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톡톡톡] '괴산 글로벌유기인삼작목반'
17농가 참여 올 5월 창립 지난해부터 화장품 업체 납품
관행재배 탈피 자연물로 병해충 방제 4년근 이상만 생산
일반삼 대비 2배가격 거래…군, 지역 유기특화작목 주목
소진호 회장 "고부가가치 산업, 국가 이미지 쇄신 큰 그림"

[중부매일 최동일 기자] 불로장생(不老長生)을 꿈꾸던 사람들에게 자연에서 얻을 수 있는 최고의 명약으로 꼽히는 인삼(人蔘). 이같은 인삼의 명성은 자생지인 한반도 일대와 인근 중국, 동남아는 물론 오래전부터 멀리 유럽과 북미, 중동에까지 알려져 있다. 인삼이 이처럼 동서고금(東西古今) 최고의 명약이란 명성을 얻을 수 있었던 바탕에는 사람에 의한 재배로 대량생산의 문을 연 고려인삼이 존재한다. 하지만 1천여년을 이어온 고려인삼의 명성은 중국과 미국 등지에서 생산된 인삼의 물량공세에 화학비료와 농약 사용 등 갈수록 열악해지고 있는 국내 재배환경으로 인해 위협받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화학성분을 배제한 친환경 재배로 고려인삼의 명성을 되찾으려는 농업인들이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유기농으로 '신비의 명약, 고려인삼'을 다시 세계인들에게 인정받기 위해 나선 이들은 괴산지역 인삼재배농가 17명으로 구성된 '괴산 글로벌유기인삼작목반'(회장 소진호)이다. 올해 5월 창립총회에 이어 6월에 사무실 개소식 및 현판식을 갖고 정식으로 출범한 유기인삼작목반은 지난해 수확한 유기삼을 처음으로 국내 한 화장품업체에 납품하면서 존재감을 드러냈다. 지난 2012년 계약재배로 이뤄진 첫 납품물량은 4년근 무농약인삼 6천418㎏, 금액으로는 3억4천만원을 넘겨 출범 신고치고는 꽤 주목을 받았다. 출범 당시 14농가였던 회원수도 최근 새로 가입한 농가를 포함해 17농가로 늘어나는 등 인삼재배농가를 비롯해 지역 농가들의 관심 또한 높아지고 있다.

아직까지는 계약재배로 특정 업체에 전량 납품하는 등 판로가 제한적이지만 올해부터 일반판매를 목적으로 한 유기인삼 재배를 시작해 조만간 밭에서 갓 수확한 유기 수삼(水蔘)을 일반인들도 구매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괴산작목반이 재배하는 유기삼은 매년 검사를 통해 인증을 받고 있으며 이들은 3년 넘게 인증을 받은 무농약(4년근) 이상을 생산하고 있다. 작목반 회원 대부분은 유기재배와 함께 이전부터 관행재배로 인삼 농사를 짓고 있으며 가격면에서 큰 차이를 보이는 유기삼 재배면적을 늘리고 있는 추세다. 현재 괴산지역의 유기삼 재배면적은 약 10㏊가량으로 전체 인삼재배 면적(2016년 511㏊)의 2%에도 못미치지만 이런 까닭에 생산량은 계속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의 경우 4년근 무농약 인삼의 경우 ㎏당 판매가격이 4만8천원을 넘겨 일반인삼(관행재배) 2만5천원의 2배 가량됐으며 유기농 인증을 받은 인삼은 5만2천원을 웃돌 정도로 큰 차이를 나타냈다. 또한 수확량도 10a당 490㎏으로 일반삼(540㎏)보다 약간 줄어드는 정도여서 농가수익면에서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다. 이와 더불어 '농약을 치지 않고는 재배할 수 없다'고 알려질 정도로 화학제품 사용이 일상화된 인삼재배에서 유기재배가 가능하다는 점을 확인시켜주면서 '유기농 메카 괴산군'이 나가야 할 방향을 보여주고 있다. 이에 괴산군에서도 소비량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지만 유기삼 재배농가에 유기비료와 유기자재를 일부 지원하는 등 지역대표 유기특화 작목으로의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수확의 기쁨을 얻기까지 적지않은 노력과 어려움이 뒤따른다. 7년째 유기삼을 기르며 작목반을 설립을 이끈 소진호 회장도 "(지금도) 유기로 재배하다보면 관행(재배)에 대한 유혹을 떨쳐버리기가 쉽지 않다"고 어려움을 토로한다. 가장 힘든 부분으로는 역시 병해충 방제를 꼽는다. 소 회장은 농약대신 규산, 석회 같은 자연물로 방제를 하고 있지만 결코 쉽지 않은 과정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귀농 초기부터 유기농에 관심을 갖고 있다가 지난 2011년 유기삼 재배에 도전을 시작한 소 회장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유기삼의 가능성에 대해 자신한다.

