릉, 서울, 그리고 충남의 어느 소도시에서도 이와 유사한 사건이 있었다는 후속보도가 이어졌고, 이내 가해자들의 악행을 지적하는 글이 SNS를 뒤덮었다. 필자가 보기에도 어린 소년, 소녀들의 철없는 행위라고만은 보기 어려운 가혹한 폭행이 큰 문제이고, 이런 범죄 행위에는 적절한 대책이 필요하다. 하지만, 위의 사건이 촉매제가 되어 현재 조성되고 있는 소년법 폐지 청원운동은 매우 우려스러운 수준으로 보인다.

성년범죄를 뛰어넘는 소년들의 비행에 대하여는 많은 이들이 그 원인에 대하여 분석하고, 그 대책을 고민하고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성년에 이르지 못한 소년들의 비행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라는 점이고, 그 분석과 대책은 올챙이적 기억못하는 개구리가 되어버린 우리 꼰대들의 시각일 뿐이다. 왜냐하면 소년들의 비행은 인류의 역사와 함께 시작되었다고 하여도 과언이 아니고, 엄격한 도덕적 잣대와 그에 상응하는 가혹한 형벌을 가지고 있었던 시절에도 소년 비행의 문제는 있어 왔기 때문이다.

고대 그리스의 유명한 철학자 소크라테스도 "요즘 아이들은 폭군과도 같다 아이들은 부모에게 대들고, 게걸스럽게 먹으며 스승을 괴롭힌다."라는 말을 남기기도 하였고, 그보다 더 오래된 청동기 시절의 비문 기록에도 "요즘 젊은이들은 버릇이 없다."는 이야기가 적혀 있다고 하니, 인류 태동기인 석기 시대에도 그런 우려섞인 시각이 없었다고 누가 장담하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즈음 소년들의 비행에 대하여 성년과 동일한 가혹한 형벌을 통해 고쳐보겠다는 시각이 큰 힘을 얻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심지어 소년들에 대한 무기징역, 사형제도의 부활까지 이야기되고 있다. 이는 전형적인 가혹한 형벌이 범죄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만든다는 사회방위사상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유사 이래로 강력한 형벌이 시민의 행복을 가져다준 적은 없었고, 오히려 이를 빌미로 한 국가적 폭력이 더 큰 부작용을 낳아왔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또한 죄에는 그에 따른 책임이 따르는 것은 당연하지만, 적어도 문명국이라면 죄를 지은 자가 왜 그 죄에 이르게 되었는지를 밝혀내어 그 원인을 없애는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할 것이고, 그 대상자가 아직 미성숙한 인격체라면 더욱 그래야 할 것이다.

필자는 소년사건에 대한 국선보조인으로 선임되어 비행 소년들을 다수 상담한 경험이 있다. 그때마다 느끼는 것은 소년 비행의 본질적 원인은 그들을 적절히 교육하지 못한 사회의 무관심과 교육제도의 미비에 있다는 것이다. 그렇게 행동할 수밖에 없었던 미성숙 소년들을 강력하게 처벌하여 사회와 격리시키고, 범죄에 이르지 않은 소년들로 하여금 처벌에 대한 두려움을 갖게 하여 미래에 그렇게 행동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야만에 머무른 형사정책에 불과하고, 사회의 구조적 책임을 오로지 소년 개인의 범죄 특성으로 몰아가는 비겁한 행동에 다름 아니라고 생각한다.

권택인 법무법인 충청 변호사·법무부교정자문위원

이러한 시각은 UN 아동권리협약에도 그대로 담겨있어 "어떠한 아동도 고문 또는 기타 잔혹하거나 비인간적이거나 굴욕적인 대우나 처벌을 받지 아니한다. 사형 또는 가석방 없는 종신형은 18세 미만의 사람이 범한 범죄에 대하여 과하여져서는 아니된다."고 규정하고 있고, 이에 대부분의 문명국에서는 국내법에 이를 반영하고 있다. 심지어 인권의 후진국이라 불리는 북한에서 조차 소년범죄에 대한 특별한 규율을 위해 위 UN아동권리협약의 내용을 받아들이고 있다.

법이 엄격해지면 사회가 안전해진다는 것은 한낮 허상에 불과하다. 법이 엄격해 진다는 것은 사회가 불안정해지고 있다는 반증에 불과하다. 강한 법은 엄격한 법에 의해 사회전체적인 이해의 폭이 줄어들어 또 다른 사회문제를 낳기 마련이다. 결국 우리는 강력한 법을 통해 소년을 벌하고 심리적으로 압박할 것이 아니라, 미비한 소년관련 교육제도를 선진화하는 것이 소년비행의 확대재생산을 막는 보다 적절한 방법이 아닌가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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