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칼럼] 윤종민 충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문재인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유엔 총회장에서 제72차 유엔총회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2017.09.21.

최근 북한의 연이은 미사일 시험발사와 핵실험으로 우리 국민들이 걱정과 불안에 휩싸이고 있다. 국제사회도 이와 같은 무분별한 행위에 대해 규탄하고 있으며, 더욱 강력한 제재를 가해야 한다는 주장이 거세지고 있다. 그동안 국제사회는 북한이 일련의 핵무기 관련 실험들을 단행할 때마다 유엔을 통해 크고 작은 제재의 강도를 높여 왔으며, 마침내 지난 9월 3일 6차 핵실험을 도발하자 지금까지와는 비교할 수 없는 아주 강력한 제재수단을 동원하여 북한을 더욱 압박하였다. 그러나 북한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9월 15일 또다시 일본 상공을 지나 3700킬로미터를 비행하는 신형 탄도미사일을 발사시킴으로써 국제사회가 지금까지 예의주시하며 우려하던 핵무기 개발과 공격수단이 완성단계에 도달했음을 대내외에 천명하는 무모함을 감행하였다. 이른바 북한 핵 도발 인내의 한계선인 레드라인을 넘어서는 행동을 한 것이다.

예상보다 빨라진 북한의 핵무기 개발의 완성과 실전배치가 현실화됨에 따라 우리나라는 물론 국제사회가 혼란과 동요에 빠져들고 있다. 국내적으로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의 조속한 완전배치를 넘어 전술핵의 재배치까지도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현 정부의 대북정책의 방향이 과연 적절한가에 대한 논란도 일어나고 있다. 국제적으로는 일부 외교관계의 단절과 함께 도발에 대한 대응수단으로서 경제적 제재를 넘어 군사적 옵션도 배제하지 말아야 한다는 극단적인 경고가 이어지고, 한반도를 둘러싼 열강들의 국제정치질서가 과거로 회귀하는 모습도 보인다. 어느 것이 되었든 우리 국민의 안전과 대한민국의 안위에 직접 관계되는 사안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제기되고 있는 제재수단이나 대응방안들을 우리가 주체적이고 독립적이며 주도적으로 실행할 수 없다는 사실이 답답하고 허탈하다. 지난 수십 년간 우리 젊은이들이 청춘을 바치고, 국민들의 땀과 열정으로 이룩해온 우리 대한민국의 국방력과 외교적 위상이 이 정도밖에 되지 않았는가 하는 현실을 생각하면 한심하다는 생각에 앞서 안타깝기 그지없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이와 같은 상황에서 정치권이나 정부 당국자들이 서로 긴밀하게 공조하지는 못할망정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어 국민들의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 여와 야가 다르고, 청와대 참모들과 부처가 다르고, 관계부처 간에도 사안에 따라 서로 다른 시각을 보이고 있다.

남한과 북한은 분단국으로서 정치적인 측면과 법적인 측면에서 그 위상과 지위가 서로 특수한 관계에 있다. 우리 헌법은 대한민국의 영토를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규정하여 북한지역이 대한민국의 일부라는 사실을 천명하면서도, 동시에 남북한 간의 '평화적 통일을 지향'하도록 국가의 책무를 규정하여 북한의 실체와 존재를 전제하고 있다. 이렇듯 남북관계는 국제사회에서 사실상 2개의 독립적 국가로 간주되는 현실을 인정하면서도 내부적으로는 규범상 하나의 국가로서 통일을 이루어야 하는 2중적이며 잠정적인 특수한 민족관계라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대북정책에 있어서는 한편으로 대결과 극복의 대상이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화해와 협력의 대상이라는 점이 고려되어야 한다. 여기에 남북관계의 딜레마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윤종민 충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북한의 무모한 도발을 규탄하며 국제사회와 긴밀히 공조하여 유엔의 강력한 대북 제재결의를 이끌어내는 와중에 국제기구를 통해 800만 달러에 달하는 대북 인도적 지원을 하겠다는 정부의 발표는 국민들을 의아하게 만든다. 그 지원시기를 두고 관계부처 간에 서로 다른 입장을 표명하는 것은 더더욱 의아하다. 아무리 남북관계의 특수성과 관계부처의 서로 다른 역할을 고려한다고 하더라도 정부가 보여주는 엇나간 행동들은 이해하기 어렵다. 국제사회가 우리 정부에 대해 2중 플레이라고 생각하지 않을까 우려도 된다. 모든 정책은 그것을 시행할 때가 있고 여건이 조성되어야 한다. 시기를 놓쳐서도 안 되지만 서둘러서도 안 된다. 여전히 당파적 입장과 정치적 논리에만 매몰되어 서로의 주장만을 내세우는 여야 등 정치권의 행태를 보면 국민들의 불안과 걱정은 안중에도 없는 듯하다. 지금 필요한 건 정치권이나 정부나 우리 국민들이 안심하고 자기 일에 전념하면서 유사시에 힘을 합쳐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도록 강한 믿음과 신뢰를 주는 일이 아닐까? 더 이상 국민들로부터 3류 정치라는 소리를 듣지 않기 위해서는 국민들의 성숙한 의식을 생각하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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