당시 숲해설사 공부를 하면서 경북 상주의 재배농가에서 유기삼의 가능성을 확인한 소 회장은 "자연의 힘을 믿었기 때문에 지금의 성과를 거둘수 있었다"고 말한다. 병충해가 돌면 손을 쓸 수 없었던 관행재배와 달리 자연속에서 다시 살아나는 모습을 보면서 자신감을 얻었고 이런 믿음이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다고 덧붙인다. 현재 작목반 회원 가운데 인증을 받지 못한채 시작한 농가도 있고 인증을 이어가는 것이 결코 쉽지 않지만 작목반의 미래에 희망을 갖고 있는 것에는 이런 까닭이 있다.

유기삼의 가능성에 대해서는 전문가들도 밝게 보고 있다. 괴산 유기가공식품산업 육성사업단을 이끌고 있는 중원대학교 김도완 교수는 고려인삼의 가치에 주목한다. 김 교수는 세계에서 가장 많이 알려졌고 가장 부가가치 높은 작목인 고려인삼이 농약과 화학비료로 인해 제값을 못받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이 문제만 해결한다면 해외시장에서 옛 고려인삼의 명성을 되찾는 것이 어렵지 않다는 것이다. 이러한 관심과 믿음은 괴산지역 유기삼 농업의 환경을 바꾸는 단계로 나아가고 있다.

이 지역에서는 지난 6월 농특산물 수출증진을 위한 정부공모 사업에 괴산홍삼영농조합 등을 주축으로 유기삼을 활용한 사업계획을 갖고 도전했으나 실패하기도 했다. 하지만 "괴산유기인삼작목반의 발족과 활동은 국가적으로도 의미가 있고 유기농 특화지역 괴산의 이미지를 높일 수 있으며 다른 작목의 유기재배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김 교수의 말처럼 괴산유기인삼작목반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은 괴산은 물론 국내 유기농 산업의 발전을 이끄는 신호탄이 될 것이란 기대를 갖게 한다.


# 인삼은

원기를 보하고 정신을 안정시키며 인체장기의 기능을 강화시키는 약효를 지닌 인삼(人蔘)은 외국에선 Panax ginseng이란 학명으로 알려졌다. 강장제 역할에 학습·기억력 등 지적작업 능력 향상, 간기능 향상, 항산화 활성 및 노화억제 효능을 갖고 있으며 암예방 효능에 대한 임상실험 결과도 있다. 주요 활성성분은 사포닌(saponin) 또는 진세노사이드(ginsenosides)라는 복합 탄수화물로 인삼의 사포닌은 인삼속 식물에만 존재하는 특유의 사포닌이다.

특히 한반도에서 생산되는 고려인삼에 함유된 사포닌의 화합물총수(37종 진세노사이드)는 화기삼(14종 진세노사이드)과 삼칠삼(15종 진세노사이드)보다 훨씬 많아 고려인삼에만 유일하게 들어있는 성분이 상당수다. 인삼은 대표적인 약용식물이지만 생장속도가 매우 느려 약효를 얻으려면 4~6년의 재배기간이 필요하다. 또한 차광 상태에서만 생육이 가능하고 연작피해가 심해 재배환경이 매우 까다로운 작목이다.

한국산 삼은 삼국시대에 이미 대표적인 해외교역 물품으로 손꼽혔지만 당시는 산에서 채취한 산삼을 의미했으며 고려시대부터 사람에 의해 재배가 되면서 대량생산이 가능해져 고려인삼이란 이름을 얻어 지금까지도 통용되고 있다. 고려인삼의 명성은 중국, 동남아시아, 중앙아시아 등에서는 아주 오래됐으며 일본에서는 만병통치약으로 통해 유럽에까지 그 명성이 알려졌다.

이런 배경으로 외국산 인삼과는 가격 비교가 안될 정도이지만 최근 들어 미국의 백삼이 중국시장 등에서 인기가 높아지면서 한국의 인삼 세계점유율은 감소하고 있다. 더구나 세계인삼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중국의 동북3성에서 국내서 밀반출된 씨앗으로 대량 재배를 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면서 한국 인삼의 지위가 위협받고 있는 실정이다. 더구나 화학성분으로 인해 수출 등 시장개척에 한계를 보이고 생산과 제품개발이 제자리에 머물면서 새로운 탈출구가 필요해 유기인삼의 가능성에 더욱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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