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이야기] 한범덕 미래과학연구원 고문

위 사진은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함이며 해당 기사와 직접적 연관이 업습니다 / 클립아트코리아

제겐 아들이 하나 있습니다.

이 친구가 키가 매우 큽니다. 그런데 절 닮아서 체중이 조금 많이 나가지요. 그래도 키가 커서 뭐라고 할 정도는 아닌데 혼기가 꽉 차서 그런지 몸매관리에 신경을 쓰는 눈치입니다.

작년에 저에게 소위 '덴마크식 다이어트'라는 걸 명절 껴서 같이 하자고 해서 시도를 해보았지요. 혼났습니다. 생각보다 체중감소도 안되는데다가 과정이 힘들어서(굶는 게 힘들다는 것은 아니고요, 그 음용하는 것이 별로 내키지 않더군요) 부정적인데 올 추석연휴 때 다시 해보자고 하더군요.

저는 거절했지요. 그런데 아들은 혼자 시도를 했습니다. 효과가 꽤 있더군요. 역시 급박한 마음과 젊음이 그 어려움을 이겨내는 모양입니다. 결국 현대인의 문제는 먹을 것이 부족한 게 아니라 너무 많아서 나오는 것인데, 이게 마음대로 안 돼 저도 이 부분에 있어서는 아들의 본보기가 되질 않아 체면이 말이 아닙니다.

금년도 Newton 4월호에 '배부름과 배고픔'에 대한 기사가 있어 소개드리려고 합니다.

언제 배가 고플까? '먹을 배가 따로 있다'라는 말은 사실인가? 라는 부제 하에 배부름과 배고픔을 느끼는 메커니즘을 썼습니다.

배부름과 배고픔을 느끼는 것은 자율신경계를 통해 뇌에서 보낸 정보를 바탕으로 이루어진다고 합니다. 자율신경은 뇌와 우리 몸 안의 위장과 같은 장기를 이어주는 신경을 말한다네요. 이 배부름과 배고픔은 두 가지의 메커니즘으로 만들어진다고 합니다. 하나는 위의 크기이고 다른 하나는 혈당치의 변화라고 합니다.

위는 내부 음식물의 양에 따라 늘어나고 줄어든다고 합니다. 줄어들었을 때는 약 0.5L정도이고 배가 잔뜩 부를 때는 4L정도까지 늘어난다고 하니 8배의 신축이 일어나는 셈이네요. 또 배가 고플 때는 혈액 100ml당 100mg정도의 혈당이 있는데 음식을 먹게 되면 음식속의 글루코오스라는 탄수화물이 소장에서 흡수되면서 혈당이 오르게 된다고 합니다. 따라서 배부름은 뇌가 위의 크기와 혈당치를 종합적으로 판단해서 생기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위가 커졌을 뿐이거나 위는 작은 채로 있는데 혈당치가 올랐을 때도 배부름을 느끼는 경우가 있다네요. 그러니까 식이섬유가 많은 음식을 먹거나 물을 마셔 위가 부풀면 일시적으로 배부름을 느낀답니다. 단 위의 크기가 다시 작아지면 배부른 느낌도 줄어든답니다. 그리고 식사 전에 적은 양이라도 단 것을 먹으면 혈당치가 올라 식욕이 줄어든다고 합니다.

배고픈 상태인데도 느끼질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한창 재밌게 노는 아이에게 밥 먹으라고 채근하는 엄마들을 많이 보았을 겁니다. 또 일에 몰두하느라고 먹을 때를 놓치는 경우도 많습니다. 사람들은 냄새를 맡거나 시간을 보고 배고프다는 자극을 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 반대로 점심에 국수를 먹었는데도 허전한 경우가 있습니다. 이것은 음식물에 따라 든든한 정도가 다르기 때문이지요. 이런 경우는 음식물의 성분에 따라 위에 머무는 시간이 차이가 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일반적으로 쌀이나 빵 등 탄수화물은 약 2시간, 고기나 생선 등 단백질은 약 3시간, 비계나 버터 등 지방은 약 4시간 정도 위속에 머문다고 합니다. 이렇게 위에 머무는 시간에 차이가 생기는 이유는 십이지장과 소장에서 음식물을 소화시키기 위한 소화액을 준비하기 때문이랍니다. 소화액은 위가 부풀기 시작할 때 만들어진다네요. 짧은 시간에 많은 양을 만들 수 없기에 각 장기에서 소화액의 양에 비해 음식이 지나치게 많이 들어오지 않도록 위는 음식물의 양을 조절한다고 합니다. 이게 배부름의 정도와 관계되는 것 같습니다.

한범덕 미래과학연구원 고문

자율신경은 활동할 때 작용하는 '교감신경'과 잠을 자는 것과 같이 쉬고 있을 때 작용하는 '부교감신경'으로 나누어진답니다. 이 차이 때문에 배부를 때와 배고플 때의 기분이 차이가 난다고 합니다. 배부를 때 졸음이 오는 경우는 부교감신경의 작용이고, 배고플 때 짜증이 나는 경우는 교감신경으로 인한 '아드레날린'이라는 물질 때문이라고 하네요.

아무튼 저와 같은 체중을 줄여야 하겠다고 생각하시는 분은 배부름과 배고픔의 메커니즘을 잘 이용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물론 먹을 것 앞에서 굳은 의지로 약해지지 않는 길이 제일 중요할 것입니다.

참고로 제 아들은 다이어트에 성공했는지 요즘 한창 운동에도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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