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행복한 혁신학교를 가다] 3. 배움의 선택권이 있는 덴마크
진정한 자유학년 실현하는 스코보 애프터스콜레
교실 없는 학교 헬레럽 스쿨

[중부매일 김금란 기자] 덴마크 학교교육의 특징은 자율성이다. 교육은 의무이지만 학교를 꼭 가야하는 것은 아니다. 학교밖 아이들도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다양한 자유학교(free school)가 운영되고 있고 누구나 학교를 세우고 뜻대로 운영할 수 있다.

덴마크에는 애프터스콜레(Efterskole)란 독특한 교육제도가 있다. 애프터스콜레는 9년(초·중)의 의무교육과정을 마치고 고등학교에 진학하기 전 공부 부담 없이 자신의 재재능을 찾아보고 삶의 방향을 설계할 수 있는 기회를 주자는 취지로 1974년 도입된 자유학교다.

덴마크에는 현재 253개의 애프터스콜레가 있으며 중3을 마친 학생의 20%정도가 진학할 정도로 정착단계에 접어 들었다.

우리나라도 지난 2016년부터 중학교 자유학기제가 전면 시행되고 있다. 한 학기 동안 학업 부담에서 벗어나 꿈과 끼를 찾아보는 자유학기제는 내년부터 1년 과정의 자유학년제로 확대된다. 제도 도입의 취지가 비슷한 덴마크의 애프터스콜레를 통해 자유학년제의 나아갈 방향을 짚어본다.

진정한 자유학년 실현하는 스코보 애프터스콜레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60㎞ 가량 떨어진 링스테드시에 위치한 스코보 에프터스콜레는 공립기초학교(초·중)를 졸업하고 고등학교에 진학하기 전 선택할 수 있는 1~2년 과정의 기숙학교다.

이 학교의 교육 핵심은 '관계'(realation)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배움은 어디에나 있지만 성장하기 가장 좋은 길은 다른 사람과 함께 친구 하면서 배운다는 것이다.

이 학교 학생들은 교사 1명을 포함해 9~10명씩 패밀리그룹을 만들어 졸업할 때까지 함께 생활한다. 매일 점심도 함께 먹고, 대화하며 가족처럼 지낸다. 패밀리그룹에는 성별, 학년(9·10학년) 구분없이, 관심 분야가 다른 아이들을 고루 섞어 다양한 인간관계를 맺도록 한다. 학생과 학생, 학생과 교사 등 모든 사람은 관계속에서 가장 바람직한 교육이 이루어지고 성장한다는 것이다.

학생들은 매일 오전 6시 45분부터 30분간 아침운동과 청소를 하고, 급식 준비와 설거지에도 직접 참여하면서 봉사활동과 민주시민 의식을 기른다.

수업은 국어, 영어, 수학 등 주요 교과목뿐 아니라 정치, 국제사회, 문화 등 심화 수업도 진행하고 학생들이 좋아하는 과목에 매진하도록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월요일 오전에는 체육, 연극, 미디어, 음악 등 4개의 트랙 가운데 자신들이 좋아하는 분야를 골라 수업활동을 한다. 오후에는 선택과목을 듣는다. 축구, 배구, 배드민턴, 산악자전거 등 스포츠를 할 수 있고, 외부에서 연극을 보거나 게임, 밴드, 악기 등 음악과 심화 수학반 등 취향에 따라 활동한다.

매주 수요일에는 오전 10시 30분부터 4시간 동안 확장된 사회공부인 '문화와 민주주의 특별교육'을 한다. 이 시간에는 외부 유명 인사 특강을 듣거나 뉴스, 또는 '잘 산다는 것', '좋은 삶의 의미', '이 학교를 마친 후 어떻게 살 것인가' 등의 소재를 갖고 토론을 벌인다.

목요일 오후에는 스포츠와 밴드 활동, 수학 심화반 등 자신이 원하는 분야를 선택적으로 골라 활동한다. 특히 여행팀은 60%의 학생이 참여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올해는 오스트리아·노르웨이 스키여행과 다이빙, 아프리카·인도여행 들의 프로그램이 마련됐다.

34년간 에프터스콜레에 근무하고 22년전 이 학교를 설립한 얀 듀프케 교장은 "애프터스콜레의 가장 중요한 교육이념은 민주적 시민을 기르는 것이다. 누구나 학교를 세울 수 있지만 무엇을 할 것인지를 고민하는 교육과정이 있어야 하고, 무엇을 가르칠 것인지에 대한 교육내용이 있어야 한다. 공립학교와 비교해 존재할 이유를 찾아야 한다"고 자유학교의 존재 가치를 설명했다.

에프터스콜레 학비는 개인부담이다. 1인당 15만(2천500만원) 크로나 정도이고 이중 정부에서 11만 크로나를 보조하고 나머지는 학부모가 감당해야 한다. 많은 학생들에게 혜택을 주기 위해 학비 못내는 경우 지자체나 사회복지단체 등에서 내주기도 한다. 적지않은 학비를 부담하면서 에프터스콜레를 선택하는 이유 만족가 높기 때문이다.

2년째 이 학교를 다니고 있는 마쿠스 룬드벡은 "원래 살던 곳의 친구들과 맘이 맞지 않아 이 학교에 들어오게 됐는데 1년 동안 좋은 친구와 선생님들과 하고 싶은 일은 하고 지내다 보니 1년을 더 다니게 됐다"고 말했다.

교실 없는 학교 헬레럽 스쿨

공립 기초학교인 헬레럽 스쿨((Hellerup skolen)은 15년 전 '새로운 교육에는 새로운 공간이 필요하다'는 기치 아래 건축가와 교사, 학부모가 참여해 열린 공간을 콘셉트로 건축됐다. 이 학교의 수업공간은 모두 개방돼 있고, 학년별로 정해진 교실도 없어 700명(1~9학년)의 학생들은 곳곳에 놓여 있는 원형 소파나 시청각실, 강당, 목공실 등서 수업을 듣는다.

이러한 열린 구조는 구성원들의 관계를 변화시켰다. 저학년들 사이에 다툼이 생기면 고학년들이 중재하면서 스스로 문제를 해결해 나간다. 학생들의 스킨십이 자연스럽게 활발해졌다.

교사들도 탁 트인 구조를 통해 다른 교사의 수업을 볼 수 있어 좋은 점을 받아들이고, 혼자하기 어려운 일을 공동으로 모색하는 등 커뮤니케이션이 활성화됐다

하지만 열린 공간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한 공간도 따로 마련됐다. 텐트 같은 작은 공간이 곳곳에 갖춰져 20여명의 학생들이 옹기종기 모여 몸을 맞대고 친밀감을 느낄 수 있게 했다.

덴마크의 신축학교는 헬레럽 스쿨처럼 개방형 설계를 도입하고 있고, 기존 학교들은 공간 재배치를 통해 변화를 모색해 나가고 있다.

이 학교는 수업시간에 대한 개념도 바꿨다. '말하고 행동하고 표현하라'고 강조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상상이 안 되는 수업방식이다.

또 학년통합, 프로젝트 수업도 활발하다. 학년별로 3학급씩이 있는데 3학년이지만 잘하면 6학년과 함께 수업을 들을 수도 있고, 반대로 고학년이 저학년과 함께 수업도 한다. 학생들의 흥미를 유발하기 위한 매스데이, 사이언스데이, 잉글리쉬데이 등 과목별로 프로젝트 수업을 6개월에 10회 가량 진행한다. 반드시 배워야 하는 필수 과목에는 목공, 요리 등 실생활에 이용할 수 있는 과목도 포함돼 있다.

매주 금요일에는 전교생과 교사가 모여 20분 정도 노래와 연주, 공연 등 작은 축제를 연다.

헬레럽 스쿨은 숙제가 없다. 7학년까지는 점수를 매기는 시험도 안 본다. 오전 8시에 학교에 와서 오후 2시까지 공부하고 하교한다. 교과서는 학교에서만 보게 하고 집에서는 책 읽기를 실천하라고 권장한다.

헬레럽 스쿨에서 7년간 국어과목을 맡아온 애나 그릿 피터슨(Anna Gritt Petersen) 교사는 "덴마크에는 '공부하라'는 말 자체가 없고, 국어교사로서 학부모에게 아이들과 함께 책을 읽어달라고 당부할 뿐, 숙제는 절대 내지 않는다"며 "교과서는 학교에서만 보도록 하기 때문에 학생들이 무거운 책가방을 들고 등·하교 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치열한 입시경쟁으로 학교 끝나면 학원으로 직행하는 우리나라의 교육현실에서 도입되는 자유학년제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